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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꼬마 Dec 04. 2022

단어 하나: 번아웃


번아웃(burn out): ▲에너지를 소진하다 ▲다 타다 ▲가열되어 고장이 나다 등으로 정의돼 있다. 번아웃증후군이란 지나치게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지는 증상




일에 떠밀려 가는 하루를 견디어 가는 시기. 몸의 긴장이 풀리지 않아 지쳐가는 몸을 이끌고 퇴근을 하지만 공허한 마음과 함께 내일에 대한 부담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런 날이 있습니다. 회사 또는 학교에서의 실수, 밀려드는 일들이 걱정이 되니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날도 있었죠.


시끄러운 맘을 달래다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왜 그리 아름다운지. 매일 반복되는 하루가 익숙해질만도 하지만 바스러질 듯한 몸과 마음이 버거워 이내 현실(사무실)에서도 긴장하게 됩니다. 남들이 반기는 평범한 주말, 그 이틀 동안에도 다음 월요일이 더 두려워지는 그런 시기.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런 순간이 있었을까요.



스스로 우울이라는 감정을 숨기고 '지쳤다'라는 말을 하고 싶을 때 번아웃이라고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휴식이나 취미와 같은 개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보지만, 경직된 상황과 위계에 맞닥뜨리고 현실은 변하지 않죠. 이 때 유독 '세상(사회)은 원래 그래'라고 체념할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번아웃은 있다고, 버텨내면 인생의 승리자가 될 것이다라는 생각. 그 다음 다가올 행복에 두팔 벌려 서 있으면 되겠다고 믿는, 삶의 성숙한 주인이 되자라는 생각. 그렇게 1년을 천당을 착각한 지옥에서 버텨내다 소리를 죽여 찾아오는 불행. 역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며 용한 점쟁이라고 스스로를 위안 삼게 될 때가 있었습니다.



힘들게 대학 졸업을 하고 취업을 했지만 별안간 다가오는 '지친 하루'에 마주하게 됩니다.  어찌할 도리 없이 무질서하게 널려 놓은 불행을 주워담는 느낌에 옆사람에게마저 서운해지는 마음의 균열.


단 한번도 스스로에게 행복을 점친 적이 없어서 갑자기 찾아온 무력감에 내일의 기대가 사라지곤 합니다. 화를 낼 수도 없이 몸집을 키워온 '번아웃'이라는 이 벗과 탈이 났던 과거에는 크고 작은 후회가 많이 남네요.


기꺼이 부서져 새로워질 용기가 있었더라면


위태위태한 인생에 금이 갈까 더 스스로를 몰아부치던 20대, 무언가를 '감내'한다는 것은 '잃는'다는 것의 다른 말임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알 수 없는 인생이지만, 지친 일상을 스스로 깨뜨려 새로워질 용기가 있다면 조금 덜 후회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무언가 깨진 인생의 파편 소리가 어쩌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음일 수도 있을 테니까.



'사회'라는 낯선 도로 위에 우왕좌왕하다 지나버린 시간. 끼어들 틈이 없는 바쁜 일상 속에서 살아남고자 행복을 향해 운전대를 잡았지만, 내 인생의 동화 속 결말에는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결말이 있을까 불안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 현실에 매몰되곤 하지만, 또다시 찾아올 인생의 피로와 번아웃에 이기려는 오기 보다는 '무승부'를 외칠만한 유연함을 배우고자 합니다. 오늘의 삶을 굳건히 지킬 열정보다는 적당히 틈을 낼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길. 꽤 오랫동안 고생했을, 오늘까지 버텨내 준 나의 마음에게 고맙다고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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