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대
태양을 중심으로 행성들과 여러 구조물들이 조화롭게 운영되고 있는 체계가 태양계라고 소개했었다. 하지만 태양계는 그 체계뿐만 아니라, 그것이 운영되고 있는 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태양 중심의 운영시스템에 더해, 태양의 중력이 미치는 아득히 먼 곳까지 아우르는 공간의 개념이기도 한 것이다. 이번 장의 글머리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 공간은 덩치가 아주 크다. 그리고 나름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태양계의 끝자락에 위치한 오르트 구름대는 아직까지도 제 모습을 베일 속에 감추고 있고, 핼리혜성의 고향이라 알려진 카이퍼벨트 또한 인간과의 소통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보이저 1호와 2호가 이미 카이퍼벨트로의 여행을 마쳤지만 우리는 아직까지 그것의 본모습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크고 멀고 복잡해서다.
글머리에서 밝혔듯 모형을 통한 태양계의 모습은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 크기나 배율의 부정확은 물론 주요한 많은 부분들이 생략되어 있기도 하다. 그 모형들이 대체로 행성 구간만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그 행성들에 대한 설명은 <형제들-행성들> 편에서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존재조차 잘 모르고 있는 태양계의 숨은 구조를 살펴보기로 하자. 태양계의 안쪽에서부터 바깥쪽으로의 여정이다.
태양을 출발해 수성, 금성, 지구를 지나고 화성을 지나면 소행성대(小行星帶)가 나온다. 소행성(小行星, asteroid)이란 <태양계의 형성> 편에 등장하던 미행성이 미처 행성이나 왜행성의 크기로 자라지 못한 채 중력으로 뭉쳐있는 지름 수 미터에서 수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작은 천체를 의미한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그런 소행성들이 소복하게 모여 있는 구간이 있다. 이것을 소행성대라고 한다.
이 소행성대에는 약 200만 개 정도의 소행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지름이 100킬로미터가 넘는 것도 200개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소행성들은 중력이 작아 대체로 울퉁불퉁한 감자 모양을 하고 있다. 다만 가장 큰 소행성인 세레스(Ceres)의 경우 지름이 940킬로미터에 달하는데 크기가 제법 커서 자체 중력만으로 나름 공 모양의 형상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소행성대의 천체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왜행성으로 분류되고 있기도 하다.
소행성대는 200만 개나 되는 소행성이 분포하고 있는 데다 이름마저 소행성‘대(帶)’라고 지어져 있어 무척 촘촘한 공간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 구간에서도 소행성들 간의 평균 거리가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2.5배 정도다. 아주 널널한 공간이다. 그래서 소행성대 내에서도 소행성들끼리의 충돌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지름 10킬로미터 이상인 소행성끼리의 충돌도 천만년에 한 번 정도 일어날까 말까 하는 정도다. 태양계 탐사선인 보이저 1, 2호도 그런 이유로 소행성대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소행성과의 충돌 문제는 오히려 지구에서 더 심각하게 여겨지고 있다.
6500만여 년 전, 지름이 수킬로미터에 달하는 소행성의 폭격을 받고 지구의 지배자이던 공룡 무리들이 자취를 감춘 사건에서부터 비교적 최근인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 운석 충돌사건에 이르기까지, 소행성 충돌에 의한 피해는 지구에서 실제로 발생하였던 심각한 문제이다. 특히 퉁구스카 사건의 경우 운석이 지면까지 도달하지 않고 5~10킬로미터 정도의 상공에서 폭발했는데 서울 면적의 세 배가 넘는 삼림이 불탔다. 그때의 에너지는 히로시마 핵폭탄의 천 배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소행성대> 하얀색 점들의 모임이 소행성대다. 화성과 목성의 궤도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놀랍게도 소행성 충돌 경고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2004년 12월, 2029년경에 ‘99942 아포피스(Apophis)’라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2.7%나 된다는 무시무시한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름 300미터가 넘는 소행성과의 충돌 가능성은, 발표 당시 엄청난 관심과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면밀한 분석 결과 다행히 2029년에는 지구를 비켜갈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다시 한 번 더 지구로 근접하는 2036년의 경우 충돌 가능성이 25만 분의 1에 이른다고 한다. 이 소행성과 충돌할 경우, 피해는 한반도 정도의 면적이 초토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래부터 지구 주위를 배회하던 소행성이건, 인근 행성의 중력의 간섭을 받아 본궤도를 이탈하여 지구로 근접하게 될 소행성이건, 그것들과의 충돌 위험성은 아직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
<태양계의 구조물 ③-②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