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P Jan 27. 2024

24.01.26 글쓰기 연습

그리움이 좇아, 사랑은 늘 도망가.

금요일 밤, 대학 동기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맥주를 한잔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어. 3호선 대화행을 타려고 했는데, 다가오는 두 개의 열차가 모두 구파발행이 러더라고. 그래서 시간은 좀 더 걸리더라도 연신내역에 내려서 버스로 갈아타기로 결정했지 난 버스 타는 것을 좋아해. 버스를 타면 지하철과 다르게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주거든. 풍경이 애니메이션의 배경처럼 훅훅 지나가고,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쳐 목적지로 향하는 장면이 마치 여행의 한 장면 같아서? 시간적인 여유가 많을 땐 똑같은 거리더라도 버스를 탔던 것 같아. 요즘은 그런 여유가 없어 지하철을 주로 타지만.


어쨌든, 삼송에 스타필드 앞을 지나갈 때였어. 버스가 신호등에 걸렸고, 난 무의식에 밖을 내다봤어. 스타필드 오른쪽으로 MBN 방송국의 밝은 네온사인 간판이 보이더라고.  작년 이맘때쯤 지원서를 냈던 기억이 났어. 면접장을 빠져나오는 순간 '떨어졌다'라고 느꼈던 순간, 옆 면접자에게 '진짜 개 털렸다.'라고 스스로 인정했던 상황이 생각나더라. 조금은 씁쓸해져서 핸드폰을 열었는데, 멜론이 로이킴의 '사랑은 늘 도망가'의 후렴구를 들려주기 시작했어.


'사랑아 왜 도망가 수줍은 아이처럼 행여 놓아버릴까 봐 꼭 움켜쥐지만.'

좋은 노래지. 요즘 들어 많이 듣는 노래인데, 가사가 참 예쁜 거 같아.

'그리움이 쫓아 사랑은 늘 도망가 잠시 쉬어가면 좋을 텐데'

 그전까진 그저 좋아하는 사람을 놓치는 노래인가... 싶었는데 순간 가사가 다르게 해석이 되더라.


'쫓아'가 '좇아'로 들리더라고.  사람들은 사랑을 하지. 그리고 그 사랑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하잖아. 하지만 종종 사랑을 놓치고 싶은 게 아니라 상대방은 상관없이 '사랑을 하는 나의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도 있지. 그런 사람들은 사랑이 아니라 그리움을 좇는 거지. 그렇기에 사랑(상대방)이 도망가는 게 아닐까..?

라고 해석이 되었어.  나름 괜찮은 해석일지도..? 하며 창밖에 네온사인을 다시 바라봤지. 어쩌면 사랑뿐 아니라 내 감정에도 이 맥락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간절히 원하는 게 있지? PD가 되는 것이잖아. 그 꿈을 놓치고 싶지 않잖아. 근데 사실 네가 뒤따르는 건, 네가 꼭 붙잡고 있는 건 'PD가 되는 것'이 아니라 'PD가 되고 싶다는 마음만'을 잡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준비를 해도, 진전이 잘 없는 거지. 이제 알았으니 제대로 해봐." 이렇게...?


뭐, 그랬어.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마음만 먹고 유튜브를 보던 내 모습이 떠오르더라고. 그러다 작년 말 학원을 등록했지. 학원을 다니면서 배운 건, '더 실질적인 공부를 하자.'였어. '뜬 구름 잡는 것들이 아니라 실제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을 하자. 나 스스로 내실을 키우고 나서 인간관계를 쌓는 게 중요하지 그 외엔 다 빈 껍데기가 될 뿐이다.'라고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저런 해석을 했나... 싶기도 하고.


어디 가서 기 죽고 의기소침하고 그런 성격이 전혀 아닌데, 요즘은 기가 좀 죽더라. 작년 1년간 성과도 크게 없고, 이제 28살이고. 나 28살에 결혼하는 게 목표였는데, 결혼은 무슨 취업도 못하고 애인도 없지 않소. 인생 뭣도 없지만 점점 실패자가 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어서 그랬나. 그걸 숨기기 위해 어쩐 더 안 그런 척하는 걸 수도.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로이킴 형이 부르는'home, 힐링이 필요해' 노래들을 들으며 힐링을 받았는데, 오늘은 로이킴형이 나한테 격려를 해주네. 고마워 형. 열심히 준비해 볼게! 그리고 조금 지칠 땐, 형 노래 들으면서 잠시 쉬어갈게.


작가의 이전글 24.01.25 글쓰기 연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