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이지? (feat. 취미)

작은 습관의 시작

by 유별인

취미를 찾고 싶었던 사람

'유별인 씨는 취미가 뭐야?'

라는 질문은 입사 1년 차 신입으로서 주로 들었던 질문 중 하나였다. 구직활동을 위해 적었던 바둑이라는 취미는 군대 때 독학으로 익혔고 취미라기엔 빈도가 적었으며 고작 인공지능 10급을 이기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이것은 내 취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될 수 없었다.


입사 1년 차인 나를 종종 휴게실로 데려가 하루 일과 중 15분의 꿀 같은 휴식을 맞게 해 준 과장님이 계셨다.

그분은 나에게 업무를 알려주시기보다는 이제 걸음마를 떼는 사회초년생인 내게 조금 더 넓은 시야를 알려주려 하셨다. 과장님께서 마찬가지로 취미를 물으셨을 때 크게 답할 것이 없었다. 그저 칼퇴가 좋았고 퇴근 후엔 더 이상 취업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 사실과 널브러짐에 대해 어떤 죄책감도 없어도 되는 것이 좋았다. 그런 나에게 그분은 참 많은 것을 해본 분이셨다. 젊은 시절 많은 곳을 여행 다니며 그곳에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단지 놀기만 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부분인 재테크도 하고 계셨고 특히 앱테크라는 방법을 내게 알려주셨다.


앱테크로 약간의 돈을 벌면서 소소한 재미를 느꼈다. 그와 동시에 청약에 관심이 생겼고 청약 통장도 개설하게 되었다. 조금씩 재테크라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유튜브를 보기도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유명한 유튜버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그들은 각자 본인들의 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부읽남과 또 부읽남 유튜브에 나온 개그맨 황현희 님을 보고 알게 된 사실은 유튜브에서 하게 되는 말들 중 많은 부분은 그들의 책에 나와있고 책 한 권에 영상 몇 개 그 이상의 분량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0분 동안 말하는 내용은 책을 10분 읽으면 다 알 수 있었고 목차마다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는 한 권의 책이 여러 영상을 찾아볼 수고를 덜어줌을 알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AmD7W-NqcI


독서의 필요를 깨우치다.

이때 난생처음 독서가 유용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읽은 책이라곤 공부를 위해 억지로 보았던 교과서, 문제집이 전부였었고 또 책을 읽는 것을 싫어했던 나였지만 그 필요를 느끼니 책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부읽남이 쓴 <운명을 바꾸는 부동산 투자수업> 2권의 책과 황현희 님이 쓴 <비겁한 돈>을 읽는 것을 시작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그렇게 독서를 시작한 지 약간의 시간이 흘러 직장생활 첫여름휴가를 맞이했다. 토일월화수목금토일 총 9일의 꿀 같은 휴가. 직장인에게는 방학이 없다지만 9일이면 방학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시간 동안 나는 어딘가 갈 계획은 없었고 집에서 있는 동안 생산적인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독서 습관을 만드는 것이었다.


독서 습관을 세우다.

스스로 독학하는 것을 좋아하고 효율적인 것을 좋아하는 내가 고려해 본 선택지는 밀리의 서재였다. 도서관에 갔다 오기엔 귀찮음 계속 이겨낼지 자신 없었고, 책을 사자니 아직은 독서가 습관이 되지 않았기에 사놓고 안 읽을까 두려웠다. 밀리의 서재는 1년에 99,000원을 내면 마음껏 전자책을 읽을 수 있었다. 종이책을 넘기는 그 맛이 없다는 단점이 존재하기도 했지만 나는 그것보다는 일단 독서 습관을 들이는 것을 목표로 했기에 수많은 책들을 쉽게 접하여 내가 어떤 책을 좋아하고 또 어느 정도 분량을 부담 없이 완독 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사람인지라 뭐든 끝장을 보려 하고 끝장을 못 볼 것 같을 땐 포기하는 경향도 있기에...)


그리고 이 선택은 효과적이었다. 왜냐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밀리의 서재를 구독한 지 만으로 1년 가까이 되고 거짓말이 아니라 1년에 책 한 권을 읽을까 말까 했던 대학시절에 비하면 독서를 실천한 208일의 시간 동안 85시간 8분의 독서를(365일로 나누면 하루평균 14분 정도) 하였고 48권의 책을 읽었다. (물론 모든 책을 완독 한 것은 아니고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고 끝낸 책들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글을 쓰고 있으니 1년 전 나와는 달라진 점이 있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여전히 이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가고 있고 평생 그러겠지만 지난 1년 동안 찾은 답 하나는 은근히 독서를 좋아할 수 있던 사람이란 것이다. 책은 지루하고 또 글 쓰는 것도 귀찮았던 내가 지금 이렇게 이만큼의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자소서를 빼고 이렇게 길게 써볼 일이 있었을까...)

이제는 취미가 뭐냐는 말에 독서라고 할 수 있다. 조금 진부해 보이고 교양 있는 척하는 것 같아 보여도 그 뒤에 최근에 읽는 책과 그 관련 내용을 덧붙인다면 신뢰도를 높일 수 있으니 조금 부끄러워도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현재는 그냥 활자를 읽으며 마음의 평안을 되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좀 더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책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어졌다. 그리고 지난 1년간 책을 읽으며 스스로 생각해 본 바는 책 한 권에서 내가 실천하게 된 단 한 줄의 내용이라도 건졌다면 그건 그것대로 책 1권을 잘 읽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습관의 재발견을 읽으며 작은 습관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이를 내게 적용했다. (저자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도 팔 굽혀 펴기 단 한 번이라는 하찮은 목표를 달성하여 그것이 결국 더 큰 목표를 달성하게 해 주었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독서가 가능해졌고 1년 전 지금의 나와 비교했을 때 체중도 10kg 감량할 수 있었다.


취미를 갖고 싶었던 나는 우연히 만난 사람을 통해 독서가 취미가 되었고 그로 인해 조금씩 변했다. 앞으로도 좋은 변화를 계속해서 만들 수 있길 바라며 나의 첫 공개적 글쓰기를 마친다.


p.s

True life is lived when tiny changes occur. -Lev Tolstoy-

작은 변화가 일어날 때 진정한 삶을 살게 된다. -레프 톨스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