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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Jan 25. 2024

24.01.25 글쓰기 연습

동아리 유일 우승시즌 부주장으로서의 일 년.

어제에 이어 오늘 글쓰기.


부주장이 된 16년 12월, 17년을 준비하는 목표는 하나였어. 새내기를 5명 이상 끌어 모으자! 이것 외엔 다른 목표를 잡을 수가 없었어. 내년에 뛸 수 있는 선수들을 전부 끌어모아도 6명밖에 없었거든. 최소한 5명 이상의 새내기를 데려와야 경기가 가능할까 말까 한 상황이었어.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룰 첫 번째 행동으로 홍보 영상을 촬영했어. 새내기들을 혹하게 할 마땅한 콘셉트의 영상을 찾아 유튜브를 뒤졌지. 찾고 찾다가 애프터 이펙트를 활용한 교회 수련회 영상이 있더라고, 짧으면서도 몰입감을 가져갈 수 있게 설계되어 있어서 ‘좋아 이 영상을 토대로 만들면 되겠다!’ 맘먹었지. 촬영날짜를 잡고, 친구, 선배들에게 유니폼을 입고 와달라고 부탁을 했지. 근데 웬걸, 촬영전날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서 운동장이 새하얗게 눈으로 뒤덮인 거야. 축구를 이러면 못하는데…. 망했다…… 싶었지. 하지만 오늘이 아니면 달리 촬영할 수 있는 날이 없어서 촬영을 강행하기로 했어. 대신, 눈이 와도 할 수 있는 것들을 촬영해서 영상 소스로 쓰기로 했지. 준비 운동을 하고, 제자리에서 공을 주고받고, 페널티킥을 차는 영상을 찍었어, 그리고 제설을 어느 정도 한 후에 풋살을 했지. 우리가 찍은 것들과 전년도 선배님들 홍보 영상을 적절히 잘라서 붙여서 만든 결과물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더라고. ㅎㅎ 영상 링크는 밑에 달아둘 테니 원하는 사람은 가서 구경해~


https://fb.watch/pNYw2ts35M/?



그리고 다음 행동으로는 매년 싸움이 일었던 동아리 회장, 부회장과 만났어. 학교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는 실력 있는 단과대팀 기억하지? 그 단과대팀의 부회장이 나랑 1학년을 함께 놀고 여행을 다닌 친구가 된 거야. 정확히 말하면 같이 놀던 무리에 남자 4명 중 나만 학과팀이고 나머지 친구들은 단과대팀이었거든. 어쨌든 그 친구에게 ‘정정당당하게 경쟁을 하자’는 취지에서 만나 얘기를 했지. ‘새내기에게 따로 축구팀에 들어와라, 같이 축구하자 라는 내용의 카톡을 2월 마지막주 새내기 새로 배움터가 끝나는 순간까지 하지 말자!’라고 서로 약속을 했어. 친했던 상대팀 친구가 부주장이었기에 마음이 놓였어. 그럴 친구라곤 생각 안 했으니까. 이제 남은 건 열심히 활동하고 약속을 지키며 활동하며 ‘난 좋은 사람이다! 그러니 나와 함께 하면 즐거울 거야~’라는 걸 어필하는 것이라 생각했어. 주장이었던 친구와 어떻게 인원들을 포섭할지도 다 나름 생각을 해놨어. 그 친구가 당시에 cc였기에 내가 여자 새내기와 친해지고, 그 친구는 남자인 친구들과 친해지려고 했지.  모든 게 착착 풀릴 것 같은 기분!

이었지.


2월 16일인가, 새내기 환영회가 있는 날이었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행사를 마치고 뒤풀이에 가 술을 마시고 있을 때였어. 처음 학교 선배들, 동기들 보면 다들 어색하잖아. 나도 새내기 때 낯을 많이 가려서 가만히 앉아 있다 온 기억이 있거든. 그때 옆에서 선배들이 말도 걸어주고 웃겨주셔서 편해졌기에, 나도 그런 선배가 되기 위해 광대를 자처했지. 열심히 광대를 자처하고 있는데, 주장친구가 심각한 얼굴로 나를 부르는 거야. “승권아, 잠깐 나와 봐” 나를 부르는 친구 얼굴을 봤는데, 얼굴이 엄청 빨갛더라고. 그래서 처음엔 ‘아, 얘 취했네, ㅉㅉ’하고서 아이스크림이나 사줄 생각으로 따라나섰어.

그런데 친구가 심장을 붙잡고서 “어떡하지, 나 너무 화가 나 승권. 진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라며 화를 내는 거 있지. 알고 보니, 단과대에서 이미 친구들한테 연락들 돌린 거 있지. 걔 중에는 키 190인 골키퍼 친구도 있고, 학교 대표출신 미드필더 친구도 있었어. 뭐 그게 누구든 간에 연락을 했다는 것부터가 이미 약속을 어긴 거잖아. 난 이해가 안 되는 거야. 왜 그러는 거지? 대한민국에서 나름 손꼽히는 대학에 온 지성인이고, 나이 21살이나 먹은 성인들인데 이 약속 하나 지키는 게 어려운가? 싶었지. 그리고 그 친구한테 느끼는 배신감이 너무 컸어. 심지어 그 친구 말고 다른 두 친구들은 담배를 피우러 나가서 적극 홍보하고 약속은 개나 줘 버렸더라고. 그래서 너무나 실망했고, 그 친구들이랑 반년 동안은 한마디도 안 하고 지냈던 것 같아.


이미 엎질러진 물인 걸 어떡해. 내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난 지는 게 제일 싫어. 모의고사도 나보다 잘하는 애가 있으면 그게 싫고, 축구도 나보다 잘하는 애를 이기고 싶고, 게임은 당연하고. 어떤 것이더라고 내가 하는 액션에 있어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는 걸 잘 인정하지 못하는 성격이란 말이지. 그래서 ‘내가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쟤네보다 많이 애들 모은다.’라고 마음먹었어. 그러고 나서는 쉬웠어. 내 학과 내 위치를 활용하면서 전략적 우위를 확실히 가져왔어. 다른 동아리 부회장도 맡고 있었고, 동아리 5개에서 활동하는 상황이었기에 내가 원하는 친구들은 모두 내가 앉은 테이블로 데려와 앉힐 능력이 있었지. 그리고 몇 마디의 말을 나누고 마음을 정하지 못한 친구들을 우리 동아리로 포섭하는 과정은 쉬웠지. 상대팀은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쉽사리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나름의 수를 쓰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론 우리가 이겼어. 190cm의 골키퍼 친구는 데려오지 못했지만, 나머지 주요한 알짜배기 자원들을 모두 우리 팀 선수로 만들었거든. 8명의 새내기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고, 20명의 여자 매니저를 데려왔어. 그 당시에는 ‘아주 그냥 한 명도 그쪽 동아리로 보내지 않겠어.’라는 악한 마음으로 대했었는데,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어린 생각이었던 것 같아.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 지지 않았잖아.


실력들도 작년에 비해서 너무 좋아졌어. 부족한 포지션이 센터백과 풀백이었는데, 내가 수비에 일가견이 있어서 조금은 알려줄 수 있었고, 교환학생 갔던 수비수 선배가 돌아오며 그 공백이 메워졌지.

우승 가나…?라는 마음을 이끌고 학교 첫 컵대회에 출전했어.

결과는 1:0 패배. 전반 초반 어이없는 실책으로 골을 먹혔고, 그 이후로 경기 종료까지 계속 몰아붙였지만 골을 넣지 못하고 지게 되었어. 11명 모두가 당황했지. 우리가 개개인은 정말 좋은데, 왜 졌을까?라는 말을 시작으로 앉은자리에서 토론을 시작했어. 작년도엔 해본 적이 없었기에 ‘이거 뭐 하면 바뀌나…?’ 싶었는데 바로 그다음 경기에 조금 개선이 되더라고. 그 가능성을 보고 난 경기 쉬는 시간, 경기 끝난 후에 무조건 사람들을 모아서 이야기를 이끌었어. “아까 형 왜 거기서 뒤로 뺐어요? 앞에 우리 선수가 더 많은데 뒤로 빼면 오히려 수비가 압박에 둘러싸여요. “ ”아, 나는 그게….. “ 형의 상황을 듣고 나른 후배가 얘기하고, 그 다음은 동기가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졌어. 이후 이 경기후 피드백 시간은 우리의 루틴이 되었고 반년 후 동아리 창단 첫 우승이라는 업적을 달성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어. 경기를 촬영하고 이를 돌려보며 서로 감상을 카카오톡에 남기는 것도 해봤는데, 사람들이 영상을 안 보더라 하하하.


우승하는 결승전 얘기만 해볼까. 이 경기는 내가 아직도 기억이나. 정말 집중하면서 뛰었거든.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몇몇 중요한 순간 빼곤 기억이 안 나. 그런 경험한 적 있지. 엄청나게 집중을 한 면접이나 시험을 봤을 때, 몇몇 질문은 또렷이 기억나지만 전체적인 기억의 흐름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튀는 느낌. 딱 그런 상황이었어. 선제골을 먹힌 이후 상대팀의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태클로 2번 저지했어. 그리곤 우리 팀에게 “아직 안 끝났어. 끝까지 집중! 할 수 있다!”라고 소리쳤던 게 생각이 나네. 그리고 기적처럼 후반전 추가시간에 우리 팀 새내기가 동점골을 넣었고, 승부차기로 들어갔어. 우리 팀 1번 키커가 실축을 한 상황. 난 3번으로 나서서 왼쪽 아래로 슈팅을 꽂았던 것 같아. 그리고 우리 주장이 상대팀의 4,5번째 슈팅을 막고 5번째 키커로 나서 골을 넣으며 우리가 첫 우승을 하게 되지.


https://youtu.be/QuDn-FLDYi8?si=L5UOCWfB0hHunbwk​ (피케이영상이 있네)​


감격적이었어. 12학번 차갑던 형도 눈물을 찔끔 훔치고, 주장 친구와 나는 서로 껴안으며 행복해했어. 매니저 친구들은 경기 끝난 이후에도 응원가를 불러줬고, 다 같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 그날 경기 뒤풀이가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뒤풀이였던 것 같아.  우승한 다음 주 주장 친구랑 우승의 기운이 가라앉지 않아서 저녁에 운동장 산책을 했어. 산책을 하다가 운동장에 누워서 하늘을 봤는데, 북극성이 보이더라. 그때 친구가 나한테 “일 년 동안 동아리 관리해 주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너랑 얘기하면서 함께 만들어간 일 년이 정말 즐거웠다. 여행자들이 북극성을 보고 자신의 위치를 찾는 것처럼 우리도 앞으로 살아가며 서로가 서로의 북극성이 되어주자.”라고 말했었나… 그랬을 거야. 나도 저 말에 걸맞은 오글거리는 대답을 해줬었는데 부끄러우니 말 안 할 거야.

우리의 우승 이후에도 준우승이 있긴 한데, 내 우승이 아직까지도 동아리 유일한 우승이야. 그래서 후배들은 그때 뛴 형들을 ‘영광의 세대’라고 부르더라. 좀 부끄럽지만, 요즘 친구들과 같이 뛰어보니 잘하는 친구가 별로 없더라고. 그렇게 부를만하다!


이 동아리를 통해 많은 인간관계를 만났고, 나 스스로도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었던 너무나 감사한 동아리야. 그래서 아주 애정이 넘쳐. 내가 pd가 돼서 동아리 뒤풀이 1차를 내 카드로 삭 긁어주는 게 내 버킷리스트에 들어가 있을 정도니까. 그렇다면 거기에 누군가는 또 나 같은 선배가 되어야겠다…! 란 마음을 먹고 동아리에 애정을 주지 않을까. 나의 작은 바람이지. 하 이 동아리 활동을 내 pd로서의 강점으로 써먹을 수 없을까? 진짜 경기 때마다 사람 모으냐고 엄청나게 노력했는데. 피드백도 내가 요점도 나름 정리해서 가서 이야기하고….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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