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는 아니어도 누구나의 삶
2025년 여름.
나는 지친 마음을 안고 한 없이 가볍게 시작했던 그 만남에서 너무나 운이 좋게도 새로운 길을 만났다.
많은. 그러나 그렇다고 흔하지도 않은.
누구나 알법한 대기업의 일원이 되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입사 전 면접의 관문부터 최종 입사까지, 몇 번이고 마음을 졸이는 고비를 넘어야만 했다.
남의 돈 벌어먹기는 어디든 힘들다마는 오는 잠 줄여가며 공부하고 스펙 쌓아 입사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저마다의 엘리트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드는 그런 곳에서 남의 눈에 들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게 힘들게 눈에 들어도 3개월이란 수습기간의 관문이 시커먼 아가리를 떡 벌리고선 초조하고 긴장한 나를 므흣하게 기다리고 있다. 정말이지 뭐든 쉬운 게 없다.
너무나 출중한 능력을 가져 여기저기서 합격통보를 받고선 연봉 따져가며 재는 인재들도 많겠으나 그들보다는 대감집 종놈 한 번 되어 보겠다며 이리 찌르고 저리 찔러도 알 수 없는 이유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 어림짐작 해본다.
세상을 잘 모르던 나는 한 때 종놈이 다 같은 종놈이지 대감집 종놈이 뭐 그리 유세냐며 비아냥 대기도 했었으나 내가 정작 그들이 지나갔을 자리를 걸어보니 가히 쉬운 일은 아니더이다. 역시 뭐든 남을 평가하는 것은 쉬운 법이지. 문득 겸허한 마음이 든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길에 오르면 나름으로 단정하게 차려입은 직장인들이 좀비처럼 걷는 풍경이 펼쳐진다. 각각의 일터로, 각각의 삶으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직장을 다닌 다는 것은 단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닌 내 삶의 절반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 출근을 준비하는 1시간, 또 직장에서 보내는 하루 8시간, 점심시간 1시간 포함하면 도합 9시간-그 마저도 칼출근, 칼퇴근일 때-은 어지간한 출퇴근 시간 2시간까지 더하고 나면 대략 하루의 12시간을 일터에서 보내게 된다. 하루는 24시간인데, 적정 수면시간은 7시간에서 8시간이라고 하니 우리에게 남는 시간은 고작 4시간이다. 즉, 하루의 절반, 그리고 깨어있는 시간의 거진 약 75%를 직장을 위해 소모하는 것이다. 그러니 직장이 의미하는 바는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벌어들이는 것 이상으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어떠한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성실하게 그 일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숭고한 일이다.
일단 출근을 하면 일반 사무직 회사원이라면 대게는 공감할 수 있는 아침이 기다리고 있다. 사무실에 앉아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기괴한 적막감 속에 도각도각 딸깍딸깍 하는 마우스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데다, 아무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 속에 긴장하면서도 그럼에도 서로의 필요 속에 가벼운 인사로 시작하는 하루. 익숙해서 괜찮아질 법하면서도 도통 풀릴 줄 모르는 피로감이 엄습하고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는 채로,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되어버린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또 최선을 다해 그 일을 해내고 만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기업에 소속되어 회사원이 된다. 우리는 각각의 다른 인격체로서 각기 저마다의 색을 띠면서도 또 비슷하게, 저마다의 상황은 다르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삶. 그렇기에 우리는 유튜브에 나오는 햄스터가 그려내는 직장인의 애환에 격하게 공감하는 것 같다.
내가 미처 경험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그토록 흐릿하게 섞이고 싶었던 이번 레벨의 내 삶은 결국에 어느 부분에선가 다른 색으로 녹아들고 있다. 초반에는 모든 것들이 새로 해 넣은 의치처럼 어색한 기분이 들더라도 결국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익숙해져 버리겠지. 평범한 가면을 쓰고 누구보다 그 분야의 대가가 되어버린 그들과 함께 한다는 설렘도, 처음 겪어보는 대감집의 후한 복지에 느낀 감동도 결국엔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겠지. 그래도 오늘만큼은 내 이 설렘과 적응해나가고 있다는 만족감, 이 모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감사함을 느낄 수 있기에 이 글을 남겨 나의 한 때를, 2025년 이 여름을 살아가는 우리를 기억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