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오늘의 글∣우주 > 태양계 > 태양계의 형성
사람들은 태양을 별이라고 말한다. 밤하늘을 수놓은 무수히 많은 저 별들과도, 은하를 촘촘히 구성하고 있는 그 별들과도 다를 바 하나 없는 항성으로서의 별이라고 일컫는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Proxima Centauri, 4.24광년) 근처에서 태양을 관측한다면, 태양은 우리가 보아오던 여느 별들과 마찬가지로 밤하늘의 한 점으로만 반짝이고 있을 것이다. 비슷한 질량을 가진 여느 항성들처럼, 수소를 태워 얻은 빛에너지를 우주 공간으로 방출하며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주적 관점에서의 이야기일 뿐이다. 지구에서의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들의 태양은, 태양(해, 太陽/日, Sun)이다. 먼동이 트는 새벽, 서서히 밝아오는 동쪽 하늘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둠을 걷어내며 붉게 타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말이다. 그것은 밤하늘에 한 점으로 떠 있는 여느 별과는 근본적으로 격(格)이 다르다.
<태양의 표면>
태양은 밤하늘에 빛나는 여는 별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항성이다. 그러나 태양은 보통의 별들과는 격이 다른 별이다. 어둠을 물리치고 세상의 낮을 밝혀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삶의 터전인 태양계의 건설자이자 운영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태양은 초당 6억 톤 정도의 수소를 불태우며, 9.192×1010메가톤 TNT* 정도의 에너지를 생산한다. 그리고 그것의 5만 분의 1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매 순간 지구로 보내주고 있다. 우리 지구는 그 에너지를 자양분 삼아 지금과 같은 행성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태양이 보내준 빛으로 광합성을 하고, 그것을 통해 만들어진 화합물―영양분―을 섭취하며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이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구 자신 또한 하나의 생명체처럼 활동하고 있다. 대기를 활발하게 순환시키고, 지각을 꾸준히 활동시키며 마치 생명체가 그러하듯 살아 숨 쉬고 있다. 당연히 이 모든 것은 태양이 보내준 에너지로부터 비롯되었다. 태양은 단순한 한 점의 별이 아니라, 빛과 생명의 근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태양이라 부르며 여느 별들과는 차원이 다른 대우를 하고 있다. 은하수와 별들을 감성의 서사로 노래할 때 우리는 호연지기와 장엄의 서사로 태양을 노래해 왔고, 은하수와 별을 통해 앳된 남녀들의 사랑을 써 내려갈 때 태양을 통해 영웅들의 용기를 그려왔다. 사람들은 은하수에게 밤하늘의 등뼈라며 찬사를 보냈지만 태양에게는 아예 신(神)의 지위를 부여했다.
[*‘1메가톤 TNT’는 TNT 백만 톤에 해당하는 폭발 위력의 단위이다.]
이제 태양과 그 태양이 거느리고 있는 태양계를 한번 만나보자. 우리는 앞선 <빅뱅> 장에서 태초의 시간과 시원(始原)의 공간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멀고 긴 여정이었다. 그리고 이제 막 우리의 보금자리 지구를 품고 있는 태양계 입구로 들어서는 길이다. 한 번씩 차를 타고 먼 지역을 다녀올 때,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입구에라도 다다를 때쯤이면 마치 집에 도착한 듯한 안도감이 들곤 했다. 아직 짧지 않은 여정이 남았는데도 말이다. 평소의 생활권역에 들어서면서 느끼던 편안한 기분 탓이었을 것이다. 마치 이처럼, 무한대에 가까운 우주 공간을, 그것도 태초의 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다녀온 여행이지만 태양계 입구에 들어선 것만으로도 안도감이 든다. 우리들의 구체적인 거주 영역이자 조금은 익숙한 태양계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흡을 계속 가다듬어야 할 것 같다. 아직 내 집까지 짧지 않은 여정이 남아 있었듯, 태양계라는 오래고도 광활한 곳으로의 탐사 여정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태양계는 알고 보면 엄청나게 광활한 공간이다.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살짝이 한번 들여다보자. 현실에서 우리는 책이나 유튜브, 과학관 같은 곳에서 모형이나 영상을 통해 태양계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모형들은 예외 없이 태양계의 모습을 왜곡해서 표현하고 있다. 엄청나게 큰 공간인 태양계를 너무나도 작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계를 한정된 지면이나 공간에 축소해 넣으면 그 구성요소들(태양과 행성 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지게 되고, 구성요소들을 볼 수 있는 크기로 바꿔 놓으면 도면이나 모형에 태양계를 다 담아낼 수 없게 된다. 태양계의 윤곽을 이해하게끔 하기 위해 그것들을 왜곡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태양계의 크기를 이해하기 위해 생각의 힘을 좀 빌려야 할 것 같다. 상상의 나래를 잠깐 펼쳐 보자. 태양계를 100억 분의 1의 크기로 줄이면서 말이다.
먼저 태양의 크기가 14센티미터로 줄어들게 된다. 지구는 1.3밀리미터의 크기로 줄어들게 되고 태양으로부터 15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게 된다. 목성은 1.4센티미터의 크기에 태양으로부터의 거리는 78미터이다. 해왕성은 4.8밀리미터의 크기에 450미터 떨어진 공간에 위치하게 되고, 한때 행성의 지위를 누렸던 명왕성의 경우 멀 때는 735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하게 된다. 그리고 태양이 내뿜는 태양풍이 도달하는 마지막 지점을 경계로 한 태양권계면의 경우 1.8킬로미터나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다. 앞서 얘기했듯 태양과 지구와의 거리가 15미터에 불과한데 말이다.
이제 호흡을 한 번 가다듬을 차례다. 태양권계면까지의 거리조차도 전체 태양계의 일부 구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태양계를 이루고 있는 구조물 중 오르트 구름이라는 게 있다. 오르트 구름은 태양의 중력이 미치는 맨 마지막 권역에 있는 구조물이자 태양계의 경계 끝 지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오르트 구름대의 경우, 태양으로부터 무려 75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도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거리다. 태양을 14센티미터의 크기로 줄여도 그것을 모형으로 나타내려면 남북한을 아우르는 거리와 면적이 필요하다. 정말 멀고, 넓고, 크다. 이것을 실제 거리로 환산하면 약 1광년에 해당한다.
우리는 태초의 시간과 시원(始原)의 공간을 여행하고 고향인 태양계 입구에 막 도착했다. 그렇지만 아직 막막하다. 고향인 태양계 또한 너무나도 광활할 뿐 아니라 그 역시 시원의 비밀을 수없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 번 떠나보자. 지구로의 귀환에 앞선 태양계로의 여행이다
* 다음 화부터 <태양계의 형성> <태양> <구조물들> <형제들> <혜성같이> 편을 살펴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