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비결

내가 사랑한 영화: 소울

by 달리
Soul



이미지 출처, 씨네21


애니메이션 영화, 웬만한 건 다 봤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그만큼 나오는 대로 족족 다 봐야 한다는 약간의

압박감도 존재한다. 사실, 그래픽이 취향은 아니라 정말, 정말, 정말 기대 없이 보기 시작했다가 눈물 콧물

찔찔 흘리면서 나오게 만들었던 마법 같은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일과 하고싶은 것들에 대해 고민이 많아

우왕좌왕하던 시기였는데, 치료약을 먹은 듯 영화를 보고 나오는 발걸음이 정말 마법처럼 가벼워졌기 때문에. 영화의 주제는 크게 뭉뚱그려 보면 '삶 자체를 즐기는 것의 유의미함'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그와 별개로 이 영화가 개개인에게 주는 감상은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느꼈던 감상을 아무리 고민해봐도 명확하게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듯이, 누군가에게는 밋밋하고 심심하게 느껴지는 작품일지도, 누군가에게는 상상치 못했던 거대한 위로같은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후반부부터는 계속 훌쩍거렸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아직도 기억난다.) 22의 영혼이 들어간 조가

떨어지는 나뭇잎을 손에 쥐고 바라보던 장면부터 엔딩까지 쭉이다. 내게 유독 크게 다가왔던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나 역시 삶의 이유나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목적으로 삼은 무언가가 꼭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그게 특정 직업이나 성취감을 충족시키는 가시적인 목표가 아니라고 해도,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스스로 명확히 인지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늘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건 조의 말처럼 음악일 수도 있고, 22에게는 지구 뱃지를 받기 위해 채워야 할, 아직은 공란인 무언가일

수도 있다. 나도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22의 빈칸을 채울 것은 과연 무엇일까'에 집중했고,

사실 중반부부터는 그것이 단어로 특정할 수 있는 무언가는 아닐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삶의 목적과 이유=?' 라는 공식 속 '?'가 과연 무엇일지에 가장 집중하며 감상했다는 것이,

영화가 끝날 즈음에는 조금 부끄럽게 느껴졌다. 계획을 세우고, 단기와 장기 목표를 잡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단계별로 실행하며 성취하고. 그러한 삶의 태도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지금 당장 다음 목표와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내게는 그게 너무나도 중요한데, 당최 찾아지지 않는다는 것에 매몰되어 스스로를 답답해하고 몰아세우고 있었다. 이 영화는 그로 인해 울고 싶어지는 나같은 관객에게

'목적과 이유와 정답 말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의 모든 순간을 누리는 것'의 가치에 대해 너무나도 세련되게 메시지를 전달하며 위안을 준다. 그만 정답만을 찾으려 하고, 내가 못난 것 같아서 자꾸 스스로에게 상처받지 말고,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것을 둘러보고 한 발 물러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

가장 필요한 시기에, 거칠거칠해지고 부르튼 마음에 연고를 발라준 고마운 영화.


왜 이 영화가 훌륭하고 잘 만들어진 영화인지 굳이 설명하고 덧붙이지 않아도 누구든 보고 나면 알게

될 것이다. 너무나도 보편적이고 광범위한 주제를 보는 이들에게 이렇게도 개인적이고 특별한 메시지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픽사 영화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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