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과 소설 짓는 홍재
안방으로 들어가니 교자상에 빽빽하게 놓인 반찬이 나를 반겼다. 윗목에는 흰 수염이 턱밑 목까지 내려온 시할아버지와 공무원인 시아버지가 앉으라고 손짓하였다. 숱 없는 쪽진 머리에 묵직한 은비녀를 꽂은 시할머니는 듬성듬성 빠진 이 사이로 함박웃음을 나에게 보내셨다.
시어머니는 손에 물 마를사이 없이 안방에서 대청마루, 대청마루에서 부엌으로 종종걸음을 치셨다.
그때는 전혀 몰랐다. 시어머니의 노동이 곧 나의 노동이 될 것이라는 것을. 결혼은 노동의 덫이라는 것을.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집에서 쑤었다는 도토리묵이 참 맛있네 라는 생각. 그러기에 여태껏 내 혀끝에 머무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