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한 밸런스 게임
처음 로스쿨을 들어갈 때부터 제 목표는 "사내변호사" 였습니다. 로스쿨에는 아무래도 문과생들이 많다보니 전공이 나름대로는 좀 특이한 편이기도 하고, 영어를 잘한다는 강점이 있어서 나는 무조건 사내변이야 라는 생각으로 자기소개서에서부터 사내변호사 되고 싶다는 점을 어필했고 졸업할 때까지, 변호사시험을 붙은 이후까지도 무조건 사내변사내변이었습니다. 거의 사내변만 고집하면서 특히 한 분야에만 지원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특정 분야만 고집해서 지원을 하는 경우, 실제 전체 풀을 보면 사내변호사 TO가 많지는 않습니다. 저는 대형회사에 최종면접을 보러간 적도 있고, 아주 소규모 회사에 보러간 적도 있고, 외국계 회사에 면접을 보러간 적도 있고 여러가지로 상당히 많은 회사에 지원하다가 벤처기업의 사내변호사로 입사했는데요, 사실 벤처기업의 1인 사내변호사는 사실 스톡옵션 등 얻을 것이 많은 자리이기도 합니다. 초기 멤버로 같이 커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거구요. 그러나 그런 자리는 특히 법률가로서 탄탄한 마인드와 경력에서 비롯되는 깡?이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특히나 최초로 뽑힌 사내변호사라면 더더욱 회사가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뭔지 모르고, 회사도 나에게 뭘 시켜야할 지 모릅니다. 그래서 첫 직장에 적응하는 것도 힘든데 그 와중에 내 의견이 무시되거나,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요구가 있거나.. 등등 힘든 점들이 많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회사가 법률자문에 대해 깊은 이해(!)가 없다버니 저에게 모든 것을 다 맡기면서, 실제로 저에게 모든 것을 맡겨놓지만 정작 제 의견은 무시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여러 부담감과 답답함?이 있는데 제 위의 사수가 없다보니 소통이 어렵고.. 이런 게 반복되다 보니 퇴사욕구가 강하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을 참을 수 있고 대응하며 자기 목소리를 내고, 진취적으로 일하고 바꿔가면서 배우고 얻고 싶다면 추천드립니다. (이렇게 IPO를 하고 나서 이직하고 이러면서 한번에 스탁으로 큰 돈을 버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이런 사내변호사로 근무를 하다보니, 정말법무를 많이 하지 않게 되었고, 이러다가 정말 변호사로서 아무 것도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송무를 하기위해 로펌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그냥 패기로 지원하고 서류내자 마자 가장 먼저 연락이 온 회사에, 일주일?열흘만에 면접보고 바로 합격까지 했는데, 회사는 물론이고.. 송무에 대한 단점도 특별히 생각하니 않고 무조건적으로 돌격했습니다.
송무라는 분야에 대해서는.. 정말 보람찬 적도 많았고 뿌듯한 점도, 힘든 걸 겪어내고 나온 경험도 감사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꽤 있긴 했어요, 일단 대표님에게 직접 월급을 받는다는 건 생각보다 부담스럽기도 했거든요. 영업이 잘 안되는 경우, 왠지 모르게 제가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연봉협상 등등 생각보다 저에게 주어지는 권한?과 책임?이 많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경우, 아무래도 아주 큰 펌이 아니다보니 일이 들어오면 대표님도 거절을 하기가 어려운 구조였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저는 안 될 것 같은 사건인데, 대표님 입장에서는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수임이 되고, 그 내용을 뒤늦게 전달받았지만 급한 건이라 며칠 안에 해줘야 한다, 이런 요구사항이 있으면 정말정말 난감했습니다... 사실 제가 뭐든지 좀 부정적이라고 해야하나,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있어서 최악의 케이스를 생각하게 되다보니 그런 경향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일단 안되는 건을 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의뢰인들의 경우 처음에는 결과가 안좋아도 좋으니 일단 하고 싶다,고 해놓고 나중에 왜 안되냐!!!! 고 하는 경우도 있고 막무가내이거나 급하거나, 화가 많은 분들과도 일을 해야 하고.. 심지어 구속된 피의자를 만나러 가는 등 늘 주변에 화와 사건이 많고 뭔가 감정적으로도 원한이 서린.. 그런 일들을 하다보니 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늘 시간에 쫓기고 건강도 많이 안좋아졌어요. 중간에 재판이나 조사입회 외근을 다녀오면 하루가 그냥 지나가고.. 안 그래도 업무 특성상 스트레스받고 긴장하게 되는데 직장인으로서 업무를 하는 것인데도 너무 정말 체력적으로 한계에 다다르는 수 밖에 없었던 거 같네요. 일이 늘 많다보니 잘 하고 싶으면 제가 야근을 해야하고, 아니면 대충, 잘못 할 수 밖에 없고.. 저는 최선을 다하는 건데 싫은 소리를 들어가며 일을 하는 것도 너무 힘들고. 그런 감정적인 것을 제가 견디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건 사실 회사의 문제로 보기보단, 송무의 문제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실제 대형법인에서 연락오는 걸 보면, 밤 10시에도, 새벽 2시에도 메일이 오니까요.. (일이 적은 곳들도 있다고는 들었습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그럼에도 당연히 사내변호사때와는 다른 보람이 있었습니다. 승소를 하는 등 가시적으로 잘 풀리는구나, 를 알 수 있는 일들이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연봉도 착착 올라가고 당연하게도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을 한다,라는 뿌듯함도 있었습니다. 책에서만 보던 것들을 실제로 하는 구나, 라는 알 수 없는 묘한 감정도 있었고요. 다만 책임져야하는 일이 많고, 의뢰인이 저를 오롯이 믿거나 의존하는 것도 힘들고 불신하면서 막무가내인 것도 사실 힘들기는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여러가지 측면을 실제 고민한 후에 진로를 선택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이직에 대해서는 또 다음 기회에 공유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