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이야기 2-2, 석탄 생성의 비밀

석탄은 왜 하필 석탄기에 그렇게 많이, 그리고 어떻게 생성되었을까?

by 할리데이

석탄은 석탄기라 불리는 지질시대에 무더기로 만들어졌다. 석탄기石炭紀, Carboniferous period(카본기라고도 한다)는 현생누대 고생대의 다섯 번째 기로 3억 5920만 년 전부터 2억 9900만 년 전까지의 시기이다. 명칭에서 보듯 석탄기는 석탄이 대량으로 생성되던 시기를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면 석탄기에는 어떤 지질학적 또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작용했기에 불리는 명칭마저 ‘석탄’기라 할 정도로 많은 석탄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석탄기는 이전 지질시대인 데본기와는 달리 식물들이 본격적으로 번성을 이루던 시기였다. 씨가 있는 식물들이 나타나고 키와 덩치가 큰 나무들이 등장하면서 지구가 온통 푸른 물결로 뒤덮이던 시기였다. 그리고 이 식물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가속화하는 진화의 과정을 밟으며 석탄으로의 변신을 위한 장도壯途에 나선 시기이기도 했다. 울창해진 숲에서 햇빛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며 식물들은 키가 더욱 커졌고, 큰 키를 지탱하기 위해 줄기는 더 굵어지고 단단해졌다. 몸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잎의 크기는 확연하게 작아지기까지 했다. 여기에 더해, 더 커지고 더 굵어진 몸집을 지탱하기 위해 석탄기의 식물들은 리그닌lignin이라는 물질을 줄기와 껍질에 함유하기 시작했다. 리그닌은 목질류 식물의 줄기나 껍질 조직을 단단하게 변화시켜 식물의 몸체를 지탱하도록 하는 성분을 지닌 고분자 화합물을 말한다. 석탄기에 이르러 전성기를 맞이한 식물들이 커진 덩치를 지탱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줄기와 껍질에 리그닌을 장착하는 쪽으로 진화의 방향을 맞춘 것이다.


반면 석탄기에는 리그닌을 분해할 능력을 가진 세균이나 균류(곰팡이류)가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 식물들의 진화 속도가 워낙 급격해서 그것에 대응할 세균류 등의 공진화共進化(한 종류의 생물집단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면 관련된 다른 생물집단도 그에 맞추어 특정 방향으로 함께 진화하는 현상. 포식자와 피식자, 기생생물과 숙주가 서로 대응하는 과정에 주로 발생한다.)가 미처 일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이것은 엄청난 함의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리그닌을 함유하고 있던 당시의 대형 식물들은 죽어서도 분해되지 않는다는 것, 즉 죽은 잔해가 상당 기간 형체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했고, 이것은 나아가 석탄기에는 대형 식물들의 썩지 않는 잔해들이 수도 없이 쌓여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쌓인 목질류의 잔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퇴적암의 형태로 변성되어 석탄화石炭化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석탄은 목질류의 유해가 쌓였다가 탄화 과정을 거치며 생성된 퇴적암의 일종이다.) 수도 없이 쌓인 식물들의 잔해는 해침海浸과 해퇴海退의(해침은 저지대에 바닷물이 들어차는 것을 말하고, 해퇴는 바닷물이 빠져 나가면서 물에 잠겨있던 얕은 바다가 육지화하는 것을 말한다. 해침은 온난기에 해퇴는 빙하기에 주로 발생한다.) 작용으로 퇴적 과정을 거치기 시작했고, 그것들의 위로 육지로부터 유기물을 함유한 입자들이 다시 유입, 퇴적되면서 그 잔해들은 점차 화석화하기 시작했다. 이것들이 지열과 지압地壓을 받아 퇴적암으로서의 석탄의 원형을 생성시킨 것이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며 석탄기에는 석탄이 무더기로 생성되었다.


석탄이 무더기로 생성되던 이 지질시대를 우리는 석탄기라고 부르고 있다. 막대한 양의 석탄이 그 시기에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층서위원회를 비롯한 관련 학자들이 석탄기를 석탄기라 부르는 데에는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다. 놀랍게도 석탄기 이외의 시대에는 석탄이 거의 생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석탄은 오로지 석탄기라는 지질시대에만 본격적인 생성이 이루어졌다. 석탄기의 전 지질시대인 데본기 이전 시대에는 아예 석탄이 생성되질 않았고, 다음 지질시대인 페름기 이후로는 아주 드물게 석탄이 생성되었을 뿐이다. 데본기 이전의 자그마한 식물들은 리그닌 성분을 함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석탄이 생성될 수 없었고, 페름기 이후의 식물들은 비록 리그닌 성분을 지니고는 있었지만, 그 시기에 이르러서는 공진화가 일어나 리그닌을 분해할 수 있는 균류와 곤충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식물의 잔해들이 퇴적층을 이루기도 전에 대부분 분해되고 말았던 것이다.


석탄기에는 석탄의 대량 생성이라는 지질학적 특징 외에 생물학적으로도 다양한 활동이 일어났다. 겉씨식물이 나타났으며 파충류와 곤충이 탄생하였다. 특히 곤충의 경우 당시 대기의 풍부한 산소 덕분에 생장이 매우 활발했는데, 크기가 60센티미터에 달하는 잠자리가 존재하기도 했다. 석탄기에는 이외에도 지질학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많은 특징들과 주목할만한 사건들이 있었지만 세부적인 이야기는 생략하고자 한다. 다만 이 시기는, 앞서 이야기했듯 이전의 그 어느 시기보다도 식물이 번성하던 시기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양치식물이 전성기를 이루며 이번 편의 주제어인 ‘석탄’의 주원료가 되어 주었다. 이 양치식물들은 훗날 쥐라기와 백악기에 이르러 공룡들의 훌륭한 영양 공급원이 되어 주기도 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석탄 이야기 2-1, 산업혁명=에너지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