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상)

광고에이전시는 사양산업인가?_1

by Way Maker

얼마전 LG 계열 광고대행사에서 AI 에이전트를 통해 광고기획을 해주는 플랫폼을 영업하는 전략을 발표했고

유튜브 썸네일은 이를 광고대행사의 몰락이라는 말로 이야기했다.

광고시장이 사양산업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늘 같은 장면이 떠오른다.
회의실에서 “아이디어”가 칭찬받던 시절의 공기와, 지금의 공기.

예전의 공기는 이런 느낌이었다.
“와, 이 카피 미쳤다.”
“이 비주얼 너무 광고 같아서 좋아.”

지금의 공기는 다르다.
“그거 그래서 전환은?”
“어느 구간에서 이탈해?”
“운영으로 재현 가능한가?”
“이번 달 성과 떨어지면 다음 주에 뭘 바꿀 건데?”

광고는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광고스러운 것이 설 자리가 줄었을 뿐이다.
돈은 계속 움직이는데, 돈이 심사받는 기준이 바뀌었다.
‘좋은 광고’가 아니라, 성과·운영·경험이 검증되는 방식으로.


1) “시장 전체”는 사양산업처럼 한 방향으로 죽는 그림만은 아니다

우리는 “광고비 줄었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총량이 폭락한다기보다, 구성의 재편이 더 정확하다.

전통 매체는 줄고, 디지털이 성장을 견인한다.
즉, 광고가 사라진 게 아니라 광고의 형태와 예산의 경로가 갈아엎어진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광고시장은 계속 축소되는 사양산업인가?”라는 질문에
내 결론은 이렇게 정리된다.


총량은 ‘완만 성장/정체’ 가능성이 크고,
‘대행사 비즈니스(특히 중소)의 체감은 축소’가 맞다.


이 문장 하나에, 요즘 광고판의 체온이 다 들어 있다.


2) 하지만 “네가 체감하는 고통”은 구조적으로 진짜다

(특히 중소/작은 대행사)

문제는 여기서 시작한다.
시장 전체가 죽는 건 아닌데, 내가 있는 자리만 무너지는 느낌.

왜냐하면 디지털은 커졌지만, 그 돈이 대행사의 마진으로 잘 안 남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점점 더 직접 거래 구조를 만들고

인하우스는 점점 더 강해지고

리테일미디어는 광고비를 ‘유통’이 아니라 ‘판매’의 언어로 흡수한다


결국 대행사가 먹던 영역이 얇아진다.
특히 수수료 기반 모델로 버티던 중소 대행사는 직격을 맞는다.

그래서 “대기업이 중소 시장까지 침범한다”는 체감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양극화가 만들어낸 현실이다.

이건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산업의 구조 문제다.
잘해도 덜 남고, 더 빨리 돌려야 하고, 더 자주 증명해야 한다.

그러니 사람들이 지친다.
그리고 업계는 더 자주 말한다.

“요즘 광고는… 그냥 운영이야.”


3) 결론: 광고 ‘산업’이 사양이라기보다, ‘대행사 모델’이

재편/압축되는 중이다

여기서 중요한 전환이 하나 있다.

예전에는 “광고를 잘 만드는 사람”이 희소했다.
지금은 “성과를 잘 만드는 사람”이 희소하다.

그런데 더 정확히 말하면,
성과를 ‘만드는’ 게 아니라 성과를 ‘재현’하는 사람이 희소해졌다.

한 번 터지는 캠페인은 누구나 꿈꾼다.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다.

이번 달도,

다음 달도,

담당자가 바뀌어도,

소재가 바뀌어도,


같은 논리로 성과가 다시 나오는 구조.

그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이 필요해졌다.


4) 그래서 지금 희소해지는 직업:

마찰을 지워 성과를 재현하는 운영 설계자


나는 요즘 광고를 이렇게 정의한다.


광고는 메시지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고객이 ‘움직이게 되는 과정’에서 마찰을 지우는 일_그리고 우리를 좋아하게 하는 종합 경험디자인이다.


매년 RFP가 뜬다는 건, 그만큼 시장이 ‘닫히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문이 계속 열려 있다는 증거다. 물론 많아지진 않았지만..

물론 이 문은 아무나 들어오라고 열어둔 문이 아니다.
예전엔 “까리한 시안, 낮은 단가”만 있어도 통과하던 문이었다면,
지금은 성장에 대한 확신을 증명해야 통과하는 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RFP는 ‘가격표’가 아니라, 광고주의 불안을 담는다.
“이번엔 진짜 성과가 나올까?”
“우리 브랜드가 다시 움직일까?”
“이 파트너는 문제를 해결할까?”
이 불안이 있는 한, 기업은 다시 묻는다. 다시 찾는다. 다시 뽑는다.

시장에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을 쓰는 기준이 바뀌어서 RFP가 계속 나온다.


5) RFP는 ‘광고 제작’ 모집 공고가 아니라, ‘성장 파트너’ 채용 공고다

예전의 비딩이 “잘 만들 수 있나요?”를 묻는 자리였다면,
지금의 비딩은 “잘 되게 만들 수 있나요?”를 묻는 자리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잘 만든다: 결과물 중심

잘 되게 만든다: 전략·의사결정·실행 구조 중심

즉, RFP는 이제 크리에이티브 경연장이 아니라
성장 설계 역량을 검증하는 무대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시장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리셋되고 있다.
쓸 곳은 여전히 많고, 오히려 더 복잡해졌고,
그만큼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의 자리가 생긴다.


그래서 필요한 인재는 바뀐다

“광고를 잘 만드는 사람” → “성장을 재현하는 사람”

여기서 말하는 ‘필요한 인재’는 열심히 뛰는 사람이나
트렌드를 빨리 읽는 사람이 아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시장이 더 많이 요구하는 건 이거다.


성과가 ‘한 번’ 나오는 게 아니라,
‘계속’ 나오게 만드는 사람


즉, “운영”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설계다.
캠페인을 잘 굴린다는 뜻이 아니라
성장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설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광고를 ‘소재’로 보지 않는다.
광고를 경험의 흐름으로 본다.

유입이 왜 생기는지

이해가 어디서 멈추는지

사용으로 넘어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확신이 생기려면 어떤 경험이 누적돼야 하는지

재구매/추천이 일어나려면 브랜드가 어떤 기억으로 남아야 하는지

이 흐름을 설계하는 능력이 ‘인재상’이 된다.


내가 말하는 “사소한 마찰”은 클릭이 아니라, ‘결정’의 마찰이다

여기서 마찰을 퍼포먼스 용어로만 쓰고 싶진 않다.
내가 말하는 마찰은 전략적 마찰이다.

의사결정권자의 머릿속에서 결론이 안 나는 마찰

조직 내부에서 목표가 갈라지는 마찰

채널마다 언어가 달라 설득이 깨지는 마찰

좋은 실행이 있어도 학습이 남지 않아 매번 리셋되는 마찰

“이번에 왜 이걸 해야 하는지”가 설명되지 않는 마찰


이 마찰이 남아 있으면, 어떤 광고도 ‘좋아 보이기만’ 한다.
그리고 광고주는 다시 RFP를 연다.

반대로 이 마찰을 지우면,
광고주는 “이번엔 파트너가 생겼다”고 느낀다.
비딩을 반복하던 시장에서, 관계가 길어지는 이유는 결국 이것이다.


결론: 시장은 닫히지 않았다. 다만 입장 조건이 바뀌었다

광고시장이 사양산업인지 묻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광고 ‘산업’이 죽는 게 아니라,
광고를 대하는 방식이 바뀌는 중이다.

그래서 시장은 여전히 열려 있고,
RFP는 그 증거다.

다만 그 문을 통과하는 사람은 달라진다.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성장을 ‘설계하는’ 사람


나는 그 방향이
한국 광고 시장의 다음 표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누구는 이걸 솔버타이징이라 부르고, 누구는 브랜드 엑셀레이터라고 부른다.
그럴듯한 이름이 붙으면 뭔가 새 시대가 열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단어들을 한 단계 내려서 보고 싶다.
결국 다 같은 말이다.

기획에서 ‘문제–해결’을 더 퀄리티 있게 하자.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퀄리티 있게”라는 말이 너무 추상적이라는 점이다.
추상적인 구호는 모두의 마음을 뜨겁게 하지만, 모두의 손은 바쁘게 만들 뿐이다.

그래서 나는 ‘문제 해결의 퀄리티’를 구체적인 산출물로 바꿔서 정의해보려 한다.
이게 지금 시장에서 통하는, 그리고 RFP가 계속 열려 있는 이유이기도 한 현실적인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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