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소매치기와 한국 관광객의 불편한 궁합

소매치기의 기본 원리와 여행자의 방어법

by 문명의 해석

로마에 가면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따라붙는다. 로마라는 도시를 생각할 때 아름다운 유적과 광장, 성당과 분수만큼이나 함께 따라붙는 이미지가 바로 소매치기였다. 물론 이런 평판은 실제보다 과장되어 전해지는 경우도 있고, 여행자마다 체감도 다를 수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로마가 오랫동안 관광객이 밀집하는 도시였고, 그만큼 소매치기 같은 거리 범죄의 무대가 되기 쉬운 곳이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의 로마를 걸어보면, 적어도 예전과 똑같은 도시라고만 말하기는 어렵다. 주요 관광지 주변은 전보다 정돈된 느낌이 들고, 한때 유난히 어수선하게 느껴졌던 곳들도 조금씩 관리의 손길이 닿은 듯 보인다. 과거에는 무료였던 판테온도 이제는 유료 입장 방식으로 달라졌고, 관광객이 몰리는 중심지들은 전체적으로 통제가 더 분명해진 인상이다. 그래서 로마 전체가 더 안전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예전의 무질서한 분위기가 일부 줄어든 것은 체감상 느껴진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도시의 인상이 아니다. 로마가 예전보다 조금 더 정돈되어 보인다고 해서 소매치기의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소매치기는 도시가 더럽고 어수선할 때만 생기는 범죄가 아니다. 무엇보다 그들은 사람을 본다. 누가 눈에 띄는지, 누가 낯선 사람인지, 누가 분주한 지, 누가 방심하고 있는지를 먼저 읽는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탈리아의 소매치기와 한국 관광객은 오래전부터 썩 좋지 않은 궁합을 보여 왔다.

이 말은 한국 관광객의 잘못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책임은 어디까지나 소매치기에게 있다. 다만 한국 관광객의 여행 방식 가운데 몇 가지가 그들에게 유난히 읽기 쉬운 신호로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문제는 피해자의 성격이 아니라 그 성격과 습관을 범죄가 너무 쉽게 이용한다는 데 있다.


표적은 우연히 정해지지 않는다

소매치기가 성공하려면 가장 먼저 표적 선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에게나 손을 넣는 것이 아니다. 위험은 적고 수입은 있어 보이는 대상을 먼저 고른다. 그런 눈으로 보면 한국 관광객은 종종 꽤 매력적인 표적이 된다. 실제로 부자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비교적 단정하고 눈에 띄는 옷차림, 모자와 선글라스, 백팩이나 크로스백, 손에 든 쇼핑백, 일행과 함께 움직이는 분위기만으로도 이미 관광객이라는 사실은 쉽게 드러난다. 그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정보가 된다.


여기에 한국 관광객 특유의 이동 방식이 겹친다. 관광지에서는 멈춰 서는 일이 많다. 사진을 찍고, 다음 동선을 확인하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가게를 둘러보고, 휴대전화를 보며 길을 찾는다. 단체 관광이라면 이런 모습은 더 분명해진다. 버스에서 내린 뒤 일행이 모이기를 기다리거나, 누군가를 따라 움직이거나, 가이드의 설명을 듣느라 시선이 한 곳에 묶이는 순간이 반복된다. 소매치기에게 필요한 것은 대단한 기술보다 이런 순간들이다. 손보다 먼저 시선을 읽고, 시선보다 먼저 흐름을 읽는다.


관광은 원래 주의를 흩뜨린다

관광지에서 벌어지는 주의 분산은 소매치기에게 거의 필수 조건과 같다. 그런데 여행이라는 행위 자체가 원래 주의를 여러 갈래로 찢어 놓는다. 눈은 풍경을 보고, 손은 휴대전화를 들고, 마음은 다음 일정과 사진, 식사, 쇼핑으로 흩어진다. 이탈리아처럼 볼 것이 많은 도시에서는 그 분산이 더 심해진다. 판테온 앞에서는 천장을 올려다보게 되고, 트레비 분수 앞에서는 사진 구도를 맞추게 되고, 성 베드로 광장에서는 사람의 흐름에 몸을 맡기게 된다. 그 순간 여행자는 여행을 하고 있지만, 소매치기의 눈에는 이미 작업 가능한 상태로 보일 수 있다.


한 손은 반드시 자유로워야 한다

나는 여행할 때 나름의 원칙 하나를 갖고 다닌다. 나는 속으로 그것을 ‘원핸드 프리’라고 부른다. 아무리 짐이 많아도 한 손은 반드시 자유로워야 한다는 뜻이다.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있거나, 한 손으로 캐리어를 끌고 다른 손으로 휴대전화를 보는 상태는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단지 바쁜 모습일 수 있지만, 소매치기의 입장에서는 거의 완성된 조건이다. 이미 손은 묶여 있고, 시선은 분산되어 있고, 몸은 느려져 있다. 방어도 어렵고 반응도 늦어진다. 그래서 여행지에서는 짐이 많다는 것 자체보다, 손이 둘 다 묶여 있다는 사실이 더 위험하다.


백팩은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가방이다

백팩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은 백팩을 편한 가방으로 생각한다. 두 손이 자유롭고 무게를 나눌 수 있으니 오히려 안전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적어도 소매치기의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다. 등에 멘 백팩은 내 눈이 직접 닿지 않는 공간에 놓인다. 다시 말해, 그 순간부터 그 가방은 내 시야 밖에 있게 된다. 그래서 나는 여행지에서는 백팩을 완전히 믿지 않는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등에 멘 백팩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맞다고 느낀다. 그만큼 그것은 쉽게 열리고, 쉽게 손이 닿고, 쉽게 표적이 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백팩에는 중요한 것을 안 넣어 두니까 괜찮다고. 잃어버려도 큰일 날 것은 없다고. 하지만 그것은 문제를 너무 가볍게 보는 태도다. 거기에 현금이나 여권이 없더라도, 누군가가 내 가방 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갔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매우 불쾌하다. 그것이 값싼 기념품이든, 물병이든, 선글라스든, 작은 소지품이든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여행자는 단지 물건 하나를 잃는 것이 아니다. 자기 몸 가까이에 있는 공간이 침범당했다는 감각을 함께 겪게 된다. 그것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친절함도 때로는 틈이 된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한국 사람들의 친절함이다. 한국 관광객은 낯선 사람이 말을 걸면 무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길을 묻거나 시간을 물어보면 일단 멈춰서 듣는다. 모르면 미안해하고, 알면 최대한 도와주려 한다. 심지어 휴대전화를 꺼내 검색해서라도 알려주려는 경우도 있다. 평소라면 그것은 분명 좋은 태도다. 그런데 관광지의 소매치기 앞에서는 바로 그 점이 취약점이 되기 쉽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여행자의 호의가 아니라, 그 호의가 만들어내는 틈이다. 시선이 화면으로 내려가고, 손이 다른 일에 묶이고, 몸이 멈추는 그 짧은 순간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나는 낯선 사람이 불필요하게 가까이 다가오면 먼저 거리를 만든다. 거기서 말하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한 팔 정도의 거리를 확보한 채 멈추면 적어도 몸이 침범당하는 일은 줄어든다. 이것은 예민한 태도가 아니라 여행지에서의 기본적인 자기 보호라고 생각한다. 소매치기는 결국 가까운 거리에서, 접촉이 가능한 거리에서 벌어진다. 무엇을 팔겠다고 다가오거나, 서명을 요구하거나, 길을 묻거나, 말을 붙이며 시선을 잡아끄는 행동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접촉과 주의 분산을 위한 장치일 수 있다. 관광지는 친절이 필요한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친절이 악용되기 쉬운 공간이기도 하다.


단체 관광객이 더 취약해지는 순간

특히 관광객은 단체로 움직일 때 더 취약해진다. 혼자 다니는 여행자는 적어도 자기 몸과 짐의 흐름을 스스로 통제한다. 그러나 단체 여행에서는 늘 누군가를 따라가게 된다. 앞사람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뒤처지지 않으려 하고, 인원 확인과 집합 시간에 신경을 쓴다. 그러다 보면 정작 자신의 가방과 주머니, 주변의 낯선 손길에는 둔감해지기 쉽다. 다시 말해, 개인의 주의가 집단의 흐름 속에 녹아버린다. 소매치기는 바로 그런 순간을 좋아한다.


문제는 부주의가 아니라 나쁜 궁합이다

결국 이탈리아의 소매치기와 한국 관광객의 나쁜 궁합은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한국 관광객이 특별히 더 부주의해서가 아니라, 여행을 즐기는 방식과 움직이는 습관이 그들의 작업 방식과 너무 잘 맞물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눈에 띄고, 손이 바쁘고, 친절하고, 사진을 많이 찍고, 함께 움직이며, 백팩을 자주 메고, 낯선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려는 태도. 이 모든 것은 여행자로서는 자연스럽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다. 그러나 소매치기의 눈에는 그 자연스러움이 곧 기회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은 겁을 주기 위한 글이 아니다. 이탈리아가 유독 나쁜 나라라고 말하려는 글도 아니다. 오히려 여행자의 마음을 조금 더 단단하게 하자는 뜻에 가깝다. 한 손은 비워 두는 것, 백팩을 과신하지 않는 것, 낯선 접근에 불필요하게 성실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 가까운 거리에서 먼저 선을 긋는 것. 이런 습관은 여행의 즐거움을 망치는 경계심이 아니라, 그 즐거움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자세일 수 있다.


아무리 사소한 물건이라도 소매치기를 당하면 그 여행은 아주 불쾌해지고 기분이 상하게 된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당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다. 다만 혹시라도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다면, 그다음에는 가능한 한 빨리 마음을 털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계속 그 일에 붙잡혀 있으면 남은 일정까지 흐트러지고, 결국 여행 전체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의 고수는 위험을 막는 법만 아는 사람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불쾌한 일을 만났을 때도 빨리 마음을 추슬러 다시 자기 여행으로 돌아오는 사람이다.


여행자는 도시를 보고, 소매치기는 여행자를 본다

로마는 여전히 아름다운 도시다. 사람을 압도하는 시간의 두께가 있고, 골목 끝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광장과 분수가 있고, 다시 가고 싶게 만드는 얼굴이 있다. 하지만 그런 도시일수록 여행자는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기 쉽고, 바로 그 순간 누군가는 사람을 보고 있다. 여행자는 도시를 보지만, 소매치기는 여행자를 본다. 어쩌면 이탈리아 여행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그 시선을 한 번쯤 거꾸로 생각해 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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