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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사회 02-01 사라진 냄새

어제보다 나은 오늘

by 할리데이

“야! 냄새가 하나도 안나!” 참으로 뜬금없는 대답이었습니다.

35년 만에 미국에서 우리나라를 다시 찾은 이모에게서 돌아온 생뚱맞기 그지없는 대답이었지요.

35년 만에 돌아와서 본 고국에 대한 소감과,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에 대한 느낌을 묻는 질문에,

전혀 생각지 못했고 다소 실망스럽기까지 한 대답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발전상이 너무나도 놀라웠다는, 풍요가 느껴지는 고향의 모습에 감격스러웠다는 대답을 당연히 기대했기에 더욱 그러했지요.


사실, 이모는 우리나라를 35년 전에 떠난 게 아니었습니다.

처음 우리나라를 떠난 건 45년도 더 넘었었지요.

그리고선 2~3년마다 한번씩 한국을 방문하곤 하다가,

35년 전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영 떠나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 그러니까 2~3년마다 한번씩 한국을 방문하던 그때, 그렇게 냄새가 나더랍니다.

냄새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고,

그 무렵 우리나라를 방문할 일정을 잡을 때면 냄새 때문에 방문 계획이 망설여지곤 했답니다.

다만 그때는 그걸 우리들에게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었다면서. 이번 방문을 앞두고도 냄새에 대한 걱정이 반사적으로 일어나더랍니다.

그랬던 우리나라에 와서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답니다.

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아서 말이죠.


사실 우리는 잊고 있었습니다. 서서히 없어져 간 까닭에 우리는 모르고 있었던 거지요.

돌이켜 생각해 보니까 그 냄새가 기억납니다.

코를 찌르던 시골의 거름 냄새, 온 마을에 가득 차 있던 소여물 냄새랑 굴뚝 냄새. 그리고 동네를 진동시키며 집집마다 뿜어져 나오던 도시의 인분냄새...

서서히 없어져 갔던 까닭에 잊고만 있었던 그 냄새가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하지만 이모는 그 냄새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던가 봅니다.

이제 냄새가 하나도 안 난다던 이모의 말은 저에게 잊어버렸던 것들에 대한 상기와, 약간의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리고 대화가 끝나갈 무렵, 스트레이트 펀치로 이어진 이모의 한마디는 저를 더욱 충격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한국 정말 스마트해졌다. 얘!”


충격이었습니다.

스마트사회(스마트시티)에 대한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었습니다.

하지만 ‘냄새가 나지 않는 도시가 스마트사회다’라는 명제 전개는 참으로 생각도 해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신선한 충격이었지요. 그렇습니다. 쉽더군요.

어제보다 나은 오늘, 이전보다 더 나아진(편리해진, 풍요로워진, 안전해진 등등) 현재의 삶의 공간이

바로 스마트사회인 겁니다.

한동안 무관(無冠, 타이틀이 없는 것)으로 있다가,

84년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더니 결국 88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보니 블레어라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이렇게 말했다지요.

“성공이란, 당신이 이전보다 잘했다는 것. 그것이다.”라고 말입니다.

이 말은 이렇게 바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마트사회란, 사회가 그전보다 나아졌다는 것. 그것이다.”라고 말입니다.


흔히들, ICT 기술을 토대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며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는 것이 스마트한 사회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것을 다시 한번 쉽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해 가는 스마트한 삶, 그런 삶들이 모이고 모인 것이 바로 스마트사회다라고 말이죠.


하지만 아직 고민이 남습니다. 질문을 하나 드려 볼게요. 그렇다면 단순히 어제보다 나은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것만으로 과연 스마트사회가 완성되는 걸까요? 낫다는 건 뭘 의미하지요?라고 말입니다. 고민이 깊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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