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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에서 인류까지 14 태양계의 구조물 ③-②

혜성의 고향 - 카이퍼벨트 / 태양권계면

by 할리데이

소행성대를 뒤로하고 태양계 바깥쪽으로 계속 이동해 보자. 목성, 토성, 천왕성을 지나고 해왕성도 지나게 된다. 이제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태양의 크기도, 밝기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비운의 왜행성인 명왕성을 언뜻 스쳐 가는 순간, 태양계의 또 하나의 구조물인 카이퍼벨트가 우리를 맞이한다. 태양으로부터 약 30~50AU(1AU: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 약 1억 5천만 Km) 정도 떨어진 어둡고 황량한 공간, 카이퍼벨트에 도착한 것이다.


카이퍼벨트(Kuiper Belt, 카이퍼대)는 해왕성 바깥쪽에서 태양계 주위를 도는 작은 천체들의 밀집 군락을 가리키는 말이다. 핼리혜성을 비롯한 혜성들의(엄밀하게는 단주기 혜성들의) 고향이자, 왜행성인 명왕성의 거주지이기도 하다. 1951년 미국의 천문학자 제러드 카이퍼(Gerard Peter Kuiper, 1905~1973, 네덜란드 태생, 미국)는, 태양계 형성 초기 외행성 주변에 존재하던 상당수의 미행성들이 명왕성 인근 또는 그 바로 바깥쪽에 아직도 원반 모양을 띠며 분포하고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1970~1980년대에 이르러 많은 학자들에 의해 이론적인 지지를 받아오던 중, 1992년에 이르러서는 명왕성 밖의 궤도 구간에서 새로운 천체 200여 개가 발견되면서 카이퍼벨트의 존재가 사실로 확인되었다. 카이퍼벨트는 태양계 생성 초기의 미행성이던 얼음과 운석들의 집합체이다. 이것들이 수십만 개가 모여 거대한 띠 모양으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지름이 100킬로미터가 넘는 것만 해도 4만 개 가까이 분포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카이퍼벨트 내의 천체와 물질들은 태양계가 원시행성계 원반일 때의 상태를 그대로 지니고 있어 태양계 생성의 비밀을 밝힐 수 있는 핵심 키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카이퍼벨트> 녹색 점들의 모임이 카이퍼벨트다.

<이미지> Wikimedia Commons, made and uploaded by WilyD


일찍이 카이퍼는 카이퍼벨트가 단주기 혜성의 고향이라고 주장했었다. 지금도 처음 발견되는 새로운 혜성들이 1년에만 수십 개에 이르는데, 이것은 태양계의 외곽 어딘가로부터 혜성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달리 말해서 태양계 외곽 어딘가에 혜성들의 공급처가 있다는 말이다.

혜성들의 공급처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주장한 사람은 네덜란드의 얀 오르트였다. 수많은 혜성들의 궤도를 연구한 오르트는 장주기 혜성 대부분의 궤도가 5만AU 정도임을 확인하고는 그 궤도 부근에 혜성들의 씨앗이 구름처럼 군집하고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그 구름대를 후대의 학자들이 오르트구름이라 이름 붙였다. 이 오르트구름대에 있는 천체들이 자기들끼리 충돌하거나, 인근 항성의 중력 간섭 등으로 인해 궤도가 뒤틀리게 되면, 태양계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혜성이 된다는 것이다.

현재 명왕성 탐사를 목표로 발사된 뉴허라이즌스호가 카이퍼벨트를 통과 중에 있다. 아직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는 카이퍼벨트의 얼굴과 태양계 생성의 비밀에 조금씩 다가서며 말이다.


또다시 태양계 바깥쪽으로의 여정을 계속해 보자. 카이퍼 벨트를 지나 계속 항해를 하면 드디어 태양계의 첫 번째 경계에 도달하게 된다. 태양권계면에 도착한 것이다. 태양권계면(太陽圈界面, Heliopause)이란, 태양풍이 도달할 수 있는 구간인 태양권(太陽圈, Heliosphere)과 태양풍이 도달할 수 없는 구간인 비태양권과의 경계면을 이르는 말이다. 태양계 공간은 여러 가지 미세한 성간물질들이 무수히 퍼져 있어서, 태양에서 출발한 태양풍이 성간물질들과의 마찰에 의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이 지점의 연결면이 바로 태양권계면이다.

태양권계면은 태양으로부터 130~160AU까지의 지점에 펼쳐져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인류가 쏘아 올린 태양계 탐사선인 보이저 1호와 2호는, 2012년과 2018년 경에 각각 태양권계면을 벗어났다.

그리고 조금 전 태양권계면을 소개하면서, 그것을 태양계의 첫 번째 경계라고 언급했는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태양권계면보다 훨씬 더 먼 곳에 두 번째 경계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오르트 구름대이다. 오르트 구름대는 태양의 중력이 최종적으로 미치는 곳을 기준으로 한 태양계의 마지막 경계이자 태양계의 마지막 구조물이기도 하다. 다음 편에서 그것을 한번 만나보자.


<태양계의 구조물 ③-③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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