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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에서 인류까지 40 지구 형성 ②-①

지구 > 지구의 탄생 > 윤곽 갖추기 - 지구 형성 ②-①

by 할리데이

처음 생성될 무렵의 지구는 지금의 지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냥 불덩어리였다. 46억 년 전경, 초창기의 태양계는 지금 같은 정돈 상태가 아니었다. 그때까지 행성체로 성장하지 못한 채 사방에 널려있던 소행성들은 서로 자기들끼리, 때로는 행성으로 모습을 갖추어 가던 원시 행성체들과의 충돌을 거듭하며 태양계를 혼돈의 도가니로 만들고 있었다. 때로는 원시 행성체들 간의 거대 충돌이 있기도 했다. 이러한 혼돈의 도가니 속에 자리하고 있던 우리 지구 또한 성장통을 고스란히 겪을 수밖에 없었다. 소행성들과의 끊임없는 충돌과 테이아와의 대충돌로 발생한 열에너지는 지구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거기에 지구 내부에서 분출되는 뜨거운 마그마가 더해진 지구는 전설에 나오는 불지옥이나 다를 바 없는 세상이었을 것이다. 그 무렵 지구의 표면은 지금과 같은 단단한 고체 암석이 아닌, 열에 의해 용융(鎔融)된 암석으로 뒤덮인 액체 상태였다. 오늘날 우리가 화산 폭발에서나 볼 수 있는 마그마가 온 지구를 뒤덮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행성으로서의 지구가 생성되던 과정을 <태양계> 편과 <달이야기> 편에서 살펴보았다. 원시 태양계에서 원시행성계 원반이 형성되면서 태양계 내의 다른 형제 행성들과 함께 지구가 탄생하였음을, 그리고 테이아가 그 원시 지구와 합쳐지면서 행성으로서의 지구의 윤곽이 갖추어졌음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이제 새로이 알아보자. ‘마그마바다’라고 불리며 암석조차 용융 상태로 있던 불덩이 원시지구가, 어떻게 단단한 지각을 기반으로 온갖 생물들이 만발하는 생명의 공간으로 탈바꿈해 올 수 있었는지 말이다.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치며 대기가 생성되고, 바다가 생겨났으며, 생명이 탄생했는지 말이다.


지금의 지구는 고체 상태의 내핵, 액체 상태의 외핵과 고밀도의 용융 암석으로 이루어진 맨틀, 그리고 비교적 가볍고 얇은 암석층으로 이루어진 지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생성 초기 무렵의 지구는 액체 상태의 맨틀과, 무거운 금속으로 이루어진 액체 상태의 핵으로만 구성되어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무렵 지구는 지각이 형성되지도 않은 채,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펄펄 끓는 액체 암석으로 이루어진 마그마바다가 표면을 뒤덮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지금과 같은 형태의 대기(大氣)도 바다도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 법칙에 의하면, 시간이 지나면 모든 물체는 반드시 식는다. 새로운 에너지가 투입되지 않는 한 말이다. 용융 상태에 있던 지구 또한 식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 예정되어 있었다. 테이아와의 충돌 후 자연스럽게 시간은 흘러갔고 소행성과의 충돌도 점점 잦아들었다. 지구 표면의 온도는 내려가기 시작했고, 노출되어 있던 표면부터 서서히 고체 형태의 결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흡사 겨울날 호수에서 수면부터 살얼음이 끼듯 생성 초기의 지구도 표면에서부터 서서히 고체 결정, 다르게 말해 단단한 암석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때 마그마바다에서 처음 생기기 시작한 고체 결정은 감람암(橄欖巖)이었다. 철과 마그네슘으로 구성된 감람암은 규산염(硅酸鹽)* 광물의 일종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감람암은 밀도가 마그마의 평균 밀도보다 높아서, 마그마바다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마그마바다가 식어갈수록 그것의 하부는 단단해진 감람암 결정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철과 마그네슘 즉 감람암질이 빠져나간 마그마바다는 현무암질이 남게 되었고, 이 현무암질의 마그마가 굳으면서 최초의 원시 지각을 형성하게 되었다. 현무암질 암석은 지금도 지각의 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규산염이란 규소와 산소의 화학적 결합물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지구에서 가장 흔한 광물이며 알려진 종류만 1,300종이 넘는다. 석영, 장석, 휘석, 감람석 등이 있다. 지각과 맨틀의 대부분이 규산염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지각의 경우 97%가 규산염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무암도 당연히 규산염의 일종이다.]


그런데 이때, 맨틀과 접하고 있던 현무암질 지각의 아랫부분이 맨틀의 열에 의해 부분적으로 다시 녹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곳에서 생성된 용융 암석은 당초 마그마바다에서 감람암질과 현무암질이 빠져나갔기 때문에 규소와 칼륨과 나트륨이 남은 화강암질 마그마로 변하기 시작했다. 화강암이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이 화강암은 무게가 현무암보다 가벼워서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화강암이 지구 표면으로 떠오르면서 본격적으로 오늘날의 지각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화강암질 마그마가 많이 함유된 지대는 화강암이 높이 솟아오르면서 고지대를 형성하게 되었고, 적게 함유된 지대는 화강암이 적게 생성되면서 상대적으로 저지대로 머물게 되었다. 이것은 훗날 고지대는 대륙지각으로, 저지대는 해양지각으로 분화의 길을 걷는 분기점이 된다.



<윤곽 갖추기 - 지구 형성 ②-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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