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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Jul 10. 2024

유토피아는 시간이 흐를까

(2/2)完. 체크포인트.

(https://brunch.co.kr/@46fd116cc2da4a0/61 이어서)


시간성이 배제된 단어인 공간이 장소로 바뀔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생각한 유토피아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 그리고 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는 장소'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들이 없어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면, 유토피아는 그저 공간에 불과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전 흥미로운 웹툰을 하나 발견했죠.


네이버에서 연재하는 '체크포인트'라는 웹툰이었습니다. 자신이 지정해 둔 특정 시간대로 자신이 원할 때, 혹은 눈을 뜨고 있는 상태에서 죽는다면 돌아가는 능력이 있는 초능력자가 주인공이었어요.


웹툰의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루프 시티'라는 편이었습니다.

어느 날, 한 도시의 사람들은 전부 '하루'에 갇혀버립니다. 모든 시민들은 매일 똑같은 일이 일어나는 하루를 맡게 돼요. 비행기가 떨어지고, 지하철이 폭파하고, 모든 시민들은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눈을 뜨고, 하루가 지나면 또 똑같은 장소에서 눈을 뜹니다.


그렇게 수많은 시간이 지나고, 문득 자신들이 매일 똑같은 '하루'를 살고 있음을 인지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감이 좋은 사람들이죠. 그들은 '자각자'라고 스스로를 칭하며, 매일 같은 하루가 반복됨을 느끼고, 이를 신의 뜻이라 칭하며, 종교 단체를 만들었어요.


이곳은 천국이라고, 일하지 않아도, 무언갈 하지 않아도 매일이 반복되는 영원한 곳. 유토피아에 온 것이라고 말이죠. 그야말로 시간이 멈춘 공간이었죠.


그곳에서 주인공 일행들은 '내일'을 되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오늘에 안주하려는 자'와 '내일로 향해가려는 자' 들의 진영이 갈라집니다. 또 오늘에 안주하려는 자들 중에서도 자신이 '공간'의 지배자가 되기를 원하는 세력들의 다툼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멈춘 공간에서 마주하는 평안한 하루 = 유토피아라는 자들은 결국 자신들이 꿈꾸던 영원의 공간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반복해서 겪는 지옥을 맛보게 됩니다.


웹툰의 이 편은 스토리적인 완성도가 높아서 보는 재미가 있었고, 마침 제가 생각하던 '시간과 유토피아'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세력들, 그들의 구체화된 생각, 행동들을 간접 체험 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웹툰 강추강추)


결국 웹툰에서 모두가 원하는 유토피아는 없었습니다. 인간의 감정이 살아 있는 한, 모두가 행복할 순 없나 봅니다. 저마다가 모두 원하는 것을 얻어도 누군가는 또 다른 것을 탐하고, 결국은 유토피아의 모든 것, 타인까지도 탐하게 될 것이 인간이란 것들이니까요.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예요.


그렇다면 현실 속 유토피아는 특정한 공간일까요.

어디로 가면 짜잔~ 하고 유토피아가 나타날까요?

그런 건 없습니다.

 

그렇다기보단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이 나만의 유토피아 일 겁니다.

친구와 밤새 영화 보며 떠들 수 있는 나만의 '자취방', 나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인생 목표를 이루게 해주는 '노인 대학', 가족들과 함께 여생을 즐길 수 있는 '바다 앞 별장'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러니까, 유토피아 멀리서 찾을 필요 없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 주고, 그 공간에서 오는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세상 어디더라도 그곳은 내 유토피아인 거죠.


그래서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 곳'인 것 같습니다.

한 번의 손짓으로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곳 = no where을 now here'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우리 모두 유토피아를 찾으려 하지 말고, 만들어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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