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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변의 발화 Mar 20. 2023

INTJ 인간의 직장생활

모든 걸 알고 싶고 손바닥 안에 두고 싶은 나라는 인간

예전에 모 로펌에 면접을 보러간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MBTI가 이정도로 인기는 아니었는데 대표님이 MBTI에 대한 믿음이 있으신 것 같았습니다. 면접 보다가 중간에 제 MBTI를 물어보시더라구요..?


그래서 당시에 또 호기심으로 이미 테스트를 해봤던 저는 INTJ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대표님은 이번에 면접보는 사람들은 여태까지 다 INTJ라고 신기해 하시면서 저한테 MBTI를 어느 정도 신뢰하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ㅎㅎ 저는 법조인으로서가 아니라 정말 캐주얼하게 평소 제 생각대로 답을 했습니다.


“음. 사실 MBTI가 개인의 성향을 어느정도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약간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각 문항에 대한 답을 본인 스스스로 하는 거다보니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인데요, 본인이 전체 집단에서 어느정도로 어떤 성향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하는데, ‘나는 ㅇㅇ하다’라는 식의 질문에 스스로 답하다보면 실제 전체 집단에서 그런 경향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판단은 안 될 것 같습니다.“


뭐 이런식으로 대답을 했고 대표님은 다 들으시고선 “아.. INTJ다운 대답이네요!”라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당시 면접은 합격!!)


INTJ라고 하면 제 성향을 어느정도 드러낸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요, 저는 솔직히 말하면 사회생활이 어렵습니다. 평소 제 성격에 따라 집요하게 파고들거나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업무를 왜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지 등등을 늘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꼭 해야하는 일은 시간 내에 어떻게든 다 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저의 업무 부분에 대한 불평은 없는데, 다른 사람의 불평은 들어주기 어렵습니다. (공감이 안돼요!) 그리고 상사나 저보다 직급이 아래인 직원의 업무가 비 효율적이면 그것 역시 참을 수가 없습니다..(왜그러냐???라고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때로는 정말 심각하게 궁금해 집니다… 제가 성격이 더러운 것이겠지요.)


예시 1. 모 직원이 각 부서 마다 일정을 취합해서 위 임원분께 전달드렸고, 임원 분은 그 윗 분께 보고를 드렸습니다. 직원이 취합한 일정에 따르면 3. 2. 오전에 진행되었어야하는 스케줄이 3. 2. 오후에 진행되는 것으로 바뀌었는데 그 부분이 반영이 안되어서.. 임원 분이 윗 분께 왜 일정도 제대로 모르는지에 대해서 지적을 받으시더라구요(이에 대해서 큰 소리가 나서 모든 팀원이 인지할 수 있었음). 그 임원 분이 모 직원에게 와서 지금 기준으로 다시 취합해서 업데이트 해달라고 말했는데 그 직원은 “시켜놓고 또 시킨다, 왜 이런걸 직접 안하시냐” 불평불만 하더라구요. 전 변경된 스케줄 알아서 전달하지 않은 부서도 잘못이 있지만 재취합 정도는 필요하니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ㅠㅠ



예시 2. 새로 임원분이 오신다고 각 부서 마다 보고자료를 만드는 업무가 있었습니다. 팀마다 알아서 자기 팀 부분을 만드는데 팀원 모두 돌아가면서 작성하고 있는데 왜 이걸 팀원이 만드냐, 임원들이 알아서 만들고 보고 해야지! 하시던 분도 계십니다. 일단 팀원이 초안만들고 위에서 컨펌하는 게 맞다는게 제 생각 ㅠㅠ



예시 3. 일은 시간나는대로 순서대로 쳐내는게 좋은데 모 상사는 팀에 온 업무를 분류해서 분배해주시는 편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알아서 가져가서 했어야하는데, 그러다보면 상사 분 스스로 업무 파악이 안되셔서 그런지 꼭 일을 개별적으로 나누어 주십니다. 제 기준에 급선무는 들어오는 일을 적절한 담당자에게 바로바로 뿌리고, 또 바로바로 결과물을 받아 검토후 회신할수 있도록 컨펌해주는 것인데.. 들어온 업무를 분배를 안해서 일주일 넘게 허공에 붕 떠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업에서 요청이 오면 그제서야 다급하게 배분을 하고, 그러고나서 컨펌까지도 또 한참 걸립니다. 금방할수 있는 업무부터 업무 사이사이에 샥샥 쳐내고 오래걸리는 업무는 오래걸려서 하는게 맞는거같은데 ㅠㅠ

(초반에는 이게 답답해서 제가 상사분이 놓치는 걸 하나하나 알려드리거나 리마인드 해드리기도 했는데.. 대부분 발견한 저에게 일이 오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웬만하면 먼저 나서진 않고 있습니다.. 근데 허공에 떠있는걸 보는것도 맘이 참 불편해요.. ㅠㅠ)



MBTI의 문제라기보단 빨리빨리 효율적으로 일해서 스스로 만족하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저만의 욕심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사회생활 초반에는 제가 나서서 하고 해결하려 하다가 결국 남이 싼 응가를 치우거나, 복잡한건들은 일단 저에게 온다거나(어떻게든 끝까지 붙잡고 늘어져서 해내는 편), 일을 빨리 할수록 저에게 남들보다 일이 오는 걸 많이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른 욕심 없이 효율적으로 일을 많이 하고 싶은 건데 사내정치의 야욕으로 보일 수도 있겠더라구요.


MBTI의 문제라기보단 제 문제에 가까운 것 같지만 사회생활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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