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불만족스럽고 불평이 생기고 불안한 감정들이 나를 괴롭힐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여러 방면으로 방어기제를 펼친다.
1. 회피형
고등학교 1학년 내내 학원을 안 다니며 반에서 1등을 할 만큼 공부를 열심히 했다. 요령은 없어서 시간으로 그 모든 것을 커버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2학년 때 공부를 하는 것에 있어 많이 지쳤다. 성적은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공부는 하기 싫고 그런데 해야 하는 부담감은 있고...
그렇게 내가 선택한 선택지는 '잠' 이었다. 자는 그 순간만큼은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으니까
눈을 뜨기 전까지는 잠깐 이곳을 벗어날 수 있으니까... 자는 것이 참 좋았다. 그리고 그렇게 일어나면 어김없이 같은 현실이었다.
2. 햄최몇형
나는 7살 이후로 단 한 순간도 비만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 (지난 1년간 10kg 감량 후 다행히 현재는 20년 만에 정상체중 달성 및 유지 중) 근데 비만이었다고 엄청나게 먹는 그런 편도 아니었다. 단지 먹고 운동을 안 했을 뿐.
근데 그런 내가 많이 먹는 때가 있는데 그것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이다. 매운 걸 먹어서 푸는 것도 아니고 그냥 먹고 싶은 것 혹은 눈에 보이는 것을 많이 먹어서 배라도 채운다. 그러면 어딘가 헛헛한 이 마음을 채우기는 개뿔
그냥 속만 더부룩하다. 라면 2개에 밥 말고 만두 몇 개 넣어 먹거나 겨울에는 귤 20개 정도를 안 다니며 먹거나 저녁을 많이 먹은 날에도 밤엔 후식으로 생라면을 부숴 먹거나... 이게 다... 식스팩이 있는 장난 없는 몸매가 아닌 장난꾸러기 같은 몸매로 결과를 보였다.(nice)
3. 와리가리형
회피형보다는 낫지만, 효율성이라곤 1도 없는 그런 상태다. 눈앞에 닥친 문제의 해결책을 당장 내놓을 순 없으니 다른 문제를 해결하고자 혹은 잠시 머리를 식히고자 시간을 생산적으로 쓰려 하지만 정작 머리 한가운데에는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으니 뭘 하든 효율이 바닥이다. 게임을 하다가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보며 듣다가 재밌어. 보이는 OTT 드라마나 영화를 5분 보다가... 결국, 시간만 날리고 있음을 깨닫고 현재의 문제에 집중하고자 하지만 여전히 어렵기는 매한가지며 해결책이 모든 것을 만무하다. 이거저거 다 건들며 휘젓는 게 이 강인의 팬텀 드리블도 한 수 접을 정도이다.
이 감정은 이 불평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까지 따라올까?
내가 가진 이 문제는 다음 주에도 여전한 모습으로 똑같이 남아있고 나도 똑같을까? 내년 이맘때에는? 3년 뒤, 5년 뒤에는? 알고 보면 아 그땐 그랬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을까? 고등학교 때, 대학교 때 받았던 낮은 성적이 날 옭아맬 수 없고 지나간 첫사랑이 나를 평생 괴롭히지 않고 오히려 빛나던 젊은 시절을 추억하게 하거나 조금 가깝게는 나의 모자람을 발견할 수 있어서 조금이나마 성장할 수 있음에 감사하거나... 혹 상대방이 쓰레기였더라도 이제야 구원받아 다행이라 여길 수도 있지 않은가...
내가 오늘 마주하고 있는 이 문제는 언제 사라질지 몰라도 조금만 시선을 달리해보면 내년 이맘때엔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알게 될 그런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적당히 고통스러워하고 지나간 그때엔 충분한 감사를 누리자.
그리고 그러기 위해 지금의 고통을 잘 기록하는 것도 추천한다.
끝으로 성경 구절을 인용하려 한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 괴로움은 그날에 족하니라
- 마태복음 6장 34절 -
내년 이맘때에 나는 회사 일을 좀 더 주도적으로 멋있게 하고 동료에게 신뢰받을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