아! 다 떠났네

40. 꽃부리의 이야기 <2021년 12월 17일 >

by 임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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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슨 책을 읽을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려 들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서재에 책들을 둘러본다. 더 읽어 보아야 할 책이 있던가, 읽은 책은 뭘까?

코로나로 무료한 날의 계획을 꾸려 보려고 눈 산책을 방 안에서 한다.

여행이 따로 있던가, 오늘은 집콕에서 독서로 간접 마음의 여행을 떠나려 한다.

제목마다 다 자기를 불러 달라고 나란히 나란히 꽂혀있다.

법정의 책이 나란히 꽂혀있다. 마음이 산란하던 날은 몇 번이고 읽어보던 책

눈에 밟힌다. 역시 가신 분 말씀만 고이 남아 마음을 흔드는 책

아! 이 분도 가셨지.....

많이도 도와주시더니.... 책을 고르기 전에 다 가고 없는 분들의 얼굴을

그리며 스산한 이 겨울의 아침이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온기를 움켜 안으며

아! 다들 가고 없고나, 갑자기 허전 해지며 스산해지는 마음을

붙잡으며 책을 고르지 못하고 의자에 앉는다.

커피를 마시다 옆 책장에 눈이 간다.

"세상이 변한 것도 모르시네" 꼭 나 보고 하는 소리 같이 눈에 들어오는

소공동 시절 정치부에서 바쁘시던 분...

또 그 옆엔 "에밀의 종소리" 다 시절 시절 같은 시간 속에 있었던 분들이

써 놓은 책들이다.

에밀의 종을 그리도 멋지게 치시더니 어찌 다 놓고 가셨나, 결국 다 놓고 가는 것을

최선을 다 해 일구러 노력 노력하다 다다다 떠날 것을......

"아가! 미안하다, 아비가 도와줄 수가 없어서....'

링거 줄로 가슴을 묶고서 눈물로 하시던 그 말씀 가슴에 절절히

심고 떠나신 내 아버지.....

이제와 알고 보니 넘치고 처지는 재주와 용서를 주신 부모님들

노후에 정신적 삶 풍요로움으로 넘쳐 가슴이 벅찰 때 늘 생각나는

이 큰 은혜 누가 이 가슴을 알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며 어려울 때 서슴없이 도와주셨던 분들...

내 인생에서 그런 도움 없이 살은 적 있었나 생각하니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처럼

회상이라는 제목을 달고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아버지의 병치레로 어려웠던 가정형편으로 많이도 힘들던 처녀시절

실력도 외모도 출중하지 못한 나를 옆에 두고 일하시면서 일인 삼역을 한다고 아버지에게

칭찬 칭찬하시며 병으로 고통받던 아버지에게 큰 힘을 주셨던 그분

문인 회장 시절 그 어려운 문인회의 큰 살림을 꾸려 가려면

문인은 돕는 사람이 옆에 있어야 한다고 어려운 곱이곱이 큰 헌금으로

힘을 주시던 문학을 향한 사랑 대단하시던

예술학교 이사장이신 크신 분......

모두 모두 옆에 오래 계실 듯하더니 모두 가버리셨네......

곱이곱이 언제 넘어가나 하던 세찬 인생 고비들도


아! 다 떠나갔네.

무슨 인연으로 이리 나에게 큰 힘을 주고들 가셨나.......

이렇게 인연의 도움을 안 받은 적이 없이 살아온 인생이 아니던가.

지금은 알뜰한 지아비의 보살핌으로 아쉬움 없이

밥 차려먹고 걷고 어우러져 낄낄대며 시서화 취미 삼아 살고 있으니

이 보다 더 큰 감사 생활이 어디 있던가.

인연들 다 간 자리에 이제 잘 떠날 보따리 쌀 준비를

감사로 싸고 싸며 즐겁게 가야 할 시간이 아니던가.

무엇이 부럽고 무엇이 아쉽던가.

가진 것 비싸졌다고 자랑들이지만 그까짓 몇 평일뿐

그 좁고 좁은 평수.....

천지 산야 무상의 사계절의 변화가 다 내 눈 앞에 보이고

가질 수 있는 큰 사색의 정원의 터 가슴 삼아 글로 쓴다고

느끼고 그린다고 돈 내로라하던가.

거기에 짓고 받는 인과를 조금이라도 알고 가고 있고

감사를 안고 가고 있으니

그로 인해 풍요로워지는 내 心想 넓디넓은 틀이 다 無心의

大廣野이니 와! 이 보다 더 큰 행복 어디 있으리.....

다 갚고 가지 못하더라도 잘 살다 감이 갚는 길 아니던가.

남아 있는 生 재미있게 잘 살다 갈 일 만 남아있구나.

있는 만큼 잘 주고 잘 나누다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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