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침공한 유일한 외계 행성 - 화성
지구를 침공한 유일한 외계 행성이 있다. 화성이다. 1894년! 추위를 견디다 못한 화성인들이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지구를 침공했다. 월등히 앞선 기술 문명을 앞세워 화성인들은 지구인의 방어망을 손쉽게 뚫어 버렸다. 지구의 미물인 박테리아의 공격을 받고 결국 화성인은 물러가게 되지만 말이다. 1897년에 출간된 영국의 조지 웰스가 쓴 소설 ‘우주 전쟁’의 내용이다. 이후 이 우주 전쟁은 같은 제목의 영화와 드라마로도 여러 번 제작되었다.
소설이 나오기 전인 1878년에는 화성 표면에서 인공 운하가 발견되었다. 수성이나 금성과는 달리 화성의 표면은 지구에서 직접 관찰이 가능한 데, 이때 처음으로 운하가 관측된 것이다. 사람들은 열광하기 시작했고, 화성에 대한 관심은 최고조에 달했다. 금성은 그 영롱함으로 인류의 오랜 벗이 되어왔지만, 19세기에 이르러 제 모습을 슬슬 드러내기 시작하는 화성의 인기 앞에서 뒷자리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1895년, 미국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의 ‘화성의 운하는 지각있는 생명체에 의한 관개수로일 수 있다’라는 공식 발표는 사람들의 화성에 대한 관심과 외계 생명체에 대한 기대에 불을 붙였다.
크기의 문제만 아니라면, 사실 화성은 판박이라 해도 될 정도로 지구와 많이 닮아있다. 닮았다는 면에서 금성을 능가한다. 하루의 길이가 지구와 사실상 같고, 자전축의 기울기 또한 지구와 거의 같다. 낮과 밤이 있고, 사계절이 있다. 하늘에 한 번씩 구름이 끼는가 하면, 지상에서는 가끔씩 모래폭풍이 인다. 영락없는 지구의 판박이다. 농도가 조금 더 짙으며 산소를 머금은 대기가 있어 주고, 액체 상태의 물만 조금 있어 준다면 어쩌면 화성은 제2의 지구가 되었을 수도 있다. 생명을 꽃피웠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19세기 말에 불붙었던 화성에 대한 관심과 기대 그리고 화성의 이러한 친지구적 성향은 우주전쟁이라는 소설의 탄생을 불러왔고, 애꿎은 화성인과 지구인에게 행성 간 전쟁까지 치르게 했다.
화성의 신상정보를 한번 훑어보자. 지각은 지구와 비슷하게 규산염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표면이 주로 산화철(녹슨 철)로 덮여 있어서 행성 전체가 붉은색으로 보인다. 지구에서도 빨갛게 빛나는 모습으로 화성을 볼 수 있는 이유다. 한편 대기는 아주 옅어서 기압이 지구의 1퍼센트에도 미치지 않는다. 대기의 주성분이 이산화탄소이기는 하지만 전체 대기의 농도가 너무 옅은 까닭에 화성에서는 온실효과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화성에서는 금성과는 정반대의 기상 현상이 일어난다. 금성이 높은 기압에다 온실가스의 영향으로 기온을 항상 464도로 유지하는데 반해, 화성은 영하 143도에서 영상 20도 정도로 편차가 매우 큰 기온을 보이고 있다.
화성은 태양계에서 수성 다음으로 작은 행성이지만, 크기 부문에서 태양계 최대를 자랑하는 두 가지 타이틀을 갖고 있다. 마리너 대협곡과 올림포스 화산이 그것이다. 마리너 대협곡(Mariner Valley 영어, Valles Marineris 라틴어)은 길이 4,000킬로미터, 폭 최장 600킬로미터, 깊이 7킬로미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협곡이다. 지구의 그랜드캐니언도 여기에 비교하면 그저 평범한 하나의 지류에 불과할 정도다. 앞서 이야기한 19세기 말에 사람들이 발견했다던 화성의 ‘운하’가 마리너 대협곡이었다. 그리고 협곡의 서쪽 끝에는 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산 올림포스 화산(Olympus Mons)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높이가 무려 24킬로미터나 된다. 화성에서는 지구와 달리 열점(hot spot)이* 이동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어서 24킬로미터에 이르는 높이까지 화산이 생성될 수 있었다.
한편 화성은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태양계에서 어엿하게 어른 반열에 들어가 있다. 비록 아주 작은 질량을 가진 것에 불과하지만 슬하에 자연 위성을 둘이나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둘레가 각각 70킬로미터, 39킬로미터 정도 되는 포보스, 데이모스라고 하는 위성들이다. 이들 위성은 중력이 작아 감자처럼 모양이 울퉁불퉁하다.
[*열점은 용암의 원점(原點)이라 할 수 있다. 맨틀과 지각 사이로 연결되어 있는 공간, 통로이다. 지구에서는 이 열점이 계속 이동한다. 대표적인 예가 하와이 열도이다. 열점의 이동 방향을 따라 화산섬이 줄지어 있다.]
화성에도 물이 있을까? 이 질문은 화성에 관한 인간의 최대 관심사였다. 화성의 생명체 존재 여부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화성에도 과거에는 물이 있었던 게 간접적으로 확인되었다. 2004년부터 임무를 시작한 화성 탐사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가, 물이 없었다면 만들어질 수 없는 암석을 발견한 것이었다. 또 그보다 앞선 2003년에는 화성 궤도 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호가 화성 남극 일대에 상당량의 물이 얼음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사를 통해 확인하였다. 그러던 중 마침내 화성 탐사로봇 피닉스가 화성토양을 채취해 토양 속에 물이 얼음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을 직접 확인하였다. 화성에서 채취한 흙을 ‘우주 오븐’에 넣고 가열하자 수증기(물의 증기인 수증기를 말한다)가 발생했던 것이다. 생명체 탄생의 두 번째 조건인 물이 화성에도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이다. 2008년도의 일이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의 나사에서는 ‘우주생물학’이라는 학문 분과를 만들어 외계 생명체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기도 했다.
<지구와 화성의 크기 비교>
글의 첫머리에서 지구와 화성의 유사점을 이야기한 바 있지만, 사실 그것은 태양계 관점에서의 이야기다. 사람의 관점에서 보는 화성의 분위기는 지구와 정반대다. 평균 온도는 영하 63도 정도이고 공기가 너무나도 희박하다. 눈에 보이는 분위기는 황량함 그 자체다. 사방을 둘러 보아도 붉디붉은 바위투성이에 모래 바람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그 어느 행성보다 많은 탐사선들을 화성을 향해 쏘아 올렸다. 지금도 6대의 인공위성이 화성 주위를 계속 맴돌고 있고, 1대의 탐사로봇이 화성의 표면을 돌아다니고 있다.
화성의 영어명인 마스(Mars)는 그리스신화의 전쟁의 신을 의미한다. 옛날 우리나라에선 형혹성(熒惑星)이라 불렀다. 재난이나 병란을 부르는 별이라는 의미다. ‘熒(형)’은 ‘등불, 빛나다, 밝다’를, ‘惑(혹)’은 ‘유혹, 정신을 혼미하게 하다’를 뜻한다. 그리고 화성은 <금성> 단락에서 이야기했듯 남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당연히 심벌은 ♂이다.
<태양계의 형제들 ⑦-⑤ 목성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