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 : 60분
"엄마 저 왔어요~"
"어 그래 아들 왔어~ 고생했다. 사과 먹을래?"
손목에 있는 시계를 만지작 거린 난 신발을 벗는다.
"아녜요~ 엄마 여기 와서 앉아봐."
나는 엄마와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엄마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얼마 만에 둘이 소파에 앉아 있는지 모르겠네~"
"아닌데..."
"응 뭐라고?" "아니여~엄마 오늘 뭐 했어. 또 아침에 동물농장 봤지?"
엄마는 '역시 아들이 엄말 잘 알아~'라고 대수롭게 넘긴다.
그게 아니야 엄마.
나 이 소파에 앉아서 엄마가 어제 뭘 먹었는지, 이번주에 어디를 갔다 왔는지도 다 들었어
엄마의 일생에 대한 얘기를 몇 시간 동안 계속 들어왔어.
근데 엄마는 기억을 못 하네. 그게 참 슬프다.
...
"... 그래서 엄마가 너네 아빠 처음 만났을 때는 진짜 이상한 사람인 줄 알았다니까?"
"엄마. 난 엄마가 내 엄마라서 좋았다."
"어머, 새삼스럽게 뭐 그런 얘기를 해? 추석이라고 덕담하는 거야?"
"그런 거지 ㅎㅎ. 엄마도 그랬으면 좋겠네."
"당연하지~ 아들이 최고지~"
몇 십 번을 들어도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벌써 몇 십 번째 마지막 대화.
조금 후면 엄마는 쓰러지게 된다.
시간을 바로 되돌려 구급차를 불러도 봤다. 하지만 미래는 바뀌지 않았다.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는 한 시간 후의 미래. 이곳이 데드 엔드.
나는 그저 이 시간을 계속해서 되돌리며 시간을 붙잡고 있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 있는데, 엄마가 말을 한다.
"엄마도 알아. 지금 이 상황, 낯설지 않아. 전에 우리 집 강아지 하늘나라 가기 전이랑 비슷한 상황이다. 그렇지? 그때도 네가 굳이 굳이 산책 가라고 했었잖아. 지금도 그런 상황인 거지?"
가만히 앉아 눈물을 흘리며 끄덕끄덕한다.
가만히 나를 쳐다보던 엄마는 말한다.
"..... 괜찮다. 충분히 즐거운 인생이었어."
"아들 장가가는 거 못 봐서 좀 아쉽긴 한데. 위에서 지켜보면 되지 그렇지?"
"엄마 마지막으로 한 번 안아주라"
나는 엄마를 꼭 껴안고 말한다.
"사랑해 엄마. 또 봐"
또 시간을 돌리려는 찰나, 엄마가 말한다.
"시간 돌리는 건 이제 그만하렴. 엄마도 해봤어. 6살 때 교통사고 기억하지? 그때 아빠를 살리려고 몇십, 몇 백번을 시간을 돌렸지만, 결국 살릴 수 없었단다."
"....!"
"운명을 바꿀 수 있겠지, 더 나은 삶이 될 수 있겠지, 그런 마음으로 매 번 시간을 돌려왔단다. 근데, 결국 시간이 지나 보면 크게 바뀐 건 없었어."
엄마는 그날 이후로 시간을 돌리지 않았다고 한다.
더 중요한 건, 매번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사는 것. 그것이 시간을 되돌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고.
엄마는 웃으며 말했다.
시간이 계속해서 흘렀다.
하루가 지났다.
일 년이 지났다.
한 시간마다 시계를 보는 습관이 생겼다.
지난 한 시간을 내가 의미 있게 보냈을까?
이 생각 한 번에, 지난 60분의 가치는 60분 이상이 된다.
시간을 다시 되돌리는 노력보다, 앞으로 한 시간을 더 의미 있게 채우는 것이 중요함을 이제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