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내야 할 나, 키워 내야 할 나

25.3.8 꿈

by 프시케

3월에 꾼 3편의 꿈은 잘 꿰어진 구슬 같다. 3월 1일 낡은 정체성을 털어낸 후, 3월 3일 부모님을 건강하게 되돌려 놨다면, 이번 꿈은 요양보호사가 되어 어린 시절 집으로 들어가 내면의 집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실습을 왔다. 할머니가 계시는데 하루 2번 목욕을 시켜야 한다고 한다. 내가 하루 2번 목욕은 너무 많은 거 아니냐고 물으니 닦아내는 방법 등으로 하면 된다고 한다.


이 집에 고등학생정도 나이의 자폐아들도 있는데, 다른 사람이 돌보고 있다. 한 집에 두 사람을 케어하려면 돈이 많이 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집 마당에 막 들어섰을 때 집주인은 막 나가고 없다. 점잖고, 고상하고, 예의 바르고, 인품이 훌륭하며, 유학까지 다녀온 심지어 돈까지 많은 사람임을 꿈에서 직감적으로 안다. 옆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해준다. 우리가 들어오기 전 골목에서 봤던 아주 고급진 외제차도 이 집 차였나 보다고 말한다.


나는 여전히 마당에 있고, 갑자기 마루 오른쪽에 있는 방안의 할머니 모습이 보인다. 와상 상태의 뼈만 앙상히 남은 깡마른 아주 늙은 모습이다. 그 앞에 요양보호사가 돌보고 있다.


나는 자폐 남자학생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아주 자상하고 친절하게 돌보고 있다. 그런데 학생이 자폐가 아닌 것 같다.

순간 어... 이 집은 나 어릴 적 집이란 걸 알아차린다.




꿈에서 집은 나를 상징한다. 등장인물들도 모두 '나'이다.


이 집에는 돌봐야 할 사람이 두 명 있다. 한 명은 실습생으로 온 내가 돌봐야 할 할머니이다.

뼈만 앙상히 남은 와상 할머니는 집안 대대로 내려온 영양 공급을 받지 못한, 에너지를 잃은 여성성을 말한다. '말을 듣지 않는 아들을 마구 때리다' 꿈에서 매질을 당한 나의 정체성은 젊어진 부모로 회복되었으며, 이번 꿈은 한 층 더 깊이 내려가 와상 할머니로 나왔다.

관심을 받지 못 한 위험 행동을 한 아들은 자폐 학생으로 대체되어 돌봄을 받고 있다.


생명력이 다한 할머니(세대 간 내려온 여성성)를 잘 떠나보내기 위한 돌봄으로, 정화를 의미하는 목욕이 이루어진다.

할머니의 상태에 맞게 입욕이 아닌 가볍게 닦아내는 방식이며,

한 번의 행위로는 충분하지 않아 반복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는 존중하는 마음과 함께 정성스러운 돌봄을 뜻한다.


또 다른 한 명은 소통이 어려운 자폐아들이다. 나는 할머니가 아니라 어느덧 자폐 아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내가 아들을 자상하게 가르치자, 주고받는 소통이 가능하고 학습 내용들도 잘 이해한다. 자폐가 아니라 그동안 사람들이 오해한 것이다. 누군가 옆에서 다정히 돌봐 주는 사람이 없어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예전 꿈에서 내가 다정함을 경험하고 난 후, 내 안에 자리 잡은 다정함은 자폐아들을 가르치는 데 사용된다.


너무 이상화된 부모의 모습은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어릴 적 내 부모가 갖지 못한, 그래서 내게 강한 결핍으로 남아 있던 것들의 반대급부인 과대한 이상형이 보상작용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기에 나 또한 이러한 부모상이 되고 싶은 소망이기도 하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품격 있고 든든한 집주인은 내가 품고 있는 내적 자원이다.


이 집의 부모는 이미 내 안에 들어와 있는 내면화된 부모이기에 나와 마주치지 않고 이 집을 나간 것이다. 또한 이들은 돌봄에 관여하지 않는다. 내가 항상 부족했다고 여겨왔던 부모상이 정리되어, 이상화된 모습으로 단단한 지지 자원을 남기고 이 집을 떠났다. 그 후 내가 이 집에 주인으로 서 있다. 그때 나의 시선은 마당에서 이 집 전체를 조망하고 있다.


내 안에 있는 두 자아들.


보내야 하는 사람에게는 먼발치(마당)에서 바라보며, 감정적으로 휘말리지 않고, 요양보호사에게 맡기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내 안에 더 성장해야 하는 아들은 내가 직접 교육을 시킨다. 묻혀있던 기능들을 발굴하고 있다.


꿈은 여자인 나에게 딸이 아닌 아들로 등장시켰다. 여성성의 생명력을 잃어 돌봄을 줄 수 없었던 집안의 남성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내 어린 시절의 집.

어린 시절부터 품고 있었던 내 안의 두 사람을 마주하고 돌보는 꿈이다.


떠나보내야 할 나!


키워내야 할 나!

이전 05화젊어진 부모, 살아난 생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