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장 웃지않는 아이

by 맑음

나는 잘 웃지 않는다.


어른들은 인사 잘하고 싹싹한 아이를 좋아했지만,

나는 무표정한 얼굴에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밤마다 아빠가 살림을 부수고 엄마를 패는 소리가

집 안 가득 울렸는데, 그 소리를 이웃들이 다 들었을 텐데도

다음 날이면 아무 일 없었다는듯 인사 하는 게 꺼려졌다.

내가 속없는 애가 되는 것 같고, 자존심이 상했다.


아빠는 그런 나를 못 참아했다.

어느 날 옆집 아저씨한테 왜 인사를 안 하냐며

우리 셋을 혼을 내기 시작했다.

결국, 마당에 세워놓았던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솔이 붙어있는

빗자루를 들고 들어와서 거꾸로 움켜쥐고는

긴 나무 손잡이를 종아리를 향해 휘둘렀다.


“어른 보면 인사를 해야지, 왜 안 해! 애비 얼굴에 똥칠을 해라!”


언니와 진미는 잘못했다고 빌고, 매질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나는, 잘못했다고 말하기 싫었다.

매를 맞을 정도로 잘못했다고 생각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사를 안 하는게 아니고 못 하는거라고,

설명하고 싶었지만 그 방법을 몰랐을 뿐이다.


아빠가 빗자루를 휘두를 때 마다 붕- 하는 바람 소리가 들려

저절로 몸이 움츠려 들었다.

결국 빗자루의 손잡이가 사선으로 날카롭게 부러지고

나서야 매질을 멈췄다.


다음 날 부은 종아리가 바지에 닿아

팽팽한 붓기가 느껴졌다.

걸음마다 통증이 심해 달리기는 더욱 할수 없으니 체육시간에는

선생님께 종아리를 보여줄 수 밖에 없었다.

선생님은 내 종아리에 빨갛고 파랗게 번진 매질자국을

보고는 그냥 앉아 있으라고 했다.


등나무 그늘 아래 앉아,

아이들이 내가 좋아하는 피구를 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말도 수도 줄고, 사람을 대하는 게 어려웠다.


아빠는 내가 웃으면 못생긴게 웃으니까 더 못생겼다고 놀렸다.


애기 때 생긴 엉덩이의 흉터도 늘 놀림감이였다.

방 한구석에 숨어 옷을 갈아 입을 때마다,

또는 옷을 입어도 드러나는 그 자국때문에

사라져 버리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그런 마음을 알기는 할까?


아비가 책임을 다하지 못해 남은 흉터를

아비가 제일 압장서서 비웃었다.

언니와 동생에게도 같이 놀릴것을 종용했다.


‘똥꾸멍이 두개다, 엉덩이가 세개다. ‘


그런말을 듣고 짜증이라도 내면,

분위기를 망친다고 혼을 내고,

울면 징징 댄다고 욕했다.


차라리 아무 표정도 짓지 않는 게 가장 안전했다.

차갑고 단단한 껍질 같은 것이 얼굴위에 씌워졌다.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수도 없이 무너지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아무일도 없는 척 입꼬리도, 눈썹도 움직이지 않았다.


특히, 어른들 앞에서는 입을 다물고,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게 내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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