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인가.
과거를 생각하면 온갖 장면들에 머릿속이 뒤엉켜 정신없이 소란스럽다. 마치 파노라마가 쭉 이어져 비춰지는 것이 아닌, 한 장 한 장 찢겨져 뒤섞인 조각들을 어둠에 갇힌 나에게 하나씩 비춰 나를 고문시키는 것 같다.
어릴 때의 결핍으로 나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기를 바랐다. 사랑에 '내가 줘야 하는 사랑'이라는 무거운 조건 때문에 난 누군가의 사랑이 두려웠다. 강하지 않았던 나는 강하게 자라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란 결핍으로 늘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였고 그런 나를 들키지 않게 보호하기 위해 내면에 탁하고 얇은 외피를 하나씩 덮어오니 어느새 외피들이 쌓여 두꺼운 덩어리가 내 온몸을 덮었다. 나를 사랑하지 않기를 바라며, 나를 미워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렇게 내가 아닌 나로 몇 년을 살아오면서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켜오며 살아와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기대는 것이 어려웠다. 그렇게 자라온 나는 그게 당연한 삶의 방식이라 알았다.
내게 오는 모든 맘은 목적으로 오는 가벼운 마음이라 생각하였고 책임도 지지 못할 한심한 마음들 뿐이라 생각했다. 더 깊은 관계로 발을 딛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심연에 빠져들어 고통스러울 거기 때문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놓는 게 낫다.
나의 본질을 찾기 위해 외피를 끝없이 잘라내고 뜯어내고 덧붙여 물감으로 칠하는 중이다. 그러면서 나를 끝없이 변화시키며 즉, 아이러니하게 본질에서 벗어난다.
그 끝으로 치달으며 하얗던 나의 외피는 점점 색이 검게 짙어 어두워지고 난도질당해버리고 나의 더러운 외피들을 전부 뜯어냈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주변은 알 수 없이 더럽고 어질러진 것들 투성이다.
난 누구인가? 나는 원래 이런 아이였을까? 아님, 세상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나의 파노라마를 지금까지도 찢어내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