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선자필유여경(積善者必有餘慶).

44. 꽃부리의 이야기 <2022년 2월 19일 >

by 임선영


외조자 눈보라 몰아치는 속을 팔순 나이에 자전거를 끌고 운동삼아 달려간다.

그리 조심하라고 이젠 그렇게 자전거를 타시면 안 된다는 자식들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만 오 천 원에 산 자전거를 신주 딴지 모시듯 모시다가

이것은 내 자가용야 하며 타고 달려서 종합시장에 마트보다 싸게 사는 튼실한

감자 한 상자를 싫고 온다.

"여보 열어봐 감자가 좋아"

"이젠 이리 많이 사 오지 마요, 우리 식구 먹다가 썩어요"

"당신 누구 주기 좋아하잖아, 안 줄 거야?" 그냥 웃고 만다.

이렇게 사다가 나누어 주는 마누라가 눈에 거슬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하며 혼자 웃고 만다.

우선 비닐봉지에 하나 가득 담았다.

동네 친구한테 전화를 건다. 요 사히 남편 수술로 마음고생 몸 고생이 심한 친구에게

감자 있냐 물어보니

"시장 갈 시간이 어디 있어야지" 한다. 빨리 한 봉지를 들고뛴다.

이웃집 무엇 줄 때처럼 즐거운 시간이 없다.

옆에서 바라보던 외조자는 씩 웃으며

누구 뭐 주라 하면 제일 즐거워서 늙은이가 발도 빠르다고 괜히 즐거워한다

"거봐! 좋지, 싸게 사서 좋고 주워서 좋고 나 건강해져서 좋고"

비시시 웃는 웃음이 일품이다. 이것이 다 사는 거지 생각에 머무니 역시 어린 시절

시골에서 이웃과 잘 지내시던 우리 할머니가 보고 싶다.

바느질 솜씨가 좋으셨던 할머니는 누가 저고리 만들어 달라면 거절을 못하고 받아다가

여러 벌을 담아놓고 제때에 못해 주워 늘 재촉을 받던 일을 보면서 우리 할머니의 안 해도

되는 선심을 이상히 여겼던 일이,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 재주를 나누어 주려 애쓰던 우리 할머니를 보고 자란 손녀가 바로 나인 것을......

어느 날인가 전철을 탔는데 노인석에 할아버지 한 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어느 분인가 할아버지 내려서 마스크 사서 쓰고 가세요 하며 벌금이 얼마인데요 한다

벌금이 문제가 아니고 코로나에 걸리면 어찌할 건가.

나는 백에 하나 넣어 가지고 다니던 마스크를 얼른 찾아 드렸다.

잔잔한 것들을 급 할 때 나누어 쓰는 일이 바로 적선자필유여경이 아니던가.


"그러니까 그렇게 쓰라고, 급할 때 도와주라는 뜻도 있고... 난처하고 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작은 것이라도 나누어 주라고"

어디선가 들려온다. 법문에 소리이다.

큰 것이 없으면 없는 데로 작은 것이라도 정성된 마음으로 본심으로......

얼른 백을 열고 마스크를 두어 개 더 넣어 놓는다.

마음먹은 길에 급 할 때 쓰려고 공연히 마음이 흐뭇 해 진다.

금방 나가려던 남편이

" 아 내 마스크"

"여보 이거 쓰고 가 내가, 어제 약국에서 천오백 원 주고 샀는데 좋네"

다른 때 같으면 집에 잔뜩 있는데 왜 돈 주고 샀냐고 한마디 할 텐데 말도 없이

간다. 휑 문을 꽝 닫는다. 약속이 늦었나 보다.

고맙다는 말도 안 하네....

남편은 나가고 모처럼 혼자된 시간 글을 쓸까 그림을 그릴까 궁리하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엄마 내가 아빠 구두 두 켤레 샀어, 아빠 구두가 현관에 너무 낡아 있어서 마음에 걸리네"

큰아들 전화다.

"너네 아빠는 그렇단다. 떨어진 구두가 더 편하데, 잘했다, 고맙다."

어! 착한 일을 생각하고 하고 나니 금세 복이 들어오네. 적선자필유여경 (積善者必有餘慶)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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