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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에서 인류까지 06 은하의 노래 ②-①

밤하늘의 등뼈

by 할리데이

오늘의 글∣우주 > 빅뱅 > 은하의 노래 ①


밤하늘의 등뼈



밤하늘의 등뼈. 아프리카 남부 보츠와나공화국의 쿵족 사람들이 은하수를 표현하는 말이다. 척추동물의 등뼈가 몸체를 지탱하는 것을 비유해, 은하수를 하늘을 지탱하는 등뼈라고 표현한 것이다. 참으로 적절하면서도 감성에 찬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밤하늘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은하수야말로 하늘 내지 우주를 지탱하는 등뼈가 아닐까?

은하수가 별들로 가득 찬 우리은하의 모습이 비친 것이라는 걸 알기 이전부터, 이미 은하수는 우리 인간들에게 감성에 찬 온갖 이야기를 안겨주었다. 신들의 여왕인 헤라의 가슴에서 뿜어져 나온 젖 줄기가 은하수로 되었다는 이야기,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 번씩 오작교를 건너 사랑을 나눈다는 설화, 반달 쪽배를 타고 은하수를 건너 서쪽 나라로 간다는 앳된 동시는 은하수에 투영된 우리들의 감성이다. 그리고 글머리에서 이야기한 밤하늘의 등뼈는 은하수를 보며 고대인들이 느꼈을 신비감과 외경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달조차 뜨지 않은 밤하늘, 마치 초거수(超巨獸, 엄청나게 큰 짐승, 필자가 지어낸 표현)의 등뼈처럼 그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의 모습은 신비와 외경의 대상이 되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껏 은하수(銀河水, milky way)라 부르며 신화와 설화와 동시로 노래하던 감성의 서사를, 이제 그것을 은하(銀河, galaxy)라 칭하며 장엄한 우주의 대서사로 엮어가고 있다.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더욱 신비감에 사로잡히게 되는 은하의 세계를 노래하며 말이다. 별들을 품고, 성간 물질들을 아우르며, 탕아와도 같은 블랙홀마저 거두고 있는 만물의 어머니 은하를 노래해 보자.


<은하수>

남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쿵’족은 은하수를 ‘밤하늘의 등뼈’라는 별칭으로 불렀다.

이처럼 은하수는, 은하수가 별들로 가득 찬 우리은하의 모습이 비친 것이라는 걸 알기 이전부터 이미 우리 인간들에게 감성에 찬 온갖 이야기와 신비감을 듬뿍 안겨주어 왔다.

<이미지> ESO/S. Brunier - https://www.eso.org/public/images/eso0932a/


은하(銀河, galaxy)는 별, 성간물질, 블랙홀, 암흑물질들이 중력의 힘으로 서로 가까운 거리에 모여 있는 천체들의 거대한 집단을 말한다. 당연히 우리 태양계도 우리은하의 일원으로 소속되어 있다. 보통 하나의 은하에는 수천억 개에서 수조 개에 달하는 별이 모여 있고, 우주에는 수천억 개 이상의 은하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빅뱅 이후 고온 고밀도이던 원시 우주가 점차 식어가면서, 소립자들이 만들어지고 이들은 다시 수소와 헬륨의 원자핵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것들은 최초의 물질들이 그러했듯, 처음엔 거의 균질의 상태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미세한 불균질 상태로 되어 갔다. 이 불균질 상태의 물질들은 마치 솜사탕 기계가 설탕 실을 뿜어내듯, 물질들로 이루어진 가느다란 줄기를 만들어 냈다. 성간물질들이 실처럼 엮이고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들은 중력의 힘으로 주변의 물질들을 더 끌어당길 수 있었고 더욱 큰 덩어리로 자라났다. 이렇게 해서 원시 별들이 태어나고, 그 별들이 모여 빅뱅이 있은 지 약 10억 년 후 최초의 원시 은하가 탄생했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렇게 생겨난 은하들은 별, 성간물질, 성운, 블랙홀, 암흑물질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웬만한 물질들을 품고 있다. 마치 우주의 어머니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 은하는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뒤이어 은하의 종류를 이야기하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비록 그것이 왜소은하라 할지라도 수십억 개 이상의 별을 포함하고 있고, 우리 은하의 경우만 해도 직경이 10만 광년에 이른다. 최근에 발견된 IC1101 은하의 경우는 직경이 400만 광년에 이르고 있고, 품고 있는 별의 개수만도 100조 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될 정도다. 그야말로 장엄한 우주의 대서사다.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지구에서부터 토성까지의 공간이 우주의 전부였다. 망원경이 발명된 후, 밤하늘을 가로지르던 은하수가 별들의 집합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우리는 그것을 ‘우리은하’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우리은하의 바깥에도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은하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팽창이론을 주창한 허블이, 그때까지 그저 우리 은하 내의 성운 정도로만 여기던 것들이 외부 은하임을 알아내고 증명하면서부터다. 오늘날 우리는 그런 은하들이 관측 가능한 우주에서만도 수천억 개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토록 많은 은하가 존재하는 만큼, 우주에는 다양한 형태의 은하들이 각기 자기만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근사한 소용돌이 팔을 가진 나선은하를 비롯, 타원은하, 불규칙은하 같은 형태에 따른 은하의 유형이 있는가 하면, 수십억 개 정도의 별들만 포함하고 있는 왜소은하에서부터 수조 개에 이르는 별들을 거느리고 있는 거대은하에 이르기까지 크기에 따른 유형도 있다. 또 이 은하들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은하군, 은하단을 이루기도 하고 또 그것들끼리 모여서 초은하단을 이루기도 한다. 은하들의 종류를 알아 보자.


은하의 노래 ② <은하의 종류>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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