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갑작스러운 발령으로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3개월이었던 출장이 6개월, 9개월 계속 늘어났고, 그 사이 둘째가 생겨 임신과 출산을 남편과 떨어진 채로 하게 되었죠. 어린 둘째 아이를 돌보면서 첫째 아이까지 챙겨야 하니 그야말로 지옥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하루 10분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은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에 치이고, 살림에 떠밀리면서 나를 잃어 갔습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무기력해지는 경험을 하면서 하루하루 정신적으로 메말라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무기력증과 산후 우울증 혼합되어 갈 때쯤, 한 유튜브에서 봤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으면 일어나서 이부자리 정리부터 해라’라는 말이 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을 털고 침대를 정리했습니다. 이 것이 저의 정리의 시작이었습니다. 아주 사소한 변화의 시작 말이죠.
그리고 집을 한 공간씩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눈에 보이는 많은 것들을 비워내는 일이었습니다. 물건을 하나씩 비워내는데 내 마음에 묵은 짐을 비워내는 것처럼 후련해졌습니다. 마음에 답답함이 지워지는 것 같았죠. 그렇게 아이를 업고 한 공간 한 공간 치워가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집이 깔끔해졌고, 더불어 제 마음에 있던 무기력한 감정들도 조금씩 치워져 갔습니다.
정리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보면 정리를 하면 마음과 생각도 정리된다고 합니다. 집을 정리하는 일을 그렇게 거창한 일과 비교하다니 과장된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도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정리를 하고 난 후 저의 삶은 굉장히 단순해졌습니다. 공간뿐만 아니라 제 생각도 단순하고 명쾌해졌습니다. 정리하며 물건을 선택하고 비워갔고, 이 과정에서 배웠던 방법으로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제 마음에서 비워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정리를 하고 나서 집안의 물건들도 굉장히 심플해졌습니다. 집은 더 이상 물건에 둘러 쌓여 있지 않고, 모든 물건에 제자리가 있으니 집안일에 드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생각의 정리는 시간의 정리로 나아가 하루 1시간은 온전히 저에게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소위 독박육아를 해도 시간이 생겼습니다.
혼자서 해야 하는 일의 압박이나 버겁다는 감정이 줄어들고,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고 내가 집중해야 할 일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집 정리를 마친 후 정리가 좋아서 정리 자격증도 취득했고, 소중한 저의 시간을 살림과 육아가 주는 압박에서 나태하게 보내지 않고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저에게 정리의 시작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작은 발버둥이았지만 전업주부인 저의 새로운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저와 같다면, 정리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혹시 아직 정리가 어렵다면, 30일 동안 직접 집을 정리할 수 있는 이야기를 연재하려고 합니다. 30일 동안 함께 정리하며, 내 속에 있는 무기력도 떠내 보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