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러고 살아? 나 같으면 그렇게 안 살아
결혼해서 애 낳고 사는 나에게 15년 지기 친구가 한 말이야.
글쎄. 연고도 없는 먼 타지에서 혼자 고군분투하는 내가 안쓰러워 한 말인지, 아니면 "이 바보 천치야 똑 부러지던 내 친구, 왜 이렇게 밖에 못 살아!" 하고 한 말인지 친구 말의 의도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런 말을 들어야 할 만큼 내가 잘못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거니와 나는 현재 내 인생에 큰 불만이 없어.
내 상황은 그저 결혼하여 가족도 친구도 없는 먼 타지로 이사와 살고 있을 뿐. 성격 잘 맞는 남편과 결혼하여 다툼 없이 아이 낳고 웃으며 잘 살고 있어.
그저 아이 맡길 데가 없어 아이에게 오롯이 시간을 내어주고 있긴 하지만, 혹여 내가 이렇게 살고 싶지 않거나, 이렇게 살지 않을 수 있다면 알아서 다르게 살고 있지 않을까?
내가 내 자식 키우며 사는 게 "왜" 그렇게 사냐는 말까지 들어야 하는 일일까.
친구에게 뭔가 속상하다거나 힘들다고 얘기한 적도 없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아. 따지자면 오히려 잔잔한 물이 돌 맞은 상황이지.
그러다 생각해 봤어.
아, 내가 내 이야기를 너무 해본 적이 없나?
나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게 서툰 사람이야.
어떤 친구는 나에게 너는 너무 속 이야기를 안 해서 자기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고, 또 다른 친구는 너는 너무 보살 같다고 했어. 성격이 너그럽거나 그런 이유가 아니라 무언가 초월한 것처럼 속을 알 수가 없고 사람 같지가 않다고.
나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뿐이라 했어.
생각이 없어서 말할 것도 없을 뿐이라고. 그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편한 것뿐이라고.
실제로 크게 기쁠 것도 슬플 것도 화나는 것도 없이 타고난 성격이 잔잔하고 좋은 일 있으면 슬픈 일도 있을 거고, 힘든 일 있으면 볕 들 날도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긴 해.
근데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이 들더라. '정말 그런가? 난 정말 말할 것이 없는 건가?' 진지하게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 남의 이야기는 그렇게 들어주면서, 정작 내 마음의 소리는 진지하게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런 생각이 든거지.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어.
정말 할 말이 없는지.
그저 뱉을 힘이 없어 넣어두었던 말은 없는지.
괜찮아 말고 무언가 힘든 일은 없었는지
아무거나 말고 무얼 좋아하는지
내 인생이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