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책도 읽는데, 왜 이러지?
최근에 어휘력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날이 갈수록 좀 심해지는 것 같아서 슬슬 걱정이 됩니다....
시작은 진짜 별것 아니었어요. 스터디를 하던 중, 친구의 코멘트를 받아 적고 있었는데, 그 코멘트를 잘 정리해서 적어야 하는데, 대체 단어가 생각이 안나는 거예요. 그래서 옆에 있던 친구가 고쳐줬습니다. 그때는 '오 굳~'하고 넘겼는데, 요즘 들어 점점 심각해지는 것 같아요.
(1)
유튜브에서 '집에서 따라 할 수 있는 축구 기본기' 영상을 봤습니다. 영상 속에 나온 동작을 따라 해보고 싶어서 집에 굴러다니던 풋살공을 찾아보았어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공에 바람이 다 빠져있더군요.
그래서 바람을 채우려고 다이소에서 산
그... 그... 이름이 뭐지? 가느다란 3mm 두께의 핀을 밧줄처럼 생긴 그.... 파이프? 통로? 관? 에 연결하고 손으로 플라스틱 부분을 잡고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 공에 바람이 조금씩 들어가는 그...기계 이름이 뭐였더라...
생각이 안나는 거예요.
그 순간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와 나 왜 이거 이름을 모르지...?' 이름 뭐더라. 공기 주입기...? 바람 넣는 거...? 근데 또 그게 안 보이는 거 있죠.
10분 동안 그 기계 이름을 떠올리며 방을 뒤졌습니다. 결국 찾지 못했어요.
사실 그 기계를 찾지 못했다는 아쉬움보다 제 어휘력에 대해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서 '에어펌프'라는 이름을 찾기 전까지요...
(2)
취업 준비 스터디에서 '프로그램 모니터링'을 합니다.
매주 돌아가면서 TV, OTT 예능을 보고, 그 프로그램의 포맷, 기획의도, 경쟁력 등을 적는 거죠. 그리고 그걸 팀원들과 돌려보며 서로 프로그램에 대한 논평을 합니다.
매주 할당량이 있어서, 그걸 채우기 위해서 프로그램 모니터링을 해야 하죠.
이번주에 저는 '학연'이라는 프로그램을 새로 맡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보고, 프로그램의 포맷(00 해서 ㅁㅁ하는 예능 프로그램... 이런 식으로)을 적으려고 하는데, 뭐라고 적어야 할지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결국 짜내고 짜내서 적은 게 '동창 연애 프로그램'이라고 간단하게 적었습니다.
이것도 평소 같으면 '아따 어렵네~'하고 넘길 텐데, 괜히 앞에 일들이 쌓이니까
'내 어휘력이 어떻게 된 거지...? 나 원래 이렇게 멍청했나...?'
진짜 진지하게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요즘 들어 집중하기도 어렵고, 뇌가 정돈이 안 되는 느낌이라서 어디 아픈가? 싶은 요즘입니다.
살다 보면 이런 어휘력 실종사태가 가끔씩 찾아오는 걸까요? 이제는 어휘력이 아니라 뇌가 뒤죽박죽 섞여있는 기분입니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