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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Jan 28. 2024

24.01.28 글쓰기 연습.

감자탕 속, 감자는 감자를 위한 감자.

어제 12월 말부터 듣던 학원이 종강을 했다. 종강 기념 뒤풀이를 갔는데, 메뉴가 감자탕이더라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감자탕이라니, 조금은 부담스럽달까. 언제부턴가 어색한 사람들과 있으면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아. 특히 공동으로 음식을 덜어먹는 상황엔 더 심해지는 것 같아. 어제도 감자탕 속 고기 한 덩이만 먹고 나머지는 아무것도 안먹었…. 2,3차 가서도 맥주만 마셔댔지.


어쨌든, 나의 조원분들은 모두 뒤풀이를 안 와서, 이야기를 나눠 본 사람이 전무한… 상황이었지. 새로운 사람 투성이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겠다는 설렘이 나에게 찾아오면서 그와 동시에 아무도 날 반겨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도 들었어. 쭈뼛쭈뼛 대면서 어디 앉지…. 하다가 한자리가 비어보이길래 거기 쓱 앉았어. 처음 본 구면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했지. 다행히 나를 모두 알고 계셨고(꽤나 나댔나 보다), 잘 받아주셔서 감사했어. 옆 테이블에서 계셨던 분이 갑자기 “조인성의 느낌이 난다. 느낌만” 그런 암살 시도를 하시기도 하더라고. 그렇게 얘기를 하던 중 작문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오늘은 감자탕에 대해서 써야겠네요. “라고 사람들에게 말했어. 그래서 오늘 글의 주제는 감자탕이야.


음…2006년이었을 거야. 우리 동네에 ‘라라감자탕’이라고 정말 잘되는 감자탕집이 있었거든. 친구가족과 서울랜드에 갔다가 감자탕을 먹기 위해 그 음식점을 찾았지. 자리를 잡고 딱 앉았을 때, 계단으로 신동엽 아저씨랑 이영자 아주머니가 빨간 불을 킨 카메라들과 함께 올라오더라. 난 어린 마음에 잘 몰랐는데, 꽤나…. 아니 한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정도로 유명하신 분이더라. 그리고 이영자 아주머니랑 얘기도 몇 마디 나누고 인터뷰도 했는데, 그게 ‘해결! 돈이 보인다’라는 프로그램에 나왔더라. 그 영상 밑에다 올려놓겠음.

https://m.blog.naver.com/risigmoon/223336280213?afterWebWrite=true


그때부터 음식 프로 mc였을 만큼 음식에 조예가 남다른 이영자 님이 ‘난 세 번 먹어, 눈으로 먹고 코로 먹고 “라고 하면서 음식은 맛뿐 아니라 다른 감각도 중요하다는 걸 이야기해 줬는데, 감자탕. 비주얼부터 정말 맛있어. 돼지 등뼈와 감자, 우거지, 들깨, 깻잎, 붉은 고추, 파, 마늘 등을 넣고서 진하게 끓이면 완성인 감자탕. 보글보글 끓었을 때 모습이 제일 맛있어. 그때 사리를 넣지, 사리를 반으로 가르냐 아니냐 의견이 갈릴 수 있는데 어제는 같이 앉은 분이 멋지게 반으로 갈라주셨어. 들깨와 후추가 풍기는 냄새를 맡으며 고기를 적절히 발라내 입안으로 전달하면 맛과 냄새가 한 번에 입안에 퍼지지. 그걸 다 먹고 나면 남은 국물은 볶음밥으로 또 한 번 시각적 변화를 가져오는데, 한국인이라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야.

처음부터 끝까지 맛있는 이 감자탕. 알고 보면 여기에 감자는 우리가 아는 그 감자가 아니란 것, 요즘은 다들 많이 알고 있더라고. 원래 이 감자탕은 감저탕이라는 돼지등뼈를 끓인 음식이 이름이 변형되었다는 것이지. 감자탕을 맛있게 먹던 한 손님이 “감자탕인데 왜 감자가 없소?”해서 감자가 들어가게 된 게 지금 감자탕의 시작이라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결국 potato가 들어간 건 구색 맞추기, 감자를 위한 감자가 된 거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어제 수업 내용이 기억났어. 작문 글, 프로그램 기획안을 만드는 심층면접 수업에서, pd님이 해주신 피드백 중에 “작문을 볼까요. 우리가 지금 1시간 동안 열심히 쓴 이 글들이 과연 읽을 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키워드들이 이러니 단순하게 ‘이 키워드랑 이게 연결이 어떻게 될까?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이들이 연결되면 기뻐했나요? 그러고 나서 쓴 글은 어떤가요. 키워드들을 끼워 맞추려고 하다 보니 조악해지지 않았나요? 이게 그야말로 장치를 위한 장치이죠….. 기획안 b조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투표 결과에서 소수의 의견을 선택해서 그것을 지령으로 실행한다고 했잖아요. 근데 우리가 왜 소수의 의견을 궁금해해야 하죠? 이것이야말로 장치를 위한 장치가 아닐까요? “ 이런 피드백들이 감자탕 고깃덩이를 해체하기 직전, 팟-하고 뇌리를 스쳤어. 그리곤 맛있게 감자탕을 먹었지.


집에 가는 버스에서 잠깐 생각을 해봤어.


마치 감자탕 같구나.

하지만 감자탕과는 또 다르지. 왜냐면 감자탕은 성공했거든. 맛있거든. 엄청나게. 감자탕의 감자가 들어간 건, 감자탕이라는 완성된 제품에 감자라는 이미지를 더하기 위해 얹은 장치이고, 우리 기획안의 장치들은 재미가 없거든. 여기서 중요한 점. 결국은 맛있는 게, 재밌는 게 중요하구나. 키워드든 뭐든 다 필요 없고, 재밌는걸 먼저 생각하고서, 키워드에 어떻게 접근시킬지가 중요하구나라고 느꼈어. 그게 더 효율적인 접근법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느껴지더라. 사람의 이목을 끄는 건 결국 가장 중심에 있는 ‘근원의 욕구’ 재미, 맛 그런 거지.

그럼 재밌는 건 어떻게 찾을까? 수업에 따르면 4가지 접근법이 있지. 그것들은… 비밀!


그렇게 또 무언가를 얻어가면서 종강을 했어. 뒤풀이에서 많은 분들과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어. 오랜만에 새벽2시까지 술 먹고...그럼에도 더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고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걸 못해서 너무 아쉽달까. 얘기를 좀 나눠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거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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