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과 소설 짓는 여자 홍재
밤 12시 01분, 새 오늘은 시작되고 물러가는 어제에 실려 세월은 흘러가고 인생도 낡아간다. 흐르다가 오늘과 물러나서 저만치에 날들을 쌓아놓는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내일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오늘이 시간과 손을 잡고 일상을 만들어 간다. 그리하여 우리는 지나가는 하루를 지루하게 빈둥거렸거나 종종걸음 쳤거나 시간이 쌓아놓은 세월의 두께만큼이나 더해진 나이 앞에 겸허히 서 있게 된다.
내후년이면 백세가 되시는 시어머니의 하루는 햇볕 아래 놓인 엿가락처럼 끝없이 길다. 맥없이 길게 흐물거리는 느낌이다. 아침 아홉 시 즈음에 전화벨이 울리면 네발 지팡이에게 의지한 채 노치원 차에 오른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시계처럼 열심히 살았던 세월을 뒤로한 채 백세시대만큼 늘어진 하루를 소비하기 위해 흰머리 히끗한 기사님 도움받아 놀러 가신다.
백세시대 노인들은 외롭다. 무한정의 시간이기에 새벽에 눈뜨는 것도 심드렁하다. 또다시 하루가 찾아왔기에 일어날 뿐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으로 아침밥을 먹고 종로3가역으로, 잠실역으로, 인천공항역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공짜 지하철을 타고 걸을 수 있는 축복으로 하루와 악수한다.
하루가 모두에게 공평한 시간을 내어주면 젊은이들은 바쁘다고 종종거리고 노인들은 느즈러지며 시간을 소비할 걱정을 한다. 내일은 팔짱을 끼고 기웃거리며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