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윌리엄 해즐릿.
모든 게 잘 전개되는데도 뭍에 오른 물고기 같다.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윌리엄 해즐릿
비위에 거슬리는 사람들에 관하여
비위에 거슬리는 사람들은 참 많다. 친절한 불만덩어리, 눈을 부릅뜬 사람, 여름 친구, 사무적이고 고집 센, 솔직한 후안무치, 하류 인생에 대한 사랑, 주둥이를 잃은, 계획적 범의, 따분한 사람, 비관론자들까지. 사실 이것들은 어찌 보면 작가 한 사람이 접한 모든 사람들을 분류한 것이나 다름없다. 일반화된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가 개인이 만난 모든 사람들을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도 분류하였다. 다시 말하면 작가가 만난 모든 사람들은 비위를 거스르는 사람이고, 자신도 비위를 거스르는 사람 중 하나로 분류하였다. 왜 모든 사람을 비위를 거스른다 보았을까? 정말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비위를 거스른다 생각하였나?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서로의 비위를 거스른다고 생각하였나?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보자. ‘비위에 거슬리는 사람들에 관하여’.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을 비위를 거스르는 유형으로 구분 지었다. 내가 타인에게 느낀 비위 상함과 내가 타인에게 주는 비위 상함 들을 모두 넣었다. 이 글의 초점은 바로 ‘비위’였다. 누구나 타인에게 어떤 지점에서 비위가 상함을 느낀다. 아주 작은 것으로부터 속이 뒤틀리거나 불편함을 느낀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모두 다르다. 사람마다 ’ 비위‘의 포인트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 모든 지점들을 분류하였고 작가 자신이 가진 뒤틀린 지점까지 포함하여 친절히 나열하였다.
처음 나는 이 글을 읽으며 왜 이렇게 세상에 불평, 불만이 많아?라는 생각에 읽는 내내 뇌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비관보다는 낙관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나에게는 이 책 모두가 ’ 비위에 거슬리는 ‘ 이야기들이었다. 글을 다 읽어갈 즈음에는 작가의 이런 관점에 관하여 차차 혐오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이렇게 재미없고 의미 없는 책은 처음이라는 말이 저절로 입 밖으로 튀어나왔으니까.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은, 아 내가 제대로 말려들었구나? 였다. 그렇다 작가는 이 책에 온갖 혐오들을 신랄하게 나열해 두었다. 독자는 불편하다. 혐오는 감추어야 하고 당당히 내뱉으면 안 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작가는 너무도 당당히 혐오를 퍼붓는다. 그리고 독자는 글을 읽으며 서서히 내면의 혐오가 끓어오른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그와 그의 글을 혐오하기 시작했다. 나는 윌리엄에게 말려들었다. 그는 모든 혐오를 바깥으로 꺼내보이고 어떤 것이든 독자로 하여금 혐오감을 느끼도록 의도하였고 나는 곧바로 혐오로 혐오를 내뱉었다.
다시 비위로 돌아가보자. 자신을 포함한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가진 비위를 아주 상세히 비위상하게 나열해 두었다. 불편하다. 그리고 이내 나는 그 분류들 중 어떤 비위를 거스르는 범주에 해당하는지 더 꼼꼼히 읽어본다. 잘 모르겠다. 나는 어떤 범주에 속해 타인의 비위를 거스르고 있을까? 다시 읽어도 모르겠다. 모르겠는 게 당연하다. 나는 내가 가진 어떤 부분이 타인의 비위를 거스르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알겠다. 나 역시 누군가의 비위를 거스르고 있음을. 내가 이 글에서 보았던 보지 못했던 나에게도 그런 지점이 있을 것이다.
혐오의 즐거움이라는 것은 내가 혐오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마음껏 혐오하다 보니 결국 나도 얼마든지 혐오스러운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