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가난과 두려움만 있었던 건 아니다.
남편이 다정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주말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뒷산으로 소풍을 나갔다.
버스를 타고 어딘가 멀리 가기엔
버스비도, 챙겨야 할 짐도 만만치 않으니.
입은옷 그대로, 돗자리, 버너, 냄비, 라면 같은 걸 챙겨서
산길을 오르면, 단 몇분 순간 만큼은 먼 여행처럼 느껴졌다.
나무그늘 아래서 라면을 끓여 먹고,
가끔은 닭 한 마리에 찹쌀을 두어 줌넣어
백숙을 해 먹기도 했다.
돗자리에 앉아 아이들이 노는 걸 지켜보며
솔솔 부는 바람에 나뭇가지의 나뭇잎이 흔들리면,
한동안은 모든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
볕이 좋은 날엔 큰 고무 다라에 빨래를 넣고
아이들이 그 안에 들어가 작은 발로 빨랫감들을 찹찹 밟았다.
무겁게 젖은 빨래를 남편과 함께 비틀어 짜고,
탁탁 털어 빨랫줄에 널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햇살이 빨래 위로 가만히 내려앉는 걸 보면
그냥, 살아 있다는 게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지고,
그래 이렇게 살면 되지 싶었다.
바짝 마른 호청에서 나는 빨래비누 냄새가 좋았다.
호청을 방에 쫙 펼쳐 놓으면,
새하얀 천으로 가득찬 방이 환해졌다,
이불솜에 맞춰가며 바느질을 하고 있자면,
아이들이 그 위를 뒹굴며 놀았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소리
새 이불을 밟지 않으려고 엉덩이를 벽 쪽에 딱 붙여,
게걸음으로 움직이다가
누군가 방구를 끼면,
그 소리가 피릿소리 처럼 울리면,
아이들은 배꼽을 잡고 자지러지게 웃으며, 이불위로 쓰러졌다.
“ 아이고 냄새야, 언릉 일어나!! 엄마, 빨리 끝내고 밥해야지,!”
하며 아이들을 나무랐지만,
순이도 배꼽이 욱신하게 웃은 날이 또 있었을까 싶었다.
밤늦게 퇴근한 남편이
통닭 한 마리, 참외나 수박 같은 제철 과일을 사들고 올 때면
순이는 아이들을 조심스레 깨웠다.
비몽사몽한 얼굴로 나와
야금야금, 오물오물 먹는 아이들의 입모양은
보고만 있어도 귀엽고,뿌듯하고,
잠시나마 모든 게 괜찮은 것처럼 느껴졌다.
가난한 날 들 사이사이 웃음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