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생존?
백악기라는 지질시대가 저물어 갈 무렵, 세상을 지배하던 공룡들도 급작스러운 절멸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백악기의 끝자락에서 신생대 제3기로 접어들 무렵, 공룡뿐 아니라 중생대를 장식하던 수많은 생물종들이 대량 멸종 사태를 겪을 무렵, 이 대멸종의 격랑을 극복하지 못하고 공룡들도 절멸의 운명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대멸종과 함께한 공룡의 절멸 사태는 중생대를 마감하고 신생대로의 문을 여는 신호탄이 되었다.
백악기 말에 이르러 공룡을 비롯한 수많은 생물종들이 멸종의 길을 가게 된 것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가설들이 있었다. 생물학적 원인설, 생물 간 상호작용설, 식생 변화설, 공룡을 비롯한 여러 생물종의 종족노쇠설, 기후변화설 등. 온갖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되며 논쟁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소행성충돌설이라는 획기적인 가설이 등장하며 뒤늦게 논쟁에 가세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설들은 지구의 여느 역사 이야기처럼, 최근까지만 해도 명쾌한 정답을 제시하지 못한 채 논란이 가열되고 있었다. 하지만 1980년, 이리듐(Ir, Iridium, 원자번호 77) 함유량이 토양의 평균치를 훨씬 상회하는 점토층이 발견되었다. 백악기와 신생대 제3기 지층의 경계면에서였다. 이것은 그 시기에 상당한 규모의 소행성 충돌이 있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이었다. 이리듐은 외계에서 날아드는 소행성이나 운석에서 다량으로 검출되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1990년, 멕시코의 유카탄반도에서 칙술루브 운석구(Chicxulub crater)라 불리는 거대한 소행성의 충돌 흔적이 발견되면서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이 운석구는 약 6600만여 년 전 무렵 직경 10킬로미터 정도의 소행성이 초속 30킬로미터의 속도로 지구와 충돌했던 흔적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소행성 충돌의 직접적인 증거였던 것이다. 이 발견은 느지막이 대멸종 논쟁에 가세했던 소행성충돌설이 정설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 소행성충돌설은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 결과로 지구의 대기에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와 이산화황이 방출되었으며, 이로 인해 태양빛이 지표면에 도달하지 못하게 되자 광합성을 하는 많은 식물들이 사라져갔고 이에 의존하던 동물들이 함께 쓰러져가며 대멸종 사태가 도래하게 되었다는 가설이자 이론이다. 소행성충돌설은 이 과정에 공룡 또한 쓸쓸히 절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백악기가 끝나갈 무렵, 다른 많은 생물종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공룡도 하릴없이 멸종해 버리고 말았다. 6600만여 년이 지난 지금, 그래서 우리들은 그것들을 화석의 편린으로만 만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런데 최근, 학계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공룡에 관한 이슈가 있다. 놀랍게도 공룡이 멸종하지 않고 아직까지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도 별다른 이설없이 정설로 인정받으며 말이다. 더욱 더 놀랍게도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새―조류―가 자리하고 있다. 새가 공룡의 한 종류라면서 말이다. 공룡은 멸종한 게 아니라 ‘새’로 변신에 성공하며 현재까지 훌륭하게 존속하고 있다는 게 이 새로운 이야기의 핵심이다.
1860년 독일의 쥐라기 석회암 지층에서, 그전 지질시대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던 깃털 화석이 발견되었다. 이 화석은 깃털이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히 새의 화석이었지만, 온전히 보존되어 있던 골격은 육식공룡의 그것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었다.
시조새 화석
이 화석은 발견될 무렵, 많은 착오와 논란을 불러 왔지만, 수각류 공룡의 한 종이자 새들의 조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화석이 발견될 무렵에는 당연히 많은 착오와 논란이 있었다. 이 화석의 주인공이 새인가 공룡인가를 두고 말이다. 하지만 오랜 연구를 거친 2016년에 이르러, 고생물학계에서는 이 화석의 주인공이 수각아목에 속하는 공룡의 한 종류이자 현존하는 새의 조상이라고 결론지었다. 놀라운 결론이었다. 백악기 말 다른 공룡들이 속절없이 절멸해 갈 때, 깃털로 몸을 감싸고 있던 한 종의 공룡이 생존에 성공했던 것이다. 이후 이 공룡은 무수히 반복된 적응방산(適應放散)과 진화의 과정을 거치며, 오늘날 동물의 세계에서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조강(鳥綱)이라는 하나의 강(綱)을 형성하게 된다. 창공을 힘차게 날아오르고 뒷마당에서 노래를 지저귀던 저 새들이, 알고 봤더니 영화 <쥬라기공원>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던 수각류 공룡 티라노사우루스의 먼 후손이었던 것이다.
공룡은 매우 독특한 위상을 지닌 동물이다. 6600만여 년 전 이미 멸종의 길을 걸어간 공룡들을 우리는 이제 화석으로만 겨우 만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공룡들은 현존하고 있는 그 어떤 동물보다도 인간의 삶 속에 더 가깝고 더 친숙하게 스며들어 있어서다. 어린 애를 둔 집에는 공룡 관련 책들이 두어 권씩 꼭 비치되어 있다. 어릴 때부터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늘 공룡을 만날 수 있고, 공룡을 주제로 한 과학 잡지나 서적을 통해 그것에 관한 체계적인 학습까지 할 수 있다. 공룡을 소재로한 영화 <쥬라기공원>은 공전의 히트를 치기도 했으며, 빙하 타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온 둘리는 아예 인간의 어린이들과 친구까지 되어 주었다. 인간과 친숙한 동물로 순위를 매긴다면 공룡은 아마도 최상위 그룹에 자리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공룡은 멸종의 과정을 통해 우리 인간들에게 많은 교훈을 남겨주고 있기도 하다.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라는 무리들이 하릴없이 스러져 갔다는 사실은, 인류의 미래 또한 그러한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교훈을 여실히 제시해 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개개인의 인생사와 인간사회의 흥망성쇠 또한 우주와 자연 앞에서는 그것이 항구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교훈을 안겨주고 있다. 인간이 자연과 우주 앞에서 겸허해져야 함을 다시 한번 가르쳐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현재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구촌의 수많은 동료 생명체들에게 동료의식을 지녀야 함을 일깨워주는 장면이다. 지구가 공룡의 것이 아니었듯, 우리 인류의 것도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