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란

by 맑음

복이는 어릴 적부터 큰언니를 엄마처럼 따랐다.

둘 사이엔 몇몇 형제들이 있었지만, 모두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둘의 나이 차는 훨씬 벌어졌고,

복이의 어린 시절 곁에는 늘 큰언니가 있었다.


언니가 시집을 간 뒤에도,

언니집에 가보고 싶다며 순이를 졸라 댔다.

형부가 읍내로 출근하고 나면,

둘이 손잡고 언니 집에 몰래 찾아가고는 했다.


그럼 언니는 누룽지밥을 뭉쳐

누가 볼새라 언능 입에넣어주곤 했다.


“ 꼭꼭 씹어야혀,

그라고 인자 오지 말어”


마지막으로 언니 집 마당에 들어서던 날,

언니의 시어머니가 도둑고양이라도 쫒듯

바가지로 물을 가득 담아 ‘촥’ 뿌려댔다.


물방울들이 어깨와 뺨에 차갑게 박히는 순간,

순이와 복이는 얼어붙었다.

소리없이 서로 눈을 마주보며,

자신들이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임을 온몸으로

알아버렸다.


그날 이후, 복이는 언니 집에 가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밭일도, 물 긷는 일도 함께 했던 복이.

등굣길 불어난 개울물에 떠내려갈 뻔했을 때도

서로의 팔을 붙잡고 겨우 빠져나왔다.


복이는 진창 밭을 나란히 걷던 전우였고,

자매였다.


그러다 각각 다른 지역으로 식모살이를 떠나고 나서는

십년 가까이 서로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그러려니 했다.

순이는 늘 순응하는 쪽이었다.

자신이 격는 모든일은

'딸이니 당연하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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