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로서의 지구가 아닌, 행성으로서의 지구
이제 우리 사는 곳 지구를 들여다볼 차례다. 지구는 2부 <지구>에서 별도로 살펴볼 예정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우리 보금자리로서의 지구가 아닌, 태양계 행성 중 하나로서의 지구를 개략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지구는 태양계에서, 그리고 인간의 인지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우주를 통틀어 생명체가 존재하는 유일한 행성이다. 표면이 액체 상태의 물로 이루어진 바다가 있는 유일한 행성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구는 마치 자신이 하나의 생명체인 것처럼 활발한 표면 활동을 하고 있는 행성이기도 하다. 바람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며 태풍을 몰아쳐 가면서 활발한 대기 순환 활동을 하는가 하면, 화산을 폭발시키고 땅덩어리를 움직여가며 잠시도 쉬지 않고 지각 활동을 하고 있다. 금성에서의 지각 활동과 화성에서의 대기순환 활동은 지구의 화려하고 다채로운 활동에 비하면 어린 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구는 표면의 71퍼센트를 액체 상태의 물로 된 바다가 차지하고 있고, 암석으로 구성된 육지가 나머지 29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위를 산소 21퍼센트, 질소 78퍼센트와 그 외 공기로 구성된 맑은 대기가 감싸고 있다. 지구의 내부는 철, 니켈과 같은 금속으로 이루어진 핵과 액체 상태로 된 고온의 암석인 맨틀로 구성되어 있고, 그 위를 암석층으로 이루어진 지각이 얇게 감싸고 있다. 핵은 또다시 고체 상태의 내핵과 액체 상태의 외핵으로 나누어지는데, 움직이지 않는 내핵과 움직이는 외핵과의 마찰 즉 금속끼리의 마찰로 인해 전기가 발생하면서 이것이 지구 자기장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 핵 바깥쪽에 있는 액체 상태의 맨틀에서는 대류작용이 일어나는데 이것이 지각에 영향을 미쳐 지각 활동의 근원이 되어 준다. 그리고 지구는 알맞은 정도로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다. 이 덕분에 중위도 지대에서는 사계절이라는 황홀한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지구는 태양계에서 태양과의 위치로는 세 번째에 위치하고 있고, 크기로는 다섯 번째이다. 밀도는 태양계에서 가장 큰데, 지구형 행성 중에서 가장 무거운 행성이기도 하다. 그리고 달이라고 하는 근사한 위성을 하나 갖고 있다.
<지구> 미국 아폴로 17호가 찍은 사진
지구는 마침 태양계의 골디락스존(Goldilocks zone,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또 마침 액체 상태로 된 물이 존재하고 있고, 표면의 온도를 알맞게 유지해줄 딱 적당량의 온실가스가 분포하고 있다. 생명체가 탄생하고, 그 생명력을 유지하며, 나아가 진화를 해 갈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명체가 태어나더니, 수많은 우연과 인고를 거치며 지금의 우리, 인류가 탄생하기까지 이르렀다. 누군가의 말처럼 지구는 우주의 오아시스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구역이라는 뜻이다. 어떤 항성계가 거느리고 있는 행성에서 생명체가 존재하려면, 그 행성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될 정도로 모항성과의 적당한 거리 구간에 위치해야 한다. 그 구간이 골디락스 존이다]
<태양계의 형제들 ⑦-④ 화성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