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싶어도 못 말했던 속마음
여자는 예쁜 게 고시3관왕이다, 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실제 예쁘면, 많은 면에서 유리한 것 같습니다. 일단 사람들이 친절해요, 그리고 아무 이유 없는 호의가 쌓여서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기 쉽기도 한 것 같습니다. 왠지 능력도 그에 맞추어 뛰어날 것 같고, 본능적으로 남녀노소불문 호감이 갈 수 밖에 없도록 유전자에 각인이 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요..? 저는 미인형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남편이 저에게 예쁘다, 사랑스럽다고 느끼는 감정은 지하철에서 멍 때리며 출근하는 제 객관적인 외모를 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닌, 주관적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일 테지요. (참고로 예전에, 정말 예쁘게 생긴 언니와 스터디를 한 적이 있습니다. 서울대 학석사를 하고 공부도 매우 잘하는 언니로 기억하는데, 하루는 늦잠을 잤다고 정말 옷도 대충입고, 눈꼽이 낀 채로 스터디에 나온 것입니다. 크고 예쁜 눈망울에 눈꼽이라니, 그런데도 자기 차례에 발표를 하는 것에 당황하며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살짝 벌린 것을 보면서, 그 조차도 너무 예쁘게 생겨서..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예쁜거겠지요?)
같은 직장인들 중에서도 눈에 띄게 예쁜 사람들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들에게 유독 친절하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도 있고요. 그리고 어떤 세대에서나 한번쯤은 "여자는 공부 잘하는 거 다 필요없어, 예쁜게 장떄이야"라든가, "ㅇㅇ이는 똑똑하기만 해서 뭐해, ㅁㅁ이가 키크고 예뻐서 시집을 잘갔지"라든가, "결국 남자들은 예쁜 여자만 좋아하잖아요"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얘기에 반박할 생각은 없고, 평균적으로도 일단 예쁘면 인기가 많고, 그래서 '좋은' (스펙이든, 경제력이든, 인성, 외모 기타 등등) 남자 만나서 결혼할 확률이 높은 것 같습니다. 정말 딱 봤을 때 너무너무 예예쁘면(예쁘장 말고 누가봐도 정말 예쁜 사람기준!), 고시3관왕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문직 자격증 하나 정도는 상쇄할 수 있는 매력이자 장점이라고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예쁜 건 타고난 거잖아요? 저도 안 예쁘고 싶어서 일부러 안 예쁜 것은 아닙니다. 꾸준히 운동은 하지만 몸매가 드러나는 필라테스 복장을 입고 인스타를 하지도 않고, ㅇㅇ과 예쁜 애로 불리어 본 적도 없습니다.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지도 않고, 화장을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도 않습니다. 치장하고 꾸미고 다니는 것보다는 몸이 편한 게 좋다는 생각에 굽이 낮은 구두나 운동화도 잘 신고 편안하게 다니기도 하는 편입니다(이건 남편의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굳이 맨 얼굴을 더 좋아하는 남편...) 본판이 엄청나게 예쁘면 귀찮아도 열심히 꾸몄을 것 같기도 하고, 안꾸며도 예쁘면 더 안꾸몄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래서, 예쁘면 어느정도 '장땡'이라는 건 알겠는데, 안 예쁘게 타고난 것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한없이 예쁘면 되었을텐데,라고 아쉬워하고 있어야 할까요?
원하는 남자와 결혼을 '잘'하는 것은 객관적인 스펙이나, 겉으로 보여지는 외모, 경제력이나 자산이 전부는 아닙니다. 성격이나 성향이나, 기타 여러가지 요소가 잘 맞아야 결혼을 하는 거겠지요. 그 중에서 "예쁜 외모"는 단숨에 남들이 원하는 남자를 갖는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저의 가치판단이라기보다는, 남자들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현상을 관찰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자는 예쁘면 된다,라는 것에 굳이 뭔가를 평가하거나 비판하려고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그렇구나, 그런 상황이구나, 그런데 나는 예쁨을 가지지 못했으면 어쩌겠어, 다른 거라도 채워봐야지, 노력이라도 해봐야지,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잖아요, 그러니까 타고난 게 부족하면 노력으로라도 메꿔보아야하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돈을 많이 벌으라든가 무조건 전문직이 되라는 것같은 노력 말고, 나에게 잘 맞는 사람을 알아보는 노력, 내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충분히 깊게 고민하는 노력, 주변에게 다정하고 친절하게 해보려는 노력, 그 어떤 것이든 나의 일을 스스로 존중하고 열심히 하는 노력, 신체건강하고 깔끔하게 가꾸는 노력 등등.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기 보다는 그건 그렇고, 나는 이렇게 해봐야겠다라고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