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야기 2-1

쥬라기공원

by 할리데이

1993년 7월, 영화 쥬라기공원이 개봉되었다. 당시 이 영화는 실사화면과 컴퓨터 그래픽을 합성한 화면기법을 처음 선보이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제작비 대비 176배에 이르는 수익을 올리며 요즘 말로 초대박 흥행을 거두기까지 했다. 새로운 기법을 활용해 제작한 공룡이 등장하는 화면은 그때까지 접하던 공룡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날렵한 육식공룡 벨로시랩터, 거대 육식 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 그보다 더 거대한 초식공룡들이 바로 눈앞에서 움직이는 듯했다. 그것들이 울부짖는 소리와 걸을 때 울리던 땅의 진동은(물론 소리로 표현되었지만) 실제 상황보다도 더 실감났다. 아주 재미있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쥬라기공원이라 제목 붙여진 이 영화는 쥐라기(Jurassic period)시대 지구를 주름잡으며 번성하던 공룡(恐龍, dinosaur)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였다.


코스타리카 서해안(동태평양)의 한 섬(가상의 섬)에 조성된 공룡테마파크 ‘쥬라기공원’은 살육이 판치는 공포의 도가니로 변해있었다. 테마파크의 보안시스템이 망가져, 유전자 복원으로 재탄생한 공룡들이 탈출하면서 섬 전체가 그들의 세상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이미 동료들을 여럿 잃은 주인공 일행은 날렵하고 영리한 벨로시랩터라는 육식공룡에게 쫓기다가 테마파크의 관리동으로 겨우 피신한다. 하지만 안도의 숨을 채 돌리기도 전, 집요하게 추격해 온 벨로시랩터들에게 포위된 주인공 일행이 꼼짝없이 죽임을 당하게 된 순간, 홀연히 나타난 거대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가 벨로시랩터를 간단하게 처치해 버린다. 영화 초반부에서 주인공들의 동료들을 무참히 살해하던 티라노사우루스가 그 장면에선 구세주가 되어 주인공들을 구해준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장면에서 마치 ‘지상 최고의 강자는 바로 나’라고 외치기라도 하듯 우렁차게 포효하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다.

영화 <쥬라기공원>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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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쥬라기공원>의 한 장면

쥬라기공원(영화 속 테마파크의 이름) 관리동의 로비에서 티라노사우루스가 포효하고 있고, 그 앞으로 ‘WHEN DINOSAURS RULED THE EARTH-공룡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라 적힌 현수막이 흩날리며 떨어지고 있다.


‘WHEN DINOSAURS RULED THE EARTH(공룡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영화가 끝을 맺던 그 장면에서 흩날리듯 티라노사우루스의 앞으로 떨어지던 플래카드에 적혀 있던 문구다.

쥐라기(Jurassic period)는 약 2억 년 전부터 1억 4500만 년 전까지의 시기를, 백악기(白堊紀, Cretaceous period)는 쥐라기가 끝나는 시점부터 약 6600만 년 전까지의 시기를 일컫는 지질시대이다. 이 두 시기는 엄연히 서로 다른 지질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지구 역사상 최강의 동물이었던 공룡들이 번성을 이루며 활약했던 시기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두 시기는 석회암이 주를 이루며 외견상 상당히 비슷한 지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반면 두 시기는 이와 같은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확연히 다른 차이점을 띠고 있기도 하다. 두 시기의 중간에 있었던 소빙하기를 경계로 기후가 달라지고 식생(植生)과 동물들의 구성 또한 많이 달라졌다. 비록 석회암질의 비슷한 지층이기는 하지만 거기에서 산출되는 화석의 양태(樣態, 모양/모습/형태)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쥐라기에는 동물의 경우 공룡을 비롯한 파충류가 전성기를 누리는 한편 포유류가 막 등장하기 시작했다. 식물의 경우도 겉씨식물이 번성을 이루지만 한편에선 속씨식물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백악기에 이르면 양상이 많이 달라진다. 동물의 경우, 겨우 명맥만 유지하던 포유동물이 설치류와 우제류 등으로 분화를 하는가 하면, 벌과 개미 등이 나타나며 곤충들이 전성시대를 열어가기도 한다. 식물 또한 꽃을 피우는 속씨식물이 번성하게 된다. 이 속씨식물과의 공생관계로 벌과 나비 같은 곤충들도 나타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공룡 역시 쥐라기 때와는 다른 종류의 공룡들이 출현하게 된다. 쥐라기에서 백악기로 넘어오는 시기의 기후변화와 속씨식물의 번성에 따른 식생의 변화로, 백악기 때 전성을 이루던 공룡들이 대부분 멸종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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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도버해협 해안가의 절벽

백악기(白堊紀)의 白은 하얗다는 뜻이고 堊은 흙이라는 뜻이다. 백악기의 지층은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하얀색을 띠고 있다. 영국 도버해협의 해안절벽은 대표적인 백악기 지층이다. 사진에서 보듯 절벽의 단구(斷口, 잘라진 면)가 새하얗다.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지층이기 때문이다.


쥐라기와 백악기는 공룡(恐龍, Dinosaur)의 시대였다. 영화 속 플래카드 문구처럼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던 때’였다. 쥐라기의 직전 시대인 트라이아스기 말에 출현해서 백악기 말까지, 2억 년 가까이 생존한 공룡은 강인한 생명력과 더불어 육중한 덩치로 지구 역사상 최강의 동물이자 세상의 지배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었다. 지금은 비록 역사의 뒤안길로 자취를 감추었지만, 지구촌 도처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화석을 통해 옛날 자신들이 누렸던 화려한 영광을 웅변하고 있다.


공룡은 파충강 공룡상목에 속하는 동물을 총칭한다. 공룡상목에 속하는 이 공룡은 다시 용반목과 조반목에 속하는 공룡으로 크게 나누어지는데, 오늘날까지 발견된 공룡의 종류는 500여 속에 1,000종을 조금 상회하고 있다. 뱀을 제외한 오늘날 대부분의 파충류가 그러하듯 공룡은 네다리와 꼬리가 있고, 비늘로 된 피부가 몸을 감싸고 있다. 그리고 공룡은 다리뼈가 골반에서 땅을 향해 수직으로 뻗어 있어서, 다리뼈가 골반에서 옆으로 뻗어 있는 악어나 도마뱀류와는 완전히 다른 계통으로 분류된다. 공룡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키 40여 미터에 몸무게가 100여 톤이나 나가는 거대한 개체에서부터 키가 30센티미터도 채 되지 않는 작은 개체에 이르기까지 덩치가 매우 다양했다. 물론 공룡들 전체의 평균 크기는 현생 동물들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서, 공룡의 화석이 최초로 발견된 후 명명된 이름조차 ‘무서운 도마뱀’이라는 뜻의 dinosaur라 지어질 정도였다.

여하튼 그 무렵 공룡은 한 시대를 주름잡으며 지구촌의 지배자로 군림했다. 개체의 수와 종의 수와 크기 면에서 여타 동물들을 압도하며 쥐라기와 백악기를 관통하는 긴 세월을 지구촌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공룡은 어째서 그렇게 거대해질 수가 있었나. 그리고 어째서 그렇게 긴 세월 동안 생존을 이어갈 수 있었나 라는 질문이다. 그것도 지구촌 최강자라는 타이틀을 내놓지 않으면서 말이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탐구해야 하는 지구의 역사 이야기가 늘 그러하듯, 이것에 대해서도 아직 명쾌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먹을 것이 풍부해서라는 설, 온난 습윤하던 기후가 파충류의 생장에 유리했을 거라는 설, 현재보다 높았던 대기의 산소비율 덕분이라는 설 등이 있지만 어느 것도 그 이유를 분명하게 밝혀주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공룡의 생장에 비교적 유리했던 당시의 기후 환경과 그 기후에 적응한 공룡들의 환경 적합성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덕분이라는 개략적인 견해에 학자들이 의견을 모으고 있다. (공룡이야기 2-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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