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과 소설 짓는 여자 홍재
문화센터 강좌에는 거의 여자 노인들이다. 남자 노인은 드믄드믄 거의 청일점이다. 나이 든 여자들은 누구나와 다 수채화 물감 풀어지듯 어울리며 스며드는데, 나이 든 남자들은 꽉 다문 조개처럼 도통 정서적인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들은 차라리 기꺼이 자발적인 삼식이가 된다.
나이 든 남자들은 동네 공원이나 지평을 넓혀서 종로 3가 탑골공원으로 진출한다. 그들의 놀이문화는 바둑이나 장기두기이다. 탑골공원 뒷골목에 자리한 출판사에 가노라면 진동하는 지린내에 술을 참고 지나가야 한다. 음주 장기내기 끝에 어둑 발을 빌려 실례를 한 흔적이다.
지금은 장기 등 오락행위 금지령으로 그들의 놀이터 이동이 시작되었다.
"갈 곳이 없으니 늙은이들이 많은 곳으로 찾아가는 거야"
탑골공원에서 쫓겨난 남자들은 낙원상가 쪽으로 모여든다. 장기, 바둑판을 챙겨 들고 구청에서 마련해 준 어르신 문화놀이터 라 이름 붙인 실내로 들어가려고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선다.
왜 그들은 각 구청이나 도서관에서 개설한 문화센터 강좌를 들으려 하지 않을까. 수강료도 노인할인으로 거의 무료에다 냉난방이 빵빵한데 말이다.
"으응, 그건 매이기 싫어서 그럴 거야. 어떤 조직에도 들어가기 싫은 그것."
남편의 말이 명료하다. 반평생을 회사라는 조직문화에 갇혀 얽매이고 살았으니 이제는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라고. 일만 하고 살았으니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취미도 없으나 그렇다고 새삼스레 배우기도 싫다는 고집이라고. 덕분에 지금 문화센터 강좌에는 나이 든 여자들만 눈이 초롱초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