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고작 4살이었다
희미한 듯 하지만 또렷한 기억이다.
연탄을 때면서 요리를 해야 하는 주방 겸 화장실을 갖춘 반지하 단칸방에 아빠, 엄마, 오빠 그리고 나 이렇게 네 식구가 살았다.
햇볕이 쨍한 여름날이었던 것 같다.
엄마는 주인집 아줌마 집에서 몇몇의 아줌마 들이랑 전축을 크게 틀어놓고 춤추고 노래를 불렀다.
구석 작은 창가옆에서 구경삼아 놀다 창문 밖으로 아빠가 일 마치고 들어오는 게 보였다.
난 아빠가 무척이나 반가웠을 것이다.
혼자 심심했을 찰나 때마침 놀아줄 친구가 등장했다고 느꼈을 것이다.
아빠에게 힘껏 달려갔을 땐, 돌아온 건 아빠의 싸늘한 얼굴이었다.
나를 반겨주는 것보단, 엄마를 먼저 찾았다.
집 앞 골목을 들어섰을 땐, 아빠는 담벼락 넘어 흘러넘치는 음악소리를 들었을 것이고,
대문을 들어섰을 땐, 정면으로 바라보는 유리창 너머 춤추고 있는 엄마가 보였을 것이었다.
무서웠다.
아빠의 따끔거리는 눈빛에 등 떠밀려 몽땅한 다리를 열심히 굴려 엄마를 불러왔다.
공포에 질린 엄마는 재빨리 아빠 밥창을 차려 받쳤다.
밥상을 받은 아빠는 밥 한 숟갈도 뜨지 않고 그대로 엎어 버렸다.
그리곤, 엄마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
그게 내가 기억하는 엄마를 향한 첫 번째 폭력이었다.
엄마 나이 이십 대 후반,
내 나이 고작 4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