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이기적인 교사가 되기로 했다

그라시안의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조언』이 주는 나를 지켜내는 지혜

by 차미레
“이기적이라는 말은, 어쩌면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인지도 모른다.”

교사로 산다는 건, 매일 조금씩 나를 비워내는 일이다.
하지만 비워내기만 해서는 오래 설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 조금 더 이기적인 교사가 되기로 했다.


교사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건,

언제나 누군가를 위해 나를 비우는 일의 연속이다.

학생을 위해, 동료를 위해, 학부모를 위해,

그리고 이름 모를 ‘좋은 교사’의 기준을 위해.


하지만 모든 것을 내어준 자리는 종종 텅 비어 있다.

누군가에게 다정했던 만큼,

나 자신에게는 냉정해진 마음이 남는다.

그때 우리는 묻는다.

이타적인 삶이 정말 나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는가?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말한다.


“스스로를 존중할 줄 모르는 사람은, 결국 누구에게도 존중받지 못한다.”


이기적이라는 단어는 흔히 부정의 언어로 쓰이지만,

그라시안에게 그것은 지혜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그는 인간관계 속에서 ‘거리’를 지키는 법을 알고 있었다.

거리는 냉담함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위한 간격이다.


교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의 모든 고민에 다 닿으려 하면,

결국 그 마음의 체력은 바닥나고 만다.

동료의 부탁을 모두 들어주려 하면,

정작 내 수업과 마음은 뒤로 밀린다.

그라시안이 말한 ‘이기적’이라는 태도는

타인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무너지지 않게 하는 기술이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훌륭한 자질을 갖췄어도, 그냥 내버려 둔다면 쓸모없는 자질에 불과하다.”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완벽하게 다 익힐 수는 없다.
남들보다 뛰어난 수준에 이르고 싶다면 하나의 길을 정해 끝까지 파고들어야 한다.”


교사에게 주어진 자질 역시 그렇다.

타고난 성실함과 따뜻함만으로는 오랫동안 빛나기 어렵다.

매일의 수업과 관계 속에서 자신을 다듬는 사람,

하나의 교육 철학을 깊게 밀고 나가는 사람,

그 사람이 진짜 ‘교사의 장인’으로 남는다.


결국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조언’은

타인을 밀치며 살아가라는 말이 아니라,

나의 가능성을 끝까지 연마하라는, 아주 단호한 조언이다.

스스로를 단단히 세워야 오래도록 누군가에게 다정할 수 있으니까.


좋은 교사는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지켜낼 줄 아는 사람이다.

마음을 덜 소모하면서도 오래도록 아이 곁에 남는 사람.

그라시안의 말은 오늘도 조용히 속삭인다.


“세상은 이기적인 사람보다,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을 더 많이 만들어낸다.”


그래서 나는 오늘,

조금 더 이기적인 교사가 되기로 했다.

나를 지켜내기 위해서.

오래도록, 이 길 위에 서 있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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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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