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이에게

by 새벽의 화영


뭐랄까 사랑에는 첫사랑이 있다면 우정에도 첫 우정이라는 게 있지 않을까?

처음 사랑하게 된 사람이 첫사랑의 의미를 지니지 않을 때가 있듯이 우정에도 동일하게, 나에게는 그런 의미를 가진 사람이 있다.


그 애는 나랑 고등학교 친구이고, 우연히 공유한 주민번호 뒷자리가 동일한 신기한 우연을 가진 친구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하며 서로 엄청 놀랐던 기억이 있다. 서로 도용하지 말자는 귀여운 맹세와 함께 말이다.




인스타를 서칭 하며 알게 된 < 메종 드 오브젝트 >를 통해서 유기견 후원 팔찌를 보게 되었다. 이 팔찌를 구매하면 한나네 보호소로 후원이 된다고 했다. 팔찌가 예쁘기도 했고, 후원과 함께 지인들에게 선물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쏙 들었다. 먹고살기도 힘들다는 핑계로 자주는 못하지만 1년에 한두 번씩 기부를 하고,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것도 좋아하는 나에게 딱이라고 생각했다.


누구에게 선물하면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카카오톡 친구 리스트를 켰다. 친구가 별로 없어서 큰 고민 없이 추렸는데, 그중 첫 번째로 생각난 친구가 바로 위에서 소개한 친구였다. 사실 그 친구는 내 친구들 중에서 애견인 1호였다. 최근 키우던 강아지가 강아지별로 떠났다는 소식을 인스타를 통해 알게 되었다. 서로 멀리서 지내다 보니 뜸해진 연락만큼 멀어진 마음으로 인해 나의 연락이 귀찮은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싶어 쉽게 마음을 전하지 못했었다.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렸던 건지 몇 년간 큰 연락 없이 지냈었지만 뜬금없이 선물을 보낼 용기가 생겼더랬다.



선물을 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한나네 보호소>가 친구도 후원하는 곳이었다는 것! 고등학교 시절에 하나도 빠짐없이 생각을 나누던 친구였는데, 몇 년간 연락 없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음에도 뭔가모르게 서로 비슷한 마음과 행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약간은 울컥한 감정이 들었다.


그 뒤로 우리는 근황토크도 나누고 이번해에 이사하게 되면 집을 예쁘게 꾸며서 꼭 초대하겠다는, 어쩌면 말뿐일지 모르지만 약간의 상기된 마음과 약간의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며칠째 주고받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친구에 대한 기준과 생각들이 자주 바뀌고는 한다. 무엇보다 소중했던 친구가 시간이 흘러 반이 달라지고 학교가 달라지고 사는 지역이 달라지면서 차츰 멀어지곤 한다. 그걸 받아들이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너에게 나보다 소중한 친구가 생긴다는 게 용납되지 않았고, 가장 친한 친구의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시절을 지나 1년에 한 번 혹은 2년에 한 번 연락해도 마치 어제도 연락했던 것 마냥 어색하지 않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게 진짜 친구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첫사랑의 결말이 대부분 슬픈 결말이듯 첫 우정도 ing로 남기 쉽지 않다. 그때 내가 좋아했던 모습이 무뎌져서 이제와 서로 알게 되었다면 친한 친구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구라는 게, 우리의 우정이라는 게 꼭 그때와 지금이 같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 추억 속에 소중하게 남아있으면 그만 아닐까.


나의 첫 우정을 나눈 윤민아! 고마워. 그 시절의 나에게 너라는 친구가 있어서 내가 조금은 더 좋은 사람이 되었다. 안녕 내 소울메이트. 자주 웃고 덜 속상하게 사는 하루하루이길 바라.


그로부터 몇 달 뒤 내 생일에 윤민이에게 받은 생일 축하 카톡.

다시금 우리는 서로의 생일을 맘속으로 축하하며 흘려보내지만 감동의 순간들은 모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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