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전문가가 들여다 본 기원 탐구 이야기
오늘의 글∣우주 > 빅뱅 > 별의 일생
빅뱅 이후, 우주는 자신의 드넓은 공간 곳곳에 수많은 후손들을 퍼뜨렸다. 쿼크와 렙톤, 광자와 같은 1세대 자식들을 퍼뜨렸고, 그 자식들의 자식인 원자핵, 또 그것들의 자식인 각종 성간물질들을 만들어 냈다. 결국 우주는 그 성간물질들을 이리저리 주무르고 반죽해서 가장 성공한 후손인 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별 덕분에 밋밋하고 어둡기만 하던 우주 공간은 드디어 화려하고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나아가 우주는, 별들의 희생으로 원소라는 이름의 온갖 자양분이 가득 찬 풍성한 세상이 되었다.
빅뱅 후 138억 년. 우리 인간도 그 자양분으로 몸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신의 몸을 불사르며 내뿜어 주는 별의 에너지를 받아 우리는 몸을 지탱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별의 자식인 것이다. 우리들의 어버이인 별들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원자핵과 전자가 결합하여 수소와 헬륨 원소가 만들어 지면서 우주 공간에서는 중력수축*이 일어나게 된다. 질량을 가진 물질들 사이에 중력이 작용하면서 서로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수축이 점점 진행되면서 중력은 더 커지게 되고, 더 커진 중력은 주변 물질들을 더욱 많이 흡수하면서 물질들의 덩치는 더욱 커지게 된다. 이제 그것들의 내부에서는 기체들 간의 격렬한 충돌로 엄청난 온도 상승이 일어난다.
뭉쳐진 물체의 중심부 온도가 높아지게 되면 원자들 사이에서는 소립자들을 한데로 묶어 주는 힘인 강력(强力)이 작용하기 시작한다. 이 강력의 작용으로 여러 개의 원자핵이 하나의 원자핵으로 결합하게 된다. 네 개의 수소 원자핵이 결합해 하나의 헬륨으로 새로이 태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 수소 원자핵 네 개의 질량보다 헬륨 원자핵 하나의 질량이 더 작아지는 미세한 질량감소가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이 사라진 미세한 질량이 엄청난 크기의 에너지로 전환된다. 원자핵의 결합과 새로운 원소의 탄생, 질량감소와 그에 따른 에너지의 생성, 바로 핵융합이 시작되는 장면이다.
그리고 핵융합의 결과로 발생한 에너지는 감마선 형태로 방출된다. 하지만 이 감마선이 물체의 표면으로 밀려나는 과정에 온도가 내려가면서 주파수 대역이 가시광선 대역으로 변환된다. 가시광선 즉 사람의 눈에 보이는 좁은 의미의 빛으로 변환되는 순간이다. 빅뱅 후 3억 년이 지날 무렵, 이렇게 최초의 별이 탄생했다.
성간물질들이 모여 중력수축을 일으키며 일정한 형태를 갖추고, 그 내부에서 수소를 연료 삼아 엄청나게 성능 좋은 화로를 지피고 있는 것, 별의 또 다른 정의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탄생한 별도 유한(有限)의 삶을 가진다. 별로서의 한 생애를 살다가 결국에는 죽음의 단계를 맞이하며 말이다.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도 친숙한 별인 태양을 따라 별의 일생을 한번 살펴보자.
약 50억 년 전 우주의 먼지에서 태어난 태양은 지금으로부터 다시 50억 년 정도가 지나면 현재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그때쯤이면 태양은 연료인 수소를 거의 다 써버리고, 수소의 재라고 할 수 있는 헬륨만 남은 상태가 된다. 하지만 우리의 태양은 핵융합을 한 번 더 일으킬 정도의 질량과 그에 걸맞는 크기의 중력을 지니고 있다. 중력의 힘으로 다시 한번 수축을 시작하면서, 태양은 헬륨을 연료 삼아 2차 핵융합을 시작한다. 탄소를 재로 내뱉으며 말이다. 장엄하면서도 무시무시한 쇼를 예고하며 태양이 변신을 시작하는 장면이다.
태양은 핵 내부에서 헬륨을 연료로 새로운 핵융합을 일으키지만, 핵의 경계부에서 당초에 타고 있던 잔여 수소를 연료로 하는 핵융합을 동시에 일으킨다. 한 몸뚱이 안에서 이중으로 핵융합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이중 핵융합으로 태양은 외부가 폭발적으로 팽창한다.** 보통의 별이던 태양이 적색거성(赤色巨星)***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렇게 적색거성이 된 태양은 지구마저 집어삼킬 정도로 크기가 커지는, 장엄하면서도 무시무시한 쇼를 연출한다.
하지만 적색거성이 된 태양은 이 쇼를 끝으로 생의 마감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헬륨마저 모두 태운 태양이, 약해진 중력 때문에 자신의 몸체마저 유지할 수 없게 되면서. 외각부의 껍질을 우주로 방출하기 시작하면서다. 이같은 방출은 중심부의 고밀도 물질만 남을 때까지 계속되는데, 태양은 결국 고밀도 물질만으로 이루어진 백색왜성(白色矮星)으로 다시 한번 변신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30억 년 정도의 세월이 흐르면, 태양은 그나마 지니고 있던 에너지를 모두 잃어버리고 흑색왜성(黑色矮星)이라는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한다. 그리고 우주에서는 영원히 관측되지 않는, 사실상의 무존재 상태가 돼버린다.
태양과 질량이 비슷한 대부분의 별들은 같은 과정을 거치며 별로서의 일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질량이 태양의 몇 배 이상인 별들은 더욱 격렬하고 극적인 변화의 과정을 거친다. 질량이 큰 별들은, 태양이 힘에 부쳐 재활용에 실패했던 탄소를 다시 융합하기 시작한다. 탄소에 이어 산소가, 그것이 다시 네온, 마그네슘, 규소, 황의 순서로 계속 핵융합을 하게 되고 종국에는 니켈과 코발트를 거쳐 끝으로 철을 생산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초신성(超新星)폭발을 하면서 별로서의 일생을 장엄하게 마친다. 그간에 생산했던 온갖 원소들의 찌꺼기를 우주 공간으로 방출하며 말이다. 우리가 지금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그리고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웬만한 물질들이 이렇게 생성되었던 것들이다―그래서 우리 인간은 결국 별의 후예인 것이다―. 초신성폭발은 위력이 대단해서, 어떤 은하에서 초신성 하나가 폭발하면 그 은하 전체의 별들이 내는 빛보다 더 밝은 빛을 낸다고 한다. 우리 은하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초신성이 관측될 경우, 육안 관측은 물론 낮에도 그 별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밤에는 그 별빛으로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중국의 옛 문헌에, 갑자기 나타났다가 몇 달 뒤 사라져 갔다며 기록된 객성(客星, 손님별)이라 불린 별들이 초신성이었다.
태양 규모의 별이 별로서의 일생을 흑색왜성으로 마감하는 반면, 태양보다 몇 배의 질량을 가진 별은 초신성폭발을 거친 후 중성자별을 남기고 별로서의 일생을 마감한다. 중성자별은 단위 부피당 질량이 너무나도 커서 지름이 30킬로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 중성자별도 질량이 태양과 맞먹을 정도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 극적인 드라마가 다시 한번 펼쳐진다. 태양의 몇 배가 아닌 몇십 배가 되는 엄청나게 큰 별들은 별의 생애에 있어서 하나의 과정을 더 거친다. 우주의 장막 너머로 결코 고이 퇴장하지 않고 말이다. 블랙홀이라는 이름의 우주 깡패, 아니 우주의 기린아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중력수축: 당초 옅은 밀도로 서로 흩어져 있던 질량을 가진 물질들이 중력으로 인해 좁은 공간으로 모여들면서 수축해 가는 것]
[**별은 탄생 초기 성간물질들이 중력에 의해 중심부로 수축하다가, 그 수축력과 물질의 내부압력이 균형을 이루면서 일정한 형태를 띠게 된다. 별이 생애 후반부에 이르면 최초 원료인 수소를 소진하면서 본문에서 말한 이중 핵융합을 하게 되는데 이때 강한 내부압력으로 균형이 깨지며 외부가 급격하게 팽창하게 된다. 태양 규모의 별이 생애 후반부에 거치는 과정이다.]
[***적색거성(Red giant)이라는 용어는, 별의 외부가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밀도와 온도가 낮아지게 되는데, 낮은 온도로 인해 표면이 적색을 띠게 된 데서 유래했다. 적색거성은 크기가 원래 별(주계열성, 후술할 <태양>편 참조)의 수십~수백 배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