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4. 지난한 여름이 지나고 있다

사이사이 에피소드 14. 방학이 끝나고 기나긴 여름의 끝이 보이지만

by 자이언트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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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9월이다. 올해는 6월부터 무더위가 시작되어 유독 이번 여름은 길게만 느껴진다. 아직도 한낮은 30도에 육박하고 기상청에서도 9월까지는 무더위가 계속될 예정이라고 하니 우리는 모두 지난한 여름을 지나고 있다.


아이들의 방학은 3-4주 정도였다. 지난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방학일정은 조금씩 달랐지만 광복절 전후로 두 아이 모두 방학을 마치고, 다시 학교에 가고 있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 맞이한 방학이어서, 아이들 점심을 챙겨주기 위해 남편과 나는 번갈아가며 고군분투했다. 직장에서 집까지 10분 거리에 있던 남편이 점심거리를 사들고 와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다시 출근하거나, 내가 아이들이 바로 받을 수 있게 배달음식을 주문해 주었다. 오히려 아이들은 집으로 배달 온 햄버거를 먹으며 행복해했다.


그렇게 순탄한 방학을 보내는가 했는데, 아들이 손을 다치면서 사달이 났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은 교회 초등부에서 큰 형 노릇을 하고 있는데, 동생들과 놀아주다가 아들의 손 위로 한 아이가 넘어진 것이다. 넘어진 아이를 신경 쓰느라 아들은 자신이 아픈 건 꾹 참았고, 집에 와서야 나에게 통증을 호소했다. 다친 날이 일요일이었기에 임시방편으로 타박상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주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난 월요일 아침에도 손의 통증이 계속되어 집 근처 정형외과로 갔다.


동네병원에서 찍은 엑스레이로는 골절인지 확실히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CT만 찍을 수 있는 영상 관련 의원으로 다시 이동했다. 다행히도 월요일엔 회사 오전 근무가 없어서 시간을 낼 수 있었지만, 병원을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이 딜레이 되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안절부절못한 마음으로 아들을 데리고 왔다 갔다 하는데, 엑스레이 상 애매하게 보였던 부분은 결국 골절로 판명 났다. 오른쪽 손바닥, 두 번째 손가락과 연결된 앞쪽 뼈가 골절되었다. 최종적인 결론은 반깁스를 하는 것. 무려 6주 동안이나.


이로써 운동을 좋아하는 아들의 여름방학 계획은 완전히 틀어졌다. 일주일 뒤에는 서울유도대회가 예정되어 있었고, 3주 뒤에는 전국체전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몸무게를 증강하면서 여름방학 내내 유도 특강수업을 받을 예정이었고, 매일같이 운동을 하면서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여름방학은 아들이 좋아하는 운동으로 시작해서 운동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손가락 골절로 모든 활동은 중단되었다.


당연히 가장 실망한 것은 아들이었다. 초등학생으로는 마지막이 될 전국대회 출전하고 싶었는데,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으로 느껴졌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도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아들의 대회에 맞춰 여름 방학 휴가 일정을 짜놨기 때문이다. 서울대회가 끝나면 근처 워터파크에서 놀려고 예약해 뒀고, 전국체전이 개최되는 제천에 숙소를 잡아 1박 2일로 놀다 오려고 했다. 또한 골절로 반깁스를 한 채로 (운동을 하지 못하니) 하루 종일 누워서 노트북만 쳐다보고 있는 아들의 모습도 꼴 보기 싫었다. 아픈 아들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운동선수는 몸조심해야 한다고 골백번 말했던 내 말은 귀등으로도 안 듣는 아들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별 수 있나 골절된 상황인데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


그렇게 지난한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아직 아들이 골절로 반깁스를 해야 하는 시간은 2-3주 정도 더 남았다. 역시나 말을 귀등으로도 안 듣는 아들은 집에서는 반깁스를 풀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다. 그러다 뼈가 안 붙어서 반깁스 더 해야 하거나 제대로 낫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는 나의 잔소리는 먹히지 않는다. 주말에는 다시 병원에 가서 선생님을 통해 단단한 주의를 받게 해야겠다.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낀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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