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장 참을 수 없는 것들

by 맑음

남편은 밥상을 엎기 일쑤였다.

아이들이 숟가락질을 하다 밥을 흘려도,

어떤 때는 반찬이 많다고, 또는 적다고도 성을 냈다.

갈피도 없는 트집 끝에, 결국 상을 엎고 발길질을 해댔다.


우는 아이들은 뒷전이었다.

쏟아진 국과 반찬을 손으로 얼른 쓸어 담고,

걸레로 바닥에 묻은 양념을 훔쳐냈다.

상을 번쩍 들어 재빠르게 치웠다.


사흘이 멀다 하고 살림 부서지는 소리, 욕설, 아이들 울부짖는 소리에

주인집은 “더는 같이 못 살겠다”며 방을 비워달라고 했다.

2년도 못 채우고 이사 다닌 게 몇 번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살림이 단출하니 이사는 수월했다.

이불 보따리, 옷 보따리, 그릇 보따리가 전부였다.

그릇은 하도 밥상을 엎는 바람에, 이미 오래전에 쇠그릇으로 바꿨다.

순이는 이불 봇따리를 머리에 이고,

아이들의 작은 손에 봇따리를 하나씩 들려 이사를 했다.

그때마다 남편은 어김없이 보이지 않다가,

짐 정리가 다 끝난 뒤에야 슬그머니 나타났다.


그래, 가난은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건.


마치 스트레스를 배설하듯,

아이들에게 온갖 욕설과 폭력을 쏟아내는 것이였다.

밤 10시, 11시가 되어 아이들을 깨워 무릎 꿇린 뒤,

잔소리와 폭언을 퍼부었다.


"이 씨발년들아, 애비가 말을 하면 대답을 해야지!"

"눈깔을 똑바로 뜨고!!

"이런 년들은 키울 필요도 없어. 나가, 이 개 같은 년들아!"

"개보지 같은 년들…"


아이들은 늘 기가 죽어 있었고,

잠든 아버지가 깰까 봐 깨금발로 살금살금 걸었다.

숨도 크게 못 쉬었다.


남편은 특히, 둘째를 자주 때렸다.

둘째는 어릴 때부터 남편이 부르면 잘 가지 않았다.

억지로 안아 올리면 울음을 터뜨렸고, 매를 맞아도 용서를 빌지 않았다.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잘못했다 말하는 법이 없었다.

그게 남편 눈에는 더 미웠던 걸까.

첫째나 셋째보다 유독 둘째에게 손이 더 자주 나갔다.


둘째는 어릴 때부터 코피를 자주 흘렸는데,

그래서 그런지 한 번은 따귀를 연거푸 맞고는, 갑자기 코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내복바지가 금세 피로 흥건하게 젖었다.

남편은 아직도 분이 안 풀린 듯 죽일 듯한 눈으로 둘째를 노려보고 있었고,

둘째는 무릎꿇고, 고개를 숙인 채,

코끝에서 허벅지위로 떨어지는 핏방울을 가만히 내려다 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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