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의 종류와 우리은하
오늘의 글∣우주 > 빅뱅 > 은하의 노래 ②
먼저 나선은하다. 나선은하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은하의 형태다. 우리은하가 띠고 있는 은하의 형태이기도 할 뿐 아니라, 우리은하의 가까운 이웃인 안드로메다은하 또한 나선은하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모양 또한 은하 세계의 왕자(王者)라 할 만큼 근사하다. 여러 개의 나선팔이 팽대부*를 휘감으며 소용돌이치는 모습은 웅장한 느낌과 신비감을 우리에게 듬뿍 안겨준다.
이러한 나선은하의 생성 과정에 대해, 과거에는 은하의 중심부는 빠르게 외곽부는 느리게 회전하면서 은하의 형태가 나선 모양으로 성장해 온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가설은 최근에 이르러 여러 가지 이유로 부인되고 있다. 우주에 존재하고 있는 은하들 중 나선은하가 차지하고 있는 분포 비율은 10퍼센트 정도다. 이는 무수히 많은 나선은하가 우주에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앞에서 설명한 과정을 거쳐 나선은하가 생성되는 것이라면, 나선팔이 휘감기는 속도로 인해 나선구조가 짧은 시간 내에 와해되어 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나선은하의 분포 비율은 나타날 수 없게 된다. 생성 초기 단계에 있는 극히 일부의 은하만이 나선 구조를 띠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소용돌이 회전설은 완전히 퇴장당하고 말았다.
[*팽대부(膨大部, bulge) 은하의 중심부에 별들이 많이 분포하여 불룩하게 부풀어 오른 부분]
요즘은 이를 대체한 밀도파 이론이 많은 학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밀도파 이론이란 나선팔이 특정한 형태를 띤 별들의 항구적인 모임이 아니라, 별 내지 광원(光源)의 밀도가 높아지는 구간이 파동처럼 이동한다는 이론이다. 태양의 경우 지금은 나선팔과 나선팔 사이의 어두운 구간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것이 영원한 게 아니라, 나선팔 구간에 들었다가 비나선팔 구간으로 빠지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태양이 이러하듯 은하계 내부의 다른 광원들도 밝은 구간인 나선팔 구간에 들었다가 나가기를 반복하는데, 이때 밝은 구간이 물결같은 파형을 이루면서 나선팔로 보이게 된다.
지금도 태양은 은하의 중심부를 축으로 초속 220킬로미터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지구의 관점에서 보면 엄청나게 빠른 움직임이다. 하지만 이것은 은하 내지 우주의 관점에서는 정지 상태에 가까운 너무나 느린 속도이다. 따라서 정지 상태에 가까운 은하의 움직임을 실제로 관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우리은하는 물론 나아가 우주 전체의 은하의 생성 과정을 파악한다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밀도파 이론 또한 아직까지는 하나의 가설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나선은하> NGC 5457
<이미지> ESA/Hubble
타원은하로 가보자. 타원은하는 단순하게 생긴 겉모습과는 달리 생성 과정 등에 대한 이야기는 오히려 장엄하게 펼쳐진다. 표에서 보듯 은하들 중 가장 덩치가 큰 은하가 타원은하이기 때문이다. 질량이 태양의 1조 배가 넘는 타원은하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이유 등으로 타원은하는 나선은하 또는 거대나선은하가 여러 개의 다른 은하들과 합쳐지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타원은하는 은하들의 형태 중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렌즈형은하는 나선은하와 타원은하의 중간 형태의 은하다. 은하의 중앙에 팽대부가 위치하고 있고, 은하 전체는 납작한 원반 형태를 띠고 있지만 나선팔이 없다. 타원은하에 비해서는 납작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비교적 늙은 별들이 많이 분포하고 있는데, 렌즈형은하의 생성 과정에 대해서는 나선은하가 퇴화되었다는 설, 나선은하들이 합쳐졌다는 설 등이 있다. 렌즈형은하는 은하들 중에서 차지하는 분포가 매우 작아 구성 비율이 0.1퍼센트 미만에 불과하다.
불규칙은하는 말 그대로 형태에 있어서는 뚜렷한 특징이 없는 은하를 통틀어 지칭한다. 당연히 불규칙은하는 그것들끼리도 형태의 공통점이 없다. 이것들은 당초에 나선은하 또는 타원은하였지만 이웃한 은하들의 중력 간섭이나 충돌 등이 원인이 되어 형태의 변형이 왔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불규칙은하가 전체 은하에서 차지하는 구성 비율은 25퍼센트 정도다.
은하의 크기를 기준으로 한 유형으로는 왜소은하와 거대은하를 들 수 있다. 왜소은하는 수십억 개 정도의 별을 가진 작은 규모의 은하다. 대체로 왜소은하는 주변의 큰 은하 주변을 공전하고 있다. 대마젤란성운은 이름과 달리 수백억 개에 이르는 별을 품고 있는 작은 규모의 은하인데, 우리은하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규모나 위성은하로서의 성질 등을 보아 왜소은하로 분류된다. 거대은하는 수조 개의 별을 거느린 그야말로 초대형 은하이다. ‘IC 1101 은하’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 가장 큰 은하인데 직경이 400만 광년 정도에 이른다.
우주에서의 거대 구조물인 이런 은하들은 놀랍게도 자기네들끼리 모여 그룹을 형성한다. 은하들 수십 개가 모여 은하군을 형성하는가 하면 수백 내지 수천 개의 은하들이 모여 은하단을 구성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그런 운하군․은하단들이 모여 초은하단을 형성하기도 한다.
은하군은 은하들의 그룹을 나타내는 단위 중에서는 최소 단위다. 은하들의 무리라는 뜻인데, 우리은하 크기 이상의 은하가 둘 이상 있고, 10개 이상의 왜소은하들이 모인 은하들의 집단이라고 자세하게 규정하는 경우도 있다. 통상적으로 중력에 의해 서로 영향을 미치는 수십 개 정도의 은하들로 이루어진 집단이라고 규정한다. 은하의 무리 중 최소 단위이기는 하지만 이 은하군들만 하더라도 크기가 보통 몇백 광년에 이른다. 우주 전체로 보았을 때 이 은하군이 우주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뒤에 별도로 설명이 이어지겠지만 은하군보다 조금 더 큰 은하들의 무리를 일컫는 말로 은하단이 있다. 다만 은하군과 은하단과는 상하 관계가 아니다. 몇 개의 은하군이 모여서 은하단을 이루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은하단의 경우 단지 은하군보다 규모가 큰 은하들의 무리일 뿐이다.
우리은하의 경우 십 수 개의 은하들이 모여 있는 은하군에 속해 있다. 우리가 속해 있는 은하군을 국부(局部)은하군이라 칭하는데 우리의 국부은하군은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와 같은 일반 규모의 은하가 두 개 있고 왜소은하가 십수 개 있는 작은 규모의 은하군이다.
이제 은하단에 대한 설명이다. 은하단은 중력으로 서로 엮여진 수백에서 수천 개에 이르는 은하들의 집단을 가르키는 용어다. 크기가 6백만에서 3천만 광년 정도에 이른다. 은하단은 우주에 존재하는 천체의 단위 중 가장 거대한 단위이기도 하다. 물론 은하들의 무리 중 더 큰 단위인 초은하단이 있기는 하지만, 은하단의 경우 소속 은하들이 중력으로 서로 강하게 엮여 있는 데 반해, 초은하단은 은하단들이 지역적으로 모여만 있을 뿐 서로 중력적으로 엮여 있지 않아서 천체물리학적인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굳이 사람으로 비유해서 표현하자면 은하단은 소속 은하들과 서로 혈연관계가 있지만 초은하단은 소속 은하단들과 단지 같은 지역에 같이 살고 있는 이웃에 불과한 셈이다. 앞서 팽창이론을 설명하면서, 은하단들 간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비록 우주가 팽창하면서 서로 거리가 멀어지고 있지만 그것은 은하단들 간의 이야기다. 은하단 내에서의 천체들 간의 거리는 결코 멀어지지 않는다. 은하군과 은하단 내의 천체들은 중력의 힘으로 서로 엮여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초은하단 내에서의 은하단 간의 거리는 지금도 무서운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
은하단은 우주에서 은하들의 밀도가 가장 높은 구역이기도 하다. 우리의 국부은하군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은하단으로는 처녀자리 은하단을 들 수 있다.
끝으로 초은하단에 대한 설명이다. 실체적 구조물로서는 우주에서 가장 큰 단위로 은하단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겉모습으로만 본다면 초은하단이 단연 가장 큰 구조물이다. 은하군 또는 은하단이 여러 개 모여서 이루어진 집단이 초은하단이기 때문이다. 크기는 일억 광년 이상이고 질량 또한 태양의 천조 배에서 일경 배 정도에 이른다. 다만 위에서 이야기했지만 초은하단의 경우 천체물리학적인 의미보다는 지역적 모임의 의미에 불과하기 때문에 범위나 경계 등을 명확하게 정의하기가 곤란한 측면이 있다. 심지어 같은 초은하단 내의 은하단끼리는 서로 거리가 멀어지고 있으므로 크기를 정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도 볼 수 있다. 관측 가능한 우주 내에 천만 개 정도의 초은하단이 있을 거로 추산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은하 내지 우리 국부은하군이 속한 초은하단은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이다. 우리가 속한 초은하단이라 해서 국부초은하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은하는 보통명사로서 말 그대로 은하(銀河)를 의미한다. 영어로는 Galaxy다. 하지만 이게 우리 은하로 넘어오면 이야기가 조금은 달라진다. 지구와 태양이 속해 있는 우리의 은하일 뿐 아니라, 온갖 서정적인 표현의 대상이기도 했고 외경심과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했던 우리들의 바로 그 은하수(銀河水, Milky way)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분명 Galaxy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Galaxy이기만 한 게 아닌 것이다. 밤하늘을 지탱해 주던 거대한 등뼈, 우주의 한 편에 자리 잡고 있는 은하수를 따라가 보자.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은하수는 수많은 별들의 무리인 우리 은하의 모습이 밤하늘에 비쳐진 모습이다. 그리고 이 우리은하는 국부은하군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국부은하군은 다시 라니아케아초은하단 내에 위치하고 있다. 당연히 우리은하는 지구와 태양계를 품고 있는 우리의 직계 은하다. 우리말로는 우리은하, 은하수은하, 은하계라고 불리며 영어로는 The Galaxy, Milky way galaxy, Home galaxy, Our galaxy 등으로 불린다.
이러한 우리은하는 은하로서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을까? 우선 우리은하는 규모면에서 상당히 큰 편에 속한다. 국부은하군에서는 안드로메다은하와 더불어 크기와 규모면에서 1, 2위를 다툰다. 우리은하는 원반의 지름이 약 10만 광년 정도에 이르고, 중심부의 두께는 1만 5천 광년, 나선팔 부분의 두께는 2천 광년 정도에 이른다. 우리은하에 포함되어 있는 별들의 개수는 4천억 개 안팎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물론 거대은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름 준수하고 육중한 체구를 자랑하는 셈이다. 중심부에는 <블랙홀> 편에서도 이야기했듯 태양 질량의 400만 배 정도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은하는 나이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에 우리 은하에 포함된 별 중에서 130억 년쯤 된 것들이 발견되고 있어, 우리 은하의 나이도 그만큼 되었을 거라 추산하고 있기도 하다.
또 한 가지. 우리 은하는 나선 팔을 가진 나선은하이다. 다만 우리의 이웃 은하인 안드로메다은하가 정상나선은하인데 비해 우리 은하는 은하의 중심부에 막대가 있는 막대나선은하 형태를 띠고 있다. 예전에는 우리 은하도 정상나선은하인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많은 학자들에 의해 막대나선은하일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오던 중, 2005년에 스피처우주망원경에 의해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 막대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나선팔 또한 과거에는 7개 정도가 있다고 여겨졌으나, 현재는 두 개의 주요 나선팔이 있고 거기에서 5개 정도의 나선팔이 곁가지로 뻗어나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리고 나선은하에 대한 앞선 설명에서, 나선팔이 특정한 형태의 모임이 아니라, 마치 파동처럼 별들 내지 복사원의 밀도가 높아지는 구간이 이동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우리 은하 또한 마찬가지여서 많은 별들이 나선팔 부분(별들의 밀도가 높고, 별들의 탄생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부분)에 들고나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태양도 나선팔 부분을 주기적으로 들락날락하고 있다. 나선팔 안에 머무는 기간이 4천만 년 정도이고, 나선팔 바깥에서 머무는 기간이 8천만 년 정도이다. 현재 태양은 나선팔 바깥 즉 어두운 부분을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참고로 태양은 우리 은하 중심부로부터 약 2만 6천 광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비교적 우리 은하의 변방에 위치하고 있는 편이다. 태양이 우리 은하의 중심을 한번 공전하는 데는 2억 5천만 년 정도가 걸린다. 공전 속도는 초속 220킬로미터이자 시속으로는 72만 킬로미터 정도다. 태양의 나이를 50억 년 정도로 보았을 때 이때까지 은하 중심부를 20회 정도 회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막대나선은하> NGC 1300
우리은하가 띠고 있는 은하의 형태다.
2221년, 주인공 철이가 또 다른 주인공 메텔과 함께 안드로메다행 ‘은하철도 999’에 몸을 싣는다. 안드로메다은하에 소재하고 있는 프로메슘행성에 가기 위해서다. 프로메슘행성은 사람의 몸을 영생(永生)할 수 있도록 개조해 주는 곳으로 그곳으로의 여행은 주인공 철이의 염원이자 삶의 목표다. 이 이야기는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기본 설정이다. 철이는 결국 프로메슘행성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영생이라는 미명하에 타락에 빠진, 그래서 도리어 더 불행해진 인간 군상을 보게 된다. 이 작품은 비록 애니메이션이었지만, 인간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삶의 본질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평단의 찬사를 받았던 작품이다. 우리 은하 그러니까 은하수가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서정(敍情)’의 소재가 되어주긴 했지만, 우리 은하가 아닌 외계의 은하가 서정의 소재가 되어 찬사까지 받은 경우는 이 작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안드로메다은하는 지구에서 250만 광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인류의 이동 기술이 발전하여 그곳으로 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이 과연 올 수 있을지 상상해 본다. 증기기관차의 외형을 한 우주 모빌리티(mobility), 은하철도를 타고서 하는 여행이라면 왠지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은하의 노래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