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현실적 이유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신이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가장 일상적이면서 현실적인 이유는 생존하기 위해서이다. 먹고사는 일에서의 자유, 즉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고 싶다면 실용적 배움과 더불어 실천적 사고력을 키우려는 배움이 있아야 한다. 실천적 사고력을 갖는데 도움이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역사다. 역사는 인간의 행동을 살피는 학문이자 실천적 행위이다. 인간은 타고난 재능이든 피나는 노력이든 어떠한 경우든지 간에 삶의 방식과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에 맞추어 삶을 변화시키고 적응하면서 생존해 왔다.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적응과 생존의 방법을 역사를 공부하면서 배울 수 있다.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인간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공부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겪었던 실패와 성공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내 삶의 여정에 적용하고 방향성과 타당성을 점검하는 것이다.
우리는 AI의 탄생이 찬사를 받는 시대에서 아이디어 하나로 큰 이익이나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부와 명예를 가져다줄 아이디어의 대부분이 일상에서 실질적으로 체감토록 해주는 과학기술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우리 사회는 과학에 대한 열망과 교육열이 뜨겁다. 이것이 청년층의 취업과 연결되면서 개인의 삶에 대한 성찰과 반성, 통찰과 안목의 형성을 위한 학습은 등한시되고, 보다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자기 계발과 학습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현상에 발맞춰 '무엇 무엇하는 법', '단기간에 무엇 무엇하는 법' 등 실용적 콘텐츠들이 넘쳐나고 있다. 실용적 목적의 학습 자체는 그리 뭐라 할 것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그 안에 진짜 있어야 할 통찰과 안목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치 속없는 만두, 앙꼬 없는 찐빵 같다. 분명 인간 생활의 안전과 편의를 높여준 것이 과학기술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그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인간이 지구상에 등장한 이래로 지금까지 인류를 이끌어 온 것은 인간의 성찰과 고뇌, 즉 생각과 판단이다.
영어 IDEA(아이디어)는 발상, 감 등으로 해석된다. 발상이란 어떤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생각 속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인간의 생각은 철저하게 역사적이란 것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똬악! 하고 생각이 떠오르는 일은 없다. 독자 중에는 '갑자기,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지 않나?'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은 지속적인 생각 끝에 있는 깨달음이다. 하늘에서 돈이 뚝 떨어지지 않듯이 생각도 어느 순간에 번뜩 들지 않는다. 생각은 그 어떤 대상으로 하든 치열하고 반복되는 고민과 사색을 통해 나타난다. 인간의 생각은 늘 연속성을 지니고 시간성을 가진다. 그래서 역사적이라는 것이다.
생존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생존, 특히 경제적 자유를 위한 부를 획득하는 데 있어 필요한 것이 바로 생각과 판단이라 본다. 생각한다는 것은 성찰한다는 것이다. 성찰은 나 자신이든 타인이든, 어떤 대상의 지나 온 길을 살피는데서 시작된다.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는 것은 곧 나를 성찰하는 것이다. 내가 태어난 시점부터 자라온 과정을 살펴보고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등을 찾아가는 것이다. 지나온 것을 살피는 것이 바로 역사를 살피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은 역사적인 것이 된다.
반추反芻라는 말이 있다. 반추란 어떤 일을 되풀이하여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의 실패경험이나 성공경험을 살피면서 여러 번 생각하고 반성하며 개선점을 찾아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역사를 공부하면 이 반추의 능력이 길러진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역사공부가 중요하다고들 한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삶을 개선시켜 줄 안목과 통찰을 기르는데 역사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된 것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수호지와 초한지, 삼국지 등을 읽는 이유는 인간의 심리와 희로애락, 술수와 대응, 지략 등을 배우고 적용할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반추를 통해 자연스레 배양되는 능력이 하나 있다. 바로 판단력이다. 과거의 실패와 성공으로부터 무엇인가 깨닫고 배웠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이 옳은 방향인지 선택할 수 있다. 이 선택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가치판단이다. 이 가치판단은 윤리적으로 옳고 그름의 구분이 아닌 가장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생존'을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제껏 역사를 어떻게 배워왔는지 생각해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자신을 살피는데 활용되지 못할뿐더러 나열된 수많은 지식들을 암기라는 타성에 젖어 일단 외워야 할 것으로 인식한다. 그러니 외운 것을 잘 기억해 내는 사람은 역사를 잘한다고 한다. 어이가 없다. 필자는 10여 년 넘게 역사를 공부하고 가르쳐왔으나 잘 기억하지 못한다. 역사의 본질은 암기가 아니기 때문에 애초에 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 지식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 그것이 내 삶에 녹아져 생각이 되고 안목이 되어야 유용성이 있다. 여전히 당신에게 역사란 외울 것이 많고 지루한 것이라면 사회적으로는 교육제도가 문제이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기 싫어하는 당신의 문제다.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1769년 프랑스의 퀴뇨라는 사람에 의해 처음으로 증기기관차가 만들어졌다."
위 사실을 학습했다고 하자. 기존의 학습방식으로는 이것을 외우려고 덤벼들었을 것이다. 최초로 만든 사람은 퀴뇨. 시점은 1769년...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제는 바꾸어야 할 때가 되었다. 증기기관차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 마부는 어떤 심경이었을까?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 스스로에게 득이 되는 학습방법이다. 18세기 후반의 마부의 심경을 이해할 수 있다면, 더욱이 당시 마부들이 어떤 행동을 했을지 추론할 수 있다면 알파고, 왓슨, 챗GPT 등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이 세상에 나온 오늘날 당신이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다수 마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러 놀라움을 표현하면서 충격과 불안, 걱정으로 일관할 텐가? 아니면 증기기관이 만들어낸 새로운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개척해 나갈 것인가? 이 선택의 기로에서 역사적 사고력은 큰 힘을 발휘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바로 역사적 사실을 통해 인생의 선택의 기로에서 보다 나은 판단을 하기 위해서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판단의 주목적은 가장 현실적이자 근본적인 문제인 ‘생존’을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결국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가장 현실적 이유는 변화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는 데에 있는 것이다.
“꿈인 줄 알려면 꿈에서 깨어나야 하고 흐름인 줄 알려면 그 흐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문열의 <삼국지> 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역사의 변화를 읽어내려면 역사의 흐름 밖으로 나와야 한다. 우리는 현재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살고 있다. 꿈에서 깨어난다는 것은 알겠는데, 흐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다양한 생각과 의견들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변화의 민감도를 높이기 위해 현재의 흐름에서 잠시 멈춰 지나온 과거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가 경험하는 것들이 흐름 속에 있는 것이라면,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 한 발 물러서서 지켜보는 것이다. 그리고 과정과 결과가 어떠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많은 역사적 사건들을 마주했고, 그 결과들을 알고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당시의 조선 백성은 역사 흐름 속에 살아가고 있는 자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 우리는 임진왜란의 결과가 어떠했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왜란의 흐름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고 있다. 그 영향이 또 다른 영향이 되어 결국 지금, 오늘을 살고 있는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크든 작든 말이다. 흐름 속에 살면서 아직 오지 않은 깜깜한 미래를 불안해할 것인가, 아니면 잠시 흐름에서 벗어나 어떻게 상황이 흘러갈지,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해 볼 것인가.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지나간 수많은 사실들을 외우고 기억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사실들을 통해 삶을 이끄는 안목과 통찰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대체로 중고등학생 수준에서 배우는 세계사 내용을 다룬다. 부제에서도 밝혔듯이 역사 속에서 부의 감각 찾는 것이 주된 목적이기에 주요 내용을 통해 어떤 생각할 거리를 주로 실었다. 말이 부의 감각이지, 사실 감각이라는 것이 워낙 주관적이기 때문에, 필자가 역사를 공부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의견을 풀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독자는 필자와 다르게 생각하고 해석할 수 있으며, 필자의 의견을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과거의 사실로 치부할 수 있는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인생의 여러 상황에서 배울 점과 실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하며, 지금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나와 우리 가족, 우리 공동체, 나아가 인류에 어떠한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