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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에서 인류까지 23 혜성같이 ③-① 에피소드

재앙을 부르던 불길의 상징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깜짝 스타의 상징으로

by 할리데이

태양계에는 혜성같이 나타났다가 혜성처럼 사라져 가는 기린아가 있다. 말 그대로 혜성이다. 꼬리를 길게 드리운 황홀한 형상으로 어딘지도 모를 곳에서 갑자기 나타났다가 또 갑자기 사라져 가는 혜성 말이다.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비운의 장막 뒤로 쓸쓸히 퇴장해 가는 청춘스타를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하는 그 혜성이다. 이제 혜성을 만나 볼 차례다.

혜성(彗星, comet)은 가스 상태로 빛나는 꼬리를 드리운 채 태양을 중심으로 긴 타원이나 포물선을 그리며 운행하는 천체를 말한다. 순우리말로는 살별, 꼬리별이라고도 하는데, 혜성의 ‘혜(彗)’는 빗자루를 의미한다. 그리고 어떤 분야에서 갑자기 뛰어나게 드러나는 존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스타의 깜짝 등장을 알리는 오늘날 혜성의 좋은 이미지와는 달리, 운행원리와 실체를 알기 전의 혜성은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부정(不貞)과 불운과 불길의 상징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혜성을, 완벽하게 운행되고 있는 천상의 질서정연한 법칙을 깨뜨리는 부정한 존재로 인식했다. 중세의 유럽에서는 교회에서조차 혜성을 재앙을 부르는 불운의 경고로 여기고 있었고, 동아시아에서는 아예 왕조를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의 불길한 징조로까지 여기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456년 단종을 다시 복위시키려던 사육신의 난이 일어나자 그 사건이 혜성의 출현 때문이었다는 기록을 실록에 남기기도 했다.


<핼리혜성> 1910년 6월 6일 촬영

이 핼리혜성은 당시의 유럽 사람들에게 극도의 공포감을 안겨 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에드먼드 핼리(Edmond Halley, 1656~1742, 영국)에 의해 혜성의 존재와 개념이 정립되고 난 뒤 오히려 더 큰 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먼 과거도 아닌 1910년, 천체 관측 기술과 분석기법이 발전하면서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핼리혜성의 꼬리에 시안화물(청산가리, 독극물)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 확인으로 당시 유럽에서는 큰 혼란이 일어났다. 당시의 과학은 이미 근대과학의 수준을 넘어 현대과학으로의 문턱을 막 넘어서던 상황이었는데도 유럽 사회가 혼란에 빠진 것이다. 혜성의 꼬리에 있던 독극물로 인한 위험도는 당시 기준 대도시의 일반 공해 수준보다도 미약했지만 그것은 위안이 될 수 없었다. 수많은 유언비어와 염세적인 분위기가 유럽 사회를 뒤덮었고,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한판 놀고 보자는 종말 파티가 도처에서 열렸다. 괴이한 형상을 띠고,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져 가는 혜성을 보면서 옛사람들이 느꼈을 공포감과 경외심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③-② 혜성의 신상정보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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