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쓰는 프로그램 모니터링.(카리나 짱 이쁨)
(해당 글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미스터리 수사단'의 후기가 담겨 있습니다. 스포는 없음!)
글에도 적은 적 있지만, 저는 방탈출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방탈출이 유행했을 때 '아 이거 방송으로 만들면 진짜 재밌겠는데?'라면서 혼자 상상을 했었습니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십 몇 년 전 마리텔에서 혜리와 유리가 초대형 방탈출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그 방송을 보고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었죠.
그래서 대탈출 처음 나왔을 때 '필살 아이템' 뺏긴 느낌이랄까요. 뭐... 그랬다고요.
그래서 SBS 결과가 나온 이후, 방탈출 생각이 났습니다. 떨어지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만들고 싶던 프로그램'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그러다 보니 방탈출을 즐기고 싶어졌거든요.
그래서 3일 동안 2번의 방탈출을 했습니다. 두 번 다 탈출을 성공했습니다! 논리적인 계산을 하는 자물쇠에서 시간이 걸렸었지만, 이과친구들과 함께 가니까 그런 부분이 보완이 돼서 좋더라고요ㅎㅎㅎ.
방탈출을 2번이나 했지만 아직 부족했습니다.
방탈출이 1시간에 2만 원 정도 하는 취준생 입장에서는 싸지 않은 취미거든요...(피시방은 한 시간에 1000원인데!)그래서 많이 할 수가 없고... 일 년에 3,4번 할까 말까 한 고급 취미인데... 더 하고 싶었습니다.
방 미장센도 고퀄리티에 자물쇠도 자본의 맛을 들인 그런 고급 방탈출을 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고 있었죠.
그때 나온 프로그램이 바로 TEO에서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스터리 수사단'이었습니다. 일 년 전부터 카리나의 첫 고정 예능이라고 광고를 했었고,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 한 일들을 해결한다는 스토리라인이 제 흥미를 끌었었죠. 한국 기준 6/18일 16:00시에 전부작 6편이 모두 올라왔습니다.
정종연 PD님은 '대탈출, 여고추리반'을 만든 PD님이기에 제가 닮고 싶은, 어쩌면 내가 더 성공하려면 넘어야 하는 PD님이십니다.
대탈출에서는 방탈출이 어떻게 방송에서 연출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고, 여고추리반에서는 방탈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풀어나가며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보여줬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방탈출류 콘텐츠, 어쩌면 'DTCU'에 속할 수 있는 세 번째 작품은 어떤 어디에 초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풀어나갈지 궁금했습니다.
6편을 다 보고 난 이후에 제 감상부터 말씀드리자면,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전체적인 구상은 외국에 SPC, 미드의 '웨어하우스 13'같은 세계관을 구축했습니다. 미스터리한 현상을 기반으로 하는 초현실적 세계를요. 그리고 포맷은 대탈출과 여고추리반을 반반씩 섞어 놓았습니다.
에피소드들의 목표는 여고추리반처럼 미션을 주어 그것을 해결하게 하고, 전체적인 맵 구성과 동선을 강제하는 듯한 연출은 대탈출과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포맷의 초점은 '큰 틀은 대탈출, 플레이는 여고추리반처럼'이런 느낌이랄까요.
수사단이 활동하는 세트장, 맵의 디테일은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더 성장했습니다. 미스터리한 세계관에 걸맞은 현장감을 주었습니다.(미술감독님 얼마나 힘드셨을까....)(여기에 돈을 때려 부어서 나머지가.....)
하지만 스토리라인은 오히려 전작들보다 더 아쉬웠습니다. 대탈출과 비교했을 때 수사단원들은 더 많은 장소를 돌아다니며 증거를 찾고, 미션을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미션을 성공하고 마지막 챔버에 돌아왔을 때, 최소한 대탈출과 비슷한 희열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어야 할 텐데, 그것이 없었습니다.
마지막에 갑작스럽게 끊기는 엔딩 때문인지, 아니면 미션을 해결하는 방식이 생각보다 별게 없고, 단순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위험할 거야~ 이제 위험하다~~'라는 떡밥을 던져주는 상황 속에 멤버들의 행동 때문에 몰입도가 떨어진 것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여고추리반처럼 굉장히 넓은 필드에서 활동을 하는 멤버들은, 미스터리 수사단의 잡임 형태에 맞게 조심스러운 행동을 취해야 했지만, 만들어진 필드에 비해서 조심스럽지 못한, 어쩌면 그만큼 몰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들에게 '그래, 뭐 얘네가 여기서 잡혀 죽거나, 불타 죽어도 진짜 죽겠어?'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뭐.... 성공하면 했구나 하고 마는 거죠.
테오에 들어가자마자 정종연 PD가 미스터리 수사단 구상을 시작했다고 했는데, 정종연 PD님의 역량을 알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미스터리 수사단이었습니다.
미스터리 수사단 오프닝을 봤을 때 '아, 이제 대탈출은 다시 볼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미스터리 수사단이 대탈출을 좋아하던 시청자들을 다시 불러 모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그들의 입에서 다시 '역시 정종연'이라는 말이 나오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강점을 보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더 '미션 완료 = 탈출'이라는 확실한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스토리라인 같은 것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